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흘러넘쳐도 좋아요 - 혼자여서 즐거운 밤의 밑줄사용법
백영옥 지음 / arte(아르테)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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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날은 괜찮고, 어떤 날은 힘이 들어 집으로 가는 길에 눈물이 나기도 해요. 외롭고 우울한 마음에 병명을 붙일 수 있다면 위로받기 쉽겠지만요. 우리의 고민은 너무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채로 우리를 흔듭니다. p.19

만남에는 끝이 존재합니다. 관계는 시간이 흐르며 변화합니다. 이것만큼 슬픈 진실은 없지만. p.53

예쁘고 귀여울 때 그 존재를 사랑하는 건 쉽습니다. 그러므로 우리가 사랑에 관해 진심을 말할 수 있을 때는 내 옆의 존재가 더 이상 예쁘지 않고, 늙고 힘이 없을 때일 거예요. p.73

타인과 나의 관계보다 중요한 게 나와 나의 관계라면, 그것보다 더 근본적인 건 나와 지금 이 순간의 관계가 아닐까요. 내가 살 수 있는 건 지금 이 순간뿐이고, 미래와 과거는 우리 힘으로 어쩔 수 없는 것이니까요. p.226

<빨강머리 앤이 하는 말>에서 백영옥 작가님은 나는 그저 울고 웃기만했던 앤의 이야기에 숨겨진 희망의 말을 찾아주었다. 너무 늦었다고만 생각만 하던 내게 아직 늦지 않았다고 희망을 전해주던 작가님이 이제는 지쳐버린 우리의 상처에 연고를 발라주신다.

작가님께서 읽으신 수많은 책들에서, 일상 곳곳에서 수집한 치유의 말들이 가득 담겨있는 <그냥 흘러넘쳐도 좋아요>는 삶에 지치고 힘든 우리에게 따뜻한 위로를 건넨다.
작가님께서 읽은 엄청난 책들에서 찾은 밑줄들을 읽다보니 책 한 권을 읽었는데 수많은 책들을 읽은 기분이였다.

이 책을 읽기 전 프롤로그 마지막 세 줄만으로 이 책은 읽는 내내 따뜻하겠구나 느끼게 했던 작가님의 말.

제가 그어온 책 속 밑줄 중 단 하나라도 당신의 상처에 가닿아 연고처럼 스민다면 그것으로 저는 정말 기쁠 거예요. p.9

단 하나의 밑줄이 아닌 책 속 모든 밑줄이 제 상처에 스몄습니다. 따뜻한 그래서 행복했던 치유의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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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양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59
다자이 오사무 지음, 유숙자 옮김 / 민음사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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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을 동경한 적도 없고 사랑조차 알지 못했다. 지금까지 세상의 어른들은 혁명과 사랑, 이 두가지를 가장 어리석고 께름칙한 것이라고 우리에게 가르쳤다. 전쟁 전에도 전쟁 중에도 우리는 그런 줄로만 믿었으나, 패전 후 우리는 세상의 어른들을 신뢰하지 않게 되었다. 무엇이건 그들이 말하는 것과 반대쪽에 진정한 살 길이 있는 것 같았고, 혁명도 사랑도 실은 이 세상에서 제일 좋고 달콤한 일이며, 너무 좋은 것이다 보니 심술궂은 어른들이 우리에게 포도가 시다며 거짓을 가르친 게 틀림없다고 여기게 되었다. 나는 확신하며 거짓을 가르친 게 틀림없다고 여기게 되었다. 나는 확신하련다. 인간은 사랑과 혁명을 위해 태어난 것이다. p.109

세상이란 알 수 없는 거야.
난 모르겠어. 아는 사람이 있으려나? 아무리 세월이 흘러도 모두 어린애야. 아는 게 아무것도 없어. p.118

사람은 이 세상에 태어난 이상, 어떡해서든 끝까지 살아야만 한다면, 이 사람들이 끝까지 살기위한 이런 모습도 미워할 수 없는 게 아닌가. 살아 있다는 것. 살아 있다는 것. 아아, 이 얼마나 버겁고 아슬아슬 숨이 넘어가는 대사업인가! p.136

사양을 읽으면서 전에 읽은 다자이 오사무의 <인간 실격>과 비교하게 된다. 비슷하면서도 다른 두 소설.

