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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명 : 대한민국 - 경제 청진기로 진단한
송하늘 지음 / 지음미디어 / 2024년 1월
평점 :

인터넷 어디선가 이런 글을 본 적이 있습니다. 한국은 뉴비는 없고 죽음 만이 가득한 고렙의 땅이 아니냐고. 급감하는 출생률, 빠르게 줄어들고 있는 인구, 그리고 빠르게 바뀌어가고 있는 인구 구조.. 어쩌면 대한민국이라는 이름이 사라질지 모르는 절체절명의 상황이 사회를 덮고 있습니다. <환자명: 대한민국>은 현직 국가공무원이 바라보는 대한민국이라는 환자에 대한 병명과 치료법을 담고 있습니다.
저자는 대한민국이라는 환자의 증상에 대해 크게 3가지로 나눕니다. 첫째는 사회갈등입니다. 이념과 계층, 성별로 나뉘어 끊임없이 다투고 있는 것이 한국의 현실입니다. 이제는 '~충'이라는 표현은 애교로 보일 정도로 갈수록 상대에 대한 표현은 과격해져가고 있습니다. 둘째는 계층 이동성 하락입니다. 다른 나라에 비하면 아직은 높은 편이지만, 더 이상 한국은 '계층에서 용이 나는' 길이 막혀가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희망이 있었지만, 이제는 희망이 잘 보이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셋째는 저출산입니다. OECD 국가 평균이 1.58 정도 나타나고 있는 출산율이 한국은 0.78이고 올해는 더 낮아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인구가 감소하는 것이 축복이라는 말도 있지만, 주변이 온통 강대국으로 둘러싸인 동북아시아 지역에서 이는 축복이 될 수 없습니다. 인구가 줄어드는 방향보다 속도가 너무 무섭다는 것이 저자의 판단입니다.

저자는 이 3가지 병의 공통 원인을 '경제'로 꼽습니다. 결국은 먹고살기 힘드니 사회갈등이 커지고, 계층 이동성이 하락하며, 애를 낳기 힘들다는 것입니다. 결국 먹고사는 문제에 상당 부분 자원이 쓰이고 있으니, 문제가 나오는 것이란 겁니다.
3장에서는 이 경제에 대한 근본 원인을 좀 더 깊게 파고듭니다. '매슬로우의 욕구 계층 이론'에 따르면 인간은 생리적 욕구, 안전 욕구, 소속감 및 애정 욕구, 존경 욕구, 자아실현 욕구가 있고 하나의 욕구가 해결되면 점차 상위 욕구를 추구하게 된다고 합니다. 현재 한국은 1단계와 2단계, 즉 생리적 욕구와 안전 욕구가 해결되고 있지 않으니, 점차 여러 분야에서 문제가 생긴다는 것입니다. 먹고살기 힘들어서 문제가 발생하는 건 배상금 청구서를 갚다가 결국 제2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독일, 브렉시트를 선언하고 EU를 떠난 영국, 트럼프가 외치는 MAGA에 열광적으로 호응한 미국 등을 예로 듭니다. "못 살겠다, 갈아보자"라는 사람들의 분노는 그렇게 컸다는 것입니다.

