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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분
파울로 코엘료 지음, 이상해 옮김 / 문학동네 / 2004년 5월
평점 :
파울로 코엘료의 [연금술사]를 읽은 사람들은 매우 흥미로운 마음으로 11분의 ?장을 펴게 됐을것이다.
연금술사에서 보인 그의 인간에 대한 희망과 애정, 소중한 무엇, 마크툽, 오아시스 등을 떠올리면서 여전히, 11분으로부터 겨울철 석탄난로 위에서 조용히 끓어오르는 보리차와 같은 따스함을 만끽하고 싶었을지도 모르겠다.
11분은 천만의 말씀으로 시작한다. 작가가 서문에 밝힌것처럼, 창녀의 삶을 이야기한다는 것이 그 자체만으로도 매우 불편한 일이 아닐수 없었으리라
그러나, 황석영 선생의 [심청]과 마찬가지로, 11분에 등장하는 마리아나 심청이나 자신이 처한 상황을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자세로 살아간다는 점에서 두 소설은 여성의 성장소설이자 자아에 대한 시선돌림 없는 고찰이라고 할 수 있다.
괴롭기만 한 심청의 이야기가 역사적 광풍에서 살아갔던 우리 어머니들의 이야기라면, 브라질 소녀에서 여인으로서 육체를 통해서 또는 돈을 벌기 위한 직업으로 시작했지만, 소통의 한 방법으로 성을, 통해서 사랑을 깨달아가는 마리아의 이야기는 우리 시대 남성,여성들 모두에게 해당되는 이야기인지도 모르겠다.
마리아에겐 육체적 아름다움도 있을뿐만아니라, 자신의 자아를 들여다 볼 줄 아는 슬기로움도 있다.
또한, 한 남성-미술가-이 그녀가 가진 빛을 대한 이야기를 했을때, 그 빛을 찾아서 결단하는 의지력도 가지고 있다.
마리아는 제네바의 고급 매춘 시스템에서 창녀의 삶을 시작한다. 그녀에게는 하루 1시간의 시간이면 모든 관계가 마무리되는 매춘을 통해 350프랑을 번다. 그녀는 불감증이고, 그녀는 창녀로서 사랑을 구석의 다락방속에 꼭꼭 숨겨 놓았다.
그녀는 우연히 들른 카페에서 성공한 미술가인 랄프를 만난다.
그 역시 그 고급 매춘 시스템을 이용하는 특별손님이지만, 손님이 아닌 미술가와 모델로 만나게된 그 자리에서 만큼은 그는 그녀를 일순간에 사랑하는 연인이 된것이다.
두사람은 공원을 거닐면서 데이트를 한다. 두사람 사이에서는 여성과 남성으로서의 사랑에 대한 단순하면서도 고차원적인(?) 질의응답의 시간이 오간다.
우리는, 필요악이라는 매춘에 대해서 일종의 묘한 감정을 가지고 있다.
매춘은 합법적이지 않지만 매우 합법적이라고 생각한다.
애인이나, 아내에 대한 죄책감이 크지 않기 때문이라고들 말한다.
왜냐하면, 창녀를 사랑하지는 않으니까....ㅡㅡ;;;
그런데, 마리아는 창녀이지만 창녀가 아닌 여인이었다.
불감하고 사랑을 두려워하는 여인일 뿐이다.
랄프는 그녀에게서 빛을 보고, 그 빛이야 말로 마리아가 사랑 받을 수 있고, 또 충분히, 훌륭히 사랑을 할 사람이라는 것을 일깨워 주기위해 노력한다.
마리아는 진정 사랑하는 랄프가 생김으로서 자신의 창녀생활을 접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창녀라는 직업이 더럽거나 추해서가 아니라, 창녀라는 직업이 주는 사랑할 수 없음에 대한 후회이기때문이다.
그럼에도, 그녀는 그를 떠나고자 한다. 자신이 계획했던 브라질로의 귀향과 농장경영을 위해서 말이다.
그녀는 새디즘과 마조히즘을 요구하는 특별손님을 통해서 사랑이 없어도 가능한 인간간의 소통과정에서 몸이 어떻게 다루어질 수 있는지를 배우게된다. 몸은 의식과 전혀 별개의 소통구조를 가지고 있다. 몸은 몸인 것이다.
코엘료는 그것을 [생식기간의 포옹]이라고 표현했다. 해부학 용어같기는 하지만 매우 적당한 단어라는 생각이다.
마리아는 사도마조히즘을 느끼고 나서 환희, 몸의 기쁨이, 의식이 갇아놓은 한계를 부수고 전진할 수 있음을 배운다. 그것은 의식이나 공부가 어떤 한계를 넘어설때처럼, 몸의 한계를 넘어서는 것 역시 기쁨임을 말한다.
코엘료는 랄프의 입을 통해서 성의 역사를 말한다.
직업적 창녀와 성스러운 창녀까지.....불교집안에서는 육보시라고 하는 개념이기도 하다..
마리아는 쾌락으로 몸의 한계를 극복하고, 반대로 랄프를 통해서 고통의 한계를 부수고 나서 얻는 사랑..모두를 얻었다. 그녀는 몸과 마음의 한계까지 모두 평정한 것이다. 그녀는 창녀가 아니고 그녀는 진정으로 사랑하고, 받을 수 있는 여성으로 성장한 것이다.
그녀는 몸이 마음을 대신해서 말하는 시간을 랄프와 가지고 떠난다....
브라질로....그리고 마지막 반전도 있다...^^;;
11분은 인간의 성교에 대한 시간이란다.
이책의 마지막 약 30페이지는 저질 포르노가 아닌 격조높고, 소설의 두주인이 뿜어내는 격정적이면서도 말이 없는 순수한 사랑의 에너지로 꽉차있다. 작가의 대단한 필력!!!
마리아는 우리가 언제 어디서고 만나서 사랑하게 될지 모르는 모든 여성인지도 모르겠다.
코엘료의 11분은 연인들에게 많은 생각거리를 줄 소설이다. 남녀간에 어떤 수작을 통해서
어떤 방식으로 연애의 감정이 일어나고 이어져 나가는지...작은 에피소드이자 일탈로 여겨질만한 도서관 사서의 사랑이야기까지 가다보면 우리몸과 우리 마음에 대해 우리가 얼마나 알고 있는지 모르고 있는건지 매우 궁금해질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