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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녀의 구제 ㅣ 탐정 갈릴레오 시리즈 4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09년 12월
평점 :
히가시노 게이고의 책은 다양해서 좋다. 책에서 쓰는 기법이 책 마다 다른 것이 특성이다. 본격미스터리도 있으면서 세이초의 사회파적 추리도 있으면서 도서추리 기법도 나와 있다. 어떻게 보면 퀸적인 요소, 사회파적 요소, 크로포츠의 요소 등을 한 번에 볼 수 있는 곳이 히가시노 게이고란 창고이다. 이번 책도 여실히 그의 카멜레온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성녀의 구제... 제목만 봐서는 수녀 등의 성직자를 생각하기 쉽다. 왠걸 성직자와는 거리가 멀다.
몇 장 넘기자 마자 바로 범인이 도출된다. 어라? 이런 시시한 책이 있나. 20페이지도 안 나왔는데 넌 죽어야돼. 하면서 주인공인 여자가 말을 한다. 죽어줘야겠어... 누구는 이미 나와있다. 중요한 건 이제 어떻게와 왜이다. 과연 이 여자는 어떻게 자신의 남편을 죽였는가. 용의자는 단 두명. 좁히지도 넓히지도 못한다. 이런 작은 선택지 안에서 400페이지 넘게 글을 쓰는 히가시노 게이고가 대단할 뿐이다. 트릭의 현란함과 알 수 없는 묘사보다는 담백하고도 간략한 그의 추리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어떻게도 중요한 요소이지만, 이 작품의 백미는 왜이다. 왜 이런 사건이 발생했는가. 대체 구제의 의미는 무엇이란 말인가. 책의 표지에 있던 말처럼 구제의 의미를 알았을때 '헉'하는 소리가 나도 모르게 나왔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도 불가사의한 죽음, 현란한 추리보다는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현출될 수 있는 부분을 다뤄서 좋다. 세이초적인 기질이 보다 더 많이 발휘된다고 나는 생각한다. 본격적인 추리이면서도 사회의 이면을 드러내는 게이고의 글은 그를 다시 돌아보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