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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을 포기할 때 삶은 가벼워진다 ㅣ 서양철학전집 하이엔드 고전 1
미셸 에켐 드 몽테뉴 지음 / 클래시카 / 2026년 7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우리는 정말 내 삶을 살고 있는 걸까, 아니면 남들이 정해 놓은 기준을 따라 살고 있는 걸까?
이 책을 읽으며 가장 오래 붙잡고 있었던 질문이다.
저자는 16세기 프랑스의 사상가 미셸 몽테뉴다. 몽테뉴는 종교전쟁이라는 극단의 시대를 살아가면서도 누구보다 의심하는 사람이었다. 그는 자신의 좌우명처럼 나는 무엇을 아는가?(Que sais-je?)라는 질문을 끊임없이 던졌고, 세상이 당연하다고 믿는 기준들을 하나씩 꺼내어 바라보았다.
이 책 역시 그런 몽테뉴의 사상을 오늘날의 언어로 풀어낸다. 완벽해야 한다는 강박, 남보다 앞서야 한다는 압박, 끊임없는 자기계발에 지친 사람들에게 그 기준은 정말 당신의 것인가?라고 묻는다.
내가 가장 인상 깊게 읽은 부분은 '남들의 성취와 내 처지를 비교하지 마라'였다.
우리는 비교를 멈추고 싶다고 말하지만 사실은 비교의 대상보다 비교의 기준 자체를 의심해 본 적이 없다.
연봉, 집의 크기, 결혼 시기, 자녀, SNS 팔로워 수. 우리는 이런 숫자들을 너무 자연스럽게 인생의 성적표로 받아들인다. 하지만 책은 말한다. 그 숫자들은 누군가가 만든 척도일 뿐이며, 그것이 한 사람의 삶을 온전히 설명해 주지는 못한다고.
특히 마음에 남았던 문장이 있다.
P77. 남이 그어둔 선 위를 뛰는 사람은, 아무리 빨라도 결국 남의 경기를 뛰고 있는 셈이다.
정말 그렇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끊임없이 더 빨리 달리려고 애쓴다. 하지만 막상 왜 달리는지, 그 결승선이 정말 내가 원하는 곳인지 묻지는 않는다. 결국 목표를 이뤄도 또 다른 기준이 생기고, 비교는 끝나지 않는다.
책에서는 비교를 멈추는 방법도 흥미롭게 설명한다.
더 뛰어난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니라 다른 게임을 하는 것이라고. 남의 통계가 아니라 내 감각으로 삶을 측정하는 것이다.
오늘 마신 커피 한 잔이 좋았던 순간, 햇살이 창가에 비치던 풍경, 좋아하는 사람과 나눈 대화처럼 숫자로 환산할 수 없는 것들이 사실은 내 삶의 진짜 가치라는 이야기다.
그 부분을 읽으며 나도 모르게 그동안 내 하루를 SNS나 성과로만 평가하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 하루를 잘 보냈는지가 아니라, 남들에게 보여줄 만한 하루였는지만 따지고 있었던 것이다.
몽테뉴가 위대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그는 정답을 제시하는 철학자가 아니라 끊임없이 자기 자신을 관찰하고 질문한 사람이었다. 이 기준은 정말 내 것인가?라는 질문 하나만으로도 삶이 훨씬 가벼워질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결국 중요한 것은 남보다 앞서는 것이 아니라 남의 경기가 아닌 내 삶을 살아가는 일이었다. 이 책은 그 사실을 몽테뉴의 담담한 문장으로 오래도록 생각하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