다자이 오사무의 인간 실격.
소설 속 화자인 요조. 남성의 이야기로 써내려간 서서히 너무나 처절하게 파멸해가는 그의 이야기.
다자이 오사무의 <사양> 속 가즈코.
그녀는 패전 후 몰락해가는 귀족 집안의 장녀이며 쇠약해진 '마지막 귀부인' 어머니와 함께 삼촌의 도움으로 조촐하게 살아간다. 그리고 남동생 나오지가 전쟁터에서 돌아오지만 술과 마약에 빠져 집안의 돈을 탕진해간다.

삶을 살아가는 것을 버거워하는 동생 나오지와 소설가 우에하라의 모습은 <인간 실격>의 요조의 모습이 겹쳐지고 그래서 여성의 목소리로 그려지는 <사양>과 다른 듯 하면서 비슷하게 느껴졌다.
인간 실격을 읽으면서 처절한 요조의 삶이 안타까웠지만 그의 선택은 이해할 수 없었다. 이 소설에서 요조와 닮은 나오지의 선택 또한.

귀족 집안의 딸. 결혼 실패로 이혼녀가 되어 돌아온 기즈코. 그녀는 왜 계속 아이에 집착한걸까? 힘든 삶에서 왜 굳이 더 힘든 삶을 선택하려는건지. 마지막 페이지를 덮으며 생각했다. 기즈코는 힘든 삶에서 살아갈 이유를 찾으려는게 아니였을까?

요조의 목소리로 파멸을 이야기 한 <인간 실격>의 삶은 처절했고, 기즈코의 목소리로 몰락을 이야기 한 <사양>의 삶은 서글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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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얼 라이즈 아르테 미스터리 16
T. M. 로건 지음, 이수영 옮김 / arte(아르테)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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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을 태우고 집으로 돌아가던 중 테니스를 치러 간다던 아내 멀이 호텔 주차장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발견한 조셉. 아내를 따라 들어간 호텔 주차장.
아내는 한 남자와 심각하게 말다툼 중이였다.

호텔을 떠나는 아내를 불렀지만 듣지못하고 떠나버린 아내. 그 후 호텔에서 아내와 말다툼을 한 그남자. 아내 친구의 남편 벤과 주차장에서 몸싸움을 벌였고 그는 피를 흘리며 의식을 잃고 쓰러졌고 동시에 천식 발작을 일으킨 아들.
아들을 데리고 집으로 돌아가 응급처치를 한 뒤 다시 호텔로 돌아왔지만 모든게 사라졌다.

의식을 잃고 쓰러진 벤, 그의 자동차, 핏자국
그리고 자신의 핸드폰까지

사라진 벤, 계속되는 아내의 거짓말, 자신의 말을 믿어주지 않는 경찰, 자신이 범인임을 말하는 완벽한 증거품들까지. 조셉은 누구를 믿어야 할까?
조셉은 자신과 사랑하는 아들을 지킬 수 있을까?

불륜과 거짓말, 배신만이 기다리고 있는 길 위에서 조셉은 단 하나의 진실을 찾기위해 달려간다.
충격적인 진실, 반전이 기다리고 있는 곳으로.

이 책을 읽으면서 전에 읽었 던 아르테 스릴러 <브레이크 다운>이 생각났다.
불륜, 거짓말, 그리고 진실을 향해 홀로 달려가는 주인공. 그리고 만나게 되는 충격적인 반전까지.
비슷한 부분이 많았는데 단 하나 다른 점이면서 읽으면서 아쉬웠던 한가지. 모든 진실을 알고난 후 우리에게 선사하는 사이다 결말?

브레이크 다운에서 모든 진실을 알고 천천히 그러면서도 완벽하게 반격을 준비하는 모습을 읽으면서 속이 후련했지만 조셉의 수동적인 모습이 답답하면서 약간 아쉬웠다. 열심히 부딪치며 다치면서도 결국 결정적인 증거는 타인이 제공하는 것 - 스포일러면 죄송합니다.

하지만 첫 페이지부터 마지막까지 숨쉴 틈없이 몰입하게 만드는 긴박함. 증거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조셉을 어느새 응원하고 있고, 예상치 못한 반전에 소름돋았다.

스릴러는 여름이란 공식은 이제 그만!
가을밤에도 스릴러는 재밌다.

리얼라이즈,스릴러,아르테,TM로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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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에는 와인이 필요하다 - 국가대표 소믈리에의 와인 이야기
정하봉 지음 / arte(아르테)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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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명하되 즐겁게 와인 소비를 하길 권한다. 우리가 와인을 마시는 이유도 결국 삶을 즐겁고 풍요롭게 하기 위한 것이다. p.263

나에게 있어 와인은 레드, 화이트, 로제 와인.
육류는 레드 생선은 화이트
맥주를 사랑하는 맥주러버는 다른 술은 거의 마시지 않는다.