한국도 그렇지만 어느 나라나 다 먹고살기 힘든 퍽퍽한 세상이 이어집니다. 이는 노동은 쉽게 움직이지 못하는 반면, 자본은 활발하게 이동을 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합니다. 자본주의는 자본이 노동을 고용하는 경제인데, 자본가가 자본을 일으켜 경제를 돌리면 각 경제를 구성하는 구성원들에게 자원이 분배가 되고 성장이 되는 구조가 일어납니다. 일명 '낙수효과'를 통해 유럽과 미국, 한국도 그렇게 성장해 왔었습니다. 그러나 신자유주의가 되면서 극도로 유동화된 자본은 자유라는 명목하에 환경파괴 등 각종 부작용을 방치하게 됩니다. 유동화된 자본은 세계 곳곳을 쉽게 옮겨 다니는 반면, 노동은 물리적인 위치를 바꿀 수 없기에 자본의 협상력에 노동이 끌려다니게 되고, 노동에게 더 불리한 분배를 강요하게 됩니다. 결국 낙수효과도 약해지고 맙니다. 피케티도 이를 지적하면서 "과거가 미래를 먹어치운다"라고 표현하고 있습니다. 한국도 IMF를 거치며 신자유주의가 본격적으로 이식되면서, 양질의 일자리가 희소해지고 노동만으로는 계층 이동이 불가능해지며 지금의 증상이 발현되게 되었습니다.
저자가 내는 처방전은 무엇일까요? 먼저 낙수효과가 다시 작동하게끔 복원하는 것입니다. 기업에 이윤이 분배되지 않은 채 계속 쌓이고만 있어서 문제이므로, 이 댐의 수문을 열어서 경제 곳곳에 순환할 수 있게 하는 것입니다. 기업의 자율에 맡기지 않고 적극적으로 세금을 부과하는 방법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사내유보금에 대한 세금을 부과하는 방법이 그중 하나입니다. 토마 피케티는 자본 전체에 대한 세금인 '자본세'를 제안하기도 합니다. 목적은 세수 확보가 아니라, 부가 유보되어 머물지 않도록 하기 위함입니다.
노동에 있어서는 갈수록 시간을 쪼개 노동을 하는 일이 늘어나고 있으므로 '비정규직 철폐'같은 내용은 능사가 아니라고 합니다. 저자가 주장하는 개선점은 동일 노동, 동일 보상 원칙입니다. 고용 형태에 따라 보상을 주는 것이 아니라, 동일한 업무를 하는 데에 동일한 임금을 부여하자는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기업이 '덜 유연한 대신 싼 노동'과 '유연한 대신 비싼 노동' 사이에서 고용을 고민하기 때문에 고용도 증가하게 될 것이라는 게 저자의 생각입니다. 또 노동에 대한 시간도 줄이고, 자본을 덜 유연화하는 대신에 노동을 아예 자본으로 편입시켜서 주주가 되도록 만드는 방법도 검토해 보자고 합니다. 이를 통해 부의 '엘리베이터'에 노동자들을 탑승시키자는 것입니다.
가장 흔히 거론되는 대안은 기본소득입니다. 포퓰리즘 정책으로 오해받지만, 실제로는 국가가 국민에게 지급하는 배당 성격이 강한 것이 기본소득입니다. 기본소득의 재원은 4차 혁명으로 발달된 인공지능의 노동입니다. 이제 인간이 기계를 착취하여 귀찮고 힘든 일을 떠넘기는 대신, 사람은 편익을 취득하자는 것입니다. 바꿔 말하면, 4차 혁명으로 촉발되고 있는 현재의 기술 혁명으로 인공지능이 본격적으로 상용화되면, 이를 재원으로 기본소득을 지급하자는 것입니다. 현재 ChatGPT로 시작되고 있는 AI 혁명이 본격적으로 발현되고 있는 이때에, 이를 진지하게 고민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저출산에 대해서는 지금 당장 처방을 닥치는 대로 써볼 필요가 있다고 합니다. 시급하고 심각한 증상이지만 지금까지 적극적으로 이를 대처한 방안이 없었습니다. 2006년부터 지금까지 약 300조 원이 투입되었지만 출산율은 계속 하락하고 있는 것이 현 실정이지만, 내막을 살펴보면 지금껏 제대로 된 저출산 예산이 투입되어 본 적이 없다는 것이 저자의 판단입니다. 중구난방이고, 중복된 것이 너무 많아서 제대로 효과를 보지 못한 채 자원이 낭비되고 있다는 것이죠. 저자는 타 국가 사례를 들면서 '엘리베이터' 방식, 즉 출산을 하고자 하는 노동자에게 적극적으로 자원을 지급해서 아이를 낳고 키울 만한 여건을 보장해 주는 것이 시급하다고 합니다.
반면 이민에 대해서는 반대의 목소리를 냅니다. 어떤 사회도 이민자를 무제한 수용할 수 없고, 그 이민자들이 대한민국이라는 국가 공동체의 정체성에 어울리지 않으면 민족 자체가 무너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단순히 사람이 없으니 수입해서 인원수만 채우자는 식의 이민 정책은 막대한 희생을 치를 수 있으니, 대한민국에서 아이를 낳고 키우고 싶게 만드는 것이 우선적으로 고민되어야 하는 것이 저자의 의견입니다.

책은 어찌 보면 정론이라고 할 수 있는 내용들을 재미있고 설득력 있게 잘 설명하고 있습니다. 아쉬운 점은 이런 책이 나옴에도 불구하고 이를 통해 정책을 이끌어야 갈 위정자들은 이것에 관심이 없지 않을까 하는 씁쓸함과 아쉬움이 있습니다. 진짜 읽어야 할 사람들이 이 책을 읽을까요? 지금도 선거를 위해서 위성정당을 만든다느니 등 자신들의 권력 유지에만 목을 매달고 있는 그들을 보면, 대한민국의 멸망은 머지않았을까 하는 걱정이 앞섭니다. 어찌 보면 '노예를 만들고 싶지 않다'라는 젊은 사람들의 투쟁은 당연한 것일지도 모릅니다.
책은 현재 사회문제를 잘 다루고 있으면서도 동시에 경제학 등 기초 지식에 대해서도 설명해 주고 있는, 상당히 친절하면서도 눈높이를 잘 맞춘 책입니다. 사회 문제에 대해서 관심이 많으신 분이라면 이 책이 많은 도움이 될 것입니다. 한번 읽어보면서 사회 구성원들이 어떤 생각을 가지면 좋을지 고민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사회 문제에 관심이 많으신 분들에게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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