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신 클래식 라이브러리 5
프란츠 카프카 지음, 목승숙 옮김 / arte(아르테)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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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제 실제 사정을 보면, 굴이 -심각한 위기 상황에서는 현실을 보지 못하는 법이지만, 안전한 시기에서조차도 현실을 보는 이러한 눈을 먼저 갖춰야 한다.- 물론 안전도 상당 부분 제공하지만 완전히 충분하지는 않은데, 굴 안에 있으면 언젠가는 근심이 완전히 사라지게 되는 걸까?"



카프카는 역시 카프카. 변신은 역시 변신. 그런데 굴도 괜찮다..?

물론 이 모든 사실로 때때로 또는 어쩌면 늘 이러한 결함이 나를 불안하게 만들지 않았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평소 산책할 때 굴의 이 부분을 비켜 가는 것은, 주로 쳐다보기 찜찜하기 때문이거나 의식 속에 이러한 결함 때문에 이미 극도의 불안이 조성되어도 굴의 결함을 늘 면밀히 관찰하고 싶지는 않기 때문이다.

첫번째 작품 <굴>은 주인공이 자신의 보금자리인 굴안에서 안락함을 느끼는 동시에 현실을 마주하길 안주하며 자그마한 외부 자극에도 무척 불안해 하여 보기만 해도 숨이 턱 막히게 만듭니다. 기분탓인지, 혹은 작가가 설치한 장치였는지는 모르겠으나 <굴>을 읽는 내내 글자가 유독 다닥다닥 붙어있어 답답하고 불안감이 계속 유지되었습니다.

결국 <굴> 주인공은 결말에 이르러 까지 불안을 유지하나, 사실 그 외부 자극-불안-은 아무런 결과도 초래하지 않았습니다. 그러한 점은 <굴> 마지막 부분에서 잘 알 수 있죠.

그런데 모든 것이 변함이 없고...

<굴> 외에도 <변신>, <학술원 보고>, <단식예술가> 이렇게 실려있습니다. 저는 네 작품 인상적으로 읽었습니다만, 그래도 <변신> 작품이 반가우면서도 마음에 들었던 거 같습니다. 그 다음은 <굴>이었고요. <변신>은 너무나 유명한 작품이기에 리뷰는 <굴>로 적어봤습니다.

수록된 작품마다 저자의 무한한 상상력과 그걸 풀어나가는 전개 방식 그리고 문장의 한줄 한줄이 얼마나 짙고 깊은지 읽는 내내 역시, 역시 싶었어요. 소외와 고립 그리고 본질. 이를 바탕으로 피어난 여러 생각들이 이미지화 되어 제 머릿속을 온통 뒤집어놨어요.

번역도 부드러워서 읽는 데 아주 스무스했습니다. 게다가 책 표지도 상큼하고 가벼운 재질이라 읽기 편했습니다. 요즘처럼 선선한 날씨와 은은한 햇빛이 잘 어울리는 표지예요.

오랫동안 사랑 받는 작가는 다 이유가 있는 거겠죠. 오랜만에 카프카 작품을 본격적으로 읽을 수 있어 너무 좋았습니다.

해당 리뷰는 도서 협찬을 받아 주관적으로 적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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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 인간
알도 팔라체스키 지음, 박상진 옮김 / 문예출판사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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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 인간>은 1911년에 초판이 출간되었고, 1958~1962년 다섯 번째 개정판이 출간되었습니다. 무려 다섯 번의 개정판이 출간될 정도이니, 작가 알도 팔라체스키가 <연기 인간>에 쏟은 정성이 보통은 아니란 걸 알 수 있죠.


<연기 인간> 속 군중들은 연기 인간이자 주인공인 페렐라보다 더 가볍기 그지없어요. 그들의 변덕은 연기로 이뤄진 주인공보다 훨씬 가볍게 뒤집히고 또 뒤집히거든요.


시작부터 골 때립니다.


소설의 시작은 우연히 연기 인간 페렐라가 발견되면서 시작되요. 그리고 그를 발견한 군중들은 페렐라의 의도와 별개로 온갖 추앙을 합니다.


그날 이후로 페렐라는 근위병부터 시작해서 근위기병 그리고 나악 화가, 시인, 하인, 박사, 사진사, 은행가 나중엔 대주교와도 만나게 됩니다.


그리고 페렐라와 대화할 기회를 얻은(?) 이들은 연기 인간인 페렐라에게 온갖 호기심을 갖고 자신들의 욕망을 마구잡이로 퍼붓습니다. 그 과정은 마치 소설이 아닌 연극처럼 느껴졌어요. 생동감이 넘치는 동시에 관중들의 광기가 느껴졌거든요.


그리고 페렐라를 향한 군중들의 의미 모를 존경심은 순식간에 뒤바뀝니다. 그 과정은 너무나 갑작스레 다가오지만, 또 개연성이 있어 눈물나게 뒤통수가 얼얼해요.


실체가 불분명한 연기 인간을 제멋대로 떠받들다가 제멋대로 쳐내는 군중들의 광기와 모순이 읽는 내내 소름 끼쳤습니다. 꼭 읽어보시길 추천 드릴게요. 페렐라가 원하는 대로 가볍게 읽히고 결말도 다른 의미로 가볍지만, 절대 스토리 자체는 맥 없이 가볍진 않을 거에요.


"영혼은 무엇으로 이루어지는지요?"


"영혼은 정신입니다."


"그게 보입니까?"


"정신은 보이지 않지요."


"그렇다면 당신은 사람이 하늘로 오르는 걸 보신 적이 없다는 겁니까?"