와인이 맛있고 술은 건강에 좋지 않다는 말과 다르게 적당한 와인은 몸에도 좋다는 말에 와인에 도전했던 기억이 있다.
몇 번의 도전은 모두 실패였고 와인은 나에게 있어 어렵기만 했다.

우리나라 국가대표 소믈리에 정하봉의 와인 이야기.
와인은 어렵다고 생각하는 나같은 사람
와인을 시작하고 싶은데 어디서 부터 시작할지 막막한 사람
평소 와인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와인과 더 친해질 수 있는 와인의 모든 것

와인처럼 어렵지 않을까 싶었지만 와인의 역사부터 구세계, 신세계 와인의 차이.
빈티지, 떼루아 등 들어보기만 했던 와인의 언어들을 친절하게 설명해주셔서 어렵지 않게 쉽고 편안하게 읽을 수 있었다.

이 책을 읽는 동안 이상하게 와인 한 잔 하고 싶어졌다. 그리고 알았다. 친구에게 선물받은 와인이 있는데 우리집에는 와인잔이 없다는 것.

진짜 와인과 참 안친했구나. 이 책에서 추천하신 와인부터 천천히 조금씩 와인과 친해지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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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 플라이트 오늘의 젊은 작가 20
박민정 지음 / 민음사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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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이후 우리는 오랫동안 만나 오면서 결국 다짐을 했어요. 언제나 의미 있는 일에만 인원수를 채워 주자고. 가령 정족수를 채워 주는 일 같은 것. 나라도 없으면 의사 결정이 이루어지지 않는 곳에서. p.48

이게 무중력이란 겁니다. 땅에 묶여 살아가야 하는 인간의 운명을 잠깐 벗어나는 시간이죠. p.75

아빠. 가장 가까운 사람들이 상처를 주는 것 같아요. 멀리있는 사람들은 상처를 줄 수조차 없죠. p.123

아버지에게 배운 수많은 것들 중 가장 고마운 것도 그런 것이었다. 상대가 아픈 이야기를 할 때 쓸데없는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물어보지 않는 것.
지금 있는 건 나중에 없을 수도 있어. 기억 속 풍경, 그런 걸 어떻게 믿니. 눈에 보이지도 않는데. p.193

한 여자가 죽었다.
스스로 차를 몰고 달려 저수지로 들어갔다. 그녀의 직업은 승무원이였다.
그녀가 남긴 편지 형식의 일기 속 수신인은 아빠였다.
오래전 헤어져 남보다 못한 사이가 되어버린 아빠에게 보낸 편지

내 딸이 죽었다.
부인과 헤어지고 만나지 못하고 살던 딸 유나의 죽음. 그리고 일기 속 나에게 남긴 글.
오래간만에 만난 딸은 사진 속에서 환하게 웃고있다.
그리고 유나의 친구들이 내 앞에서 유나의 죽음이 자살이 아니라고 억울하다고 말한다

그녀가 죽었다.
대령의 딸. 강압적인 상사와는 달리 사랑스러웠던 유나.
오랜 시간이 지나 항공사에서 다시만난 유나.
유나를 예뻐했던 아내는 깨어나지 못하고 있고 유나는 죽었다.
그리고 나를 기억하지 못하는 예전의 상사. 유나의 아버지가 나를 찾아온다.

아버지의 이야기를 할 때마다 어두웠던 유나 누나의 표정.
장례식장에서 처음 유나의 아버지를 만났다.
왜 누나의 아버지는 이제야 누나를 찾고 있지?
미안해 누나. 그런데 말야. 그래도. 누나 아버지가 이럴 자격이 있어?

이 책은 슬프겠구나. 이 책은 가슴 아프겠구나.
책을 읽기 전 들었던 생각이다.
물론 안타깝고 슬픈 주제로 시작되지만 이상하게 이야기는 담백하다. 그 담백함하고 무거움이 주는 쓸쓸함.

일기로 전하는 유나의 이야기.
유나의 아버지 정근.
정근의 운전병에서 유나의 직장동료로 다시 만난 영훈.
그리고 유나의 남자친구 주한.
그 들의 이야기가 교차되며 유나의 죽음에 조금씩 다가간다.

정근이 유나의 죽음의 비밀을 찾기 위해 노력하지만 소설의 마지막까지 그 비밀을 모르는 유일한 인물은 정근이다.
하지만 정근은 예전처럼 침묵을 선택하지 않고 끝까지 유나의 비밀을 찾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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