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가능할 것 같은데 가능하다. 존 딕슨 카의 매력.

세 개의 관 ㅣ 동서 미스터리 북스 90
존 딕슨 카 지음, 김민영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3년 6월

 난 추리소설에 있어서 편식이 심했다. 어렸을 때는 뤼팽과 홈즈만 읽었고, 고등학교때부터는 애거서 크리스티와 엘러리퀸에 몰두했다. 왜 추리소설이 이것들만 있다고 생각을 했는지...안타깝기 그지없다. 사실 반 다인도 대학교에 와서 알았으며, 일본추리소설도 재작년부턴가 보기 시작했다. 음, 편식은 역시 사람을 불균형하게 만든다. 다른 작품을 읽게 되면 이게 아닌데 하는 생각부터 들게 된 것이다. 하지만 추리소설중에서도 다양한 장르가 있는 것이고 뛰어난 작품들이 있다. 지금부터 얘기하는 존 딕슨 카도 그러한 사람이었다.

 물만두님은 존 딕슨 카를 대단히 좋아했던 것 같다. 본격파 추리소설의 서곡이었으며, 엘러리퀸에도 영향을 준 장본인이다. 난 세 개의 관이라는 작품을 보고 존 딕슨 카의 매력에 푹 빠졌다. 특히 마지막에 나오는 펠 박사의 추리는 기대 이상이고 등골을 오싹하게 만드는 재주가 있다. 세 개의 관을 보면서 뭔가 기분이 대단히 불편했다. 분위기는 괴기스럽지는 않지만 사건 자체가 불가능해 보인다. 처음 살인사건은 눈이 오는 날인데 발자국이 하나도 나 있지 않다. 또한 범행 현장이 밀실이다. 발자국도 없고, 밀실... 초반부터 머리 아프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인가?

두번째 살인 사건에서는 총을 쏜 소리는 들렸는데 범인은 보이지 않는다. 피해자의 바로 앞에 사람이 있었기 때문에 이것은 요술을 부릴 수도 없다. 마술인가, 유령인가. 그렇다면 범인은 누구인가. 우리가 심령 현상, 눈에 보이지 않는 것에 의한 하늘의 힘을 믿지 않는다고 가정하면 범인은 사람이다.

 펠 박사는 진중한 분위기의 탐정이라고 생각한다. 딕슨 카의 탐정중에 펠 박사와 방코랑이 나오는데, 방코랑은 격투를 잘 할 것 같은 분위기가 풍긴다. 펠 박사는 샌님이라고나 할 까. 추리소설을 읽는 재미중의 하나는 한 작가에게서 태어난 탐정들을 비교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서로 다른 작가들의 명탐정들을 비교하는 것이다. 방코랑은 퀸과 분위기가 비슷해 보인다. 반면 펠 박사는 포와로와 비슷하다고 할 수 있을런지.

 카를 알 게 된 것은 행운이었다. 밀실트릭과 불가능해 보이는 범죄들을 느리지만 경쾌하게 해결하는 묘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