"우리에게 보이지 않아도 선택받은 모든 정신은 하늘로 오릅니다."


"다른 정신은요?"


"다른 정신은 아래로, 지옥으로 묻힙니다."


"더 무겁기 때문에."


"물론이죠. 죄의 무게에서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지요."


"바로 그거군요."



해당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 받아 주관적으로 적은 리뷰입니다.


간만에 텍스트로 광기를 느꼈습니다. 정말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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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과 정신분석
스즈키 다이쎄쓰.에리히 프롬.리처드 드 마르티노 지음, 김혜원 옮김 / 문사철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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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울리지 않는 두 단어가 만났습니다.


<선과 정신 분석>은 에리히 프롬과 스즈키 다이쎄스 그리고 리처드 드 마르티노, 세사람이 각기 다른 관점에서 선과 정신 분석에 대해 고찰하여 엮은 명저입니다.



"선의 본질은 깨달음을(satori)를 얻는 것이다."


"깨달음은 완전히 정상적인 마음 상태인 것이다."


"선은 평상심이다."


"문이 안으로 열리느냐 아니면 밖으로 열리느냐는 모두 경첩의 조정에 달려 있다."


"당신의 모든 정신활동은 이제 다른 방향에서 작동하게 될 것이다. 그것은 당신이 이전에 경험했던 어떤 것보다 더 만족스럽고, 더 평화롭고, 더 기쁨으로 가득 찰 것이다. 삶의 풍조가 바뀔 것이다. 선에는 활기를 되찾게 하는 무언가가 있다. 봄에 피는 꽃은 더욱 예뻐 보일 것이고, 산천은 더욱 시원하고 맑게 흘러갈 것이다."


"위에서 인용한 구절에서 스즈키 박사가 묘사한 행복의 진정한 성취가 깨달음이란 것을 아주 분명해 보인다."


"선은 자신의 본성을 깨닫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는 '너 자신을 알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앎이 현대 심리학자들의 '과학적' 지식은 아니다. 즉 자기 자신을 대상화하여 아는 지성적 지식이 아닌 것이다."


"다시 말해서, 선에서 자기를 안다는 것은 지적으로 안다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소외되지 않은, 아는 사람과 알려지는 대상이 하나가 된 완전한 체험이다."



<선과 정신 분석>은 완독에 의미를 둘 게 아니라 숙독에 의미를 둬야 할 책이라 생각합니다. 읽는 내내 눈꺼풀이 크게 뜨였다가 고개를 끄덕이다가 갸웃거리길 반복했어요.


그러다 보니 이 명저를 한정적인 방식으로 표현하기엔 무리가 있습니다. 다만, 한 가지는 콕 찍어 말씀드리고 싶은 게 숙독 할수록 절대 후회하지 않을 명저라는 점이에요!


근로자의 날이라 오랜만에 드라이브를 다녀왔는데요. 나무 그늘에서 <선과 정신 분석>을 읽고 있으니 머리는 이해하느라 복잡해도 마음은 새로운 자극에 흥미가 뿜뿜이었어요.


인덱스 플래그를 붙여둔 곳을 다시 되새기며 읽을 때마다 고개가 끄덕여지면서 또 처음 읽었을 때랑은 다른 맛이 납니다.


그게 바로 철학의 매력일까요? 앞으로도 주위에 자주 두고 읽어볼 생각입니다!


해당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 받아 주관적으로 적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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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란 무엇인가 - 우리가 지금 공부해야 하는 이유 아우름 51
한근태 지음 / 샘터사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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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일이 공부입니다.

44p

자신의 천직이 무엇인지 알고 싶다면, 나 자신에게 "돈이 넘치도록 있어도 꼭 하고 싶은 일이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져보라는 글을 본 적이 있다. 몇 해 전에는 약간의 고민을 해가며 답했을지도 모르지만, 그 당시 나는 망설임도 없이 대답했다. 그리고, 그 일이 사실 내 본업이다.

내 본업을 업으로 삼기 위해 노력한 게 무어 있냐 묻는다면, 일을 일처럼 시달리지 않고 즐겁게 공부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래서인지, 이 책에서 가장 마음에 와닿는 포인트가 "사실 일이 공부입니다."라는 부분이었던 거 같다. 문장으로 보기에는 끔찍해 보일지도 모르지만, 난 저 문장을 보는 순간 뿌듯하고 공감됐다.

공부라는 표현이 조금 무섭다면 이렇게도 표현할 수 있겠다. 마치, RPG 게임에서 렙업을 하듯이 차근차근 쌓아간다 생각하면 편할까? 난 그렇게 본업을 공부하고 써먹는다. 많은 작품들을 접하며 기승전결에 어떤 사건들이 어디에 배치되어 있는지 살핀다거나, 매력적인 인물의 특징을 분석해 본다거나. 책을 읽으며 모르는 어휘들을 찾아보고 익히려 노력하고, 다양한 노래를 들으며 소재와 분위기를 얻어 간다. 혹은 선배들께 자문한다거나 선배들이 자신들이 밟아온 과정을 적어둔 책을 사서 읽는다거나. 이런 과정들을 겪으며 난 일을 공부한다. 그리고 그 공부들이 어려울 순 있어도 지겨웠던 적은 없었다. 그러니 연말이고 크리스마스고 내내 책상 앞에 잡혔어도 웃으며 지내겠지만. 아무튼, 저자의 말대로 우리는 공부에 대한 인식을 넓혀야 할 필요가 있다.

얘가 정말 공부를 왜 해야 하는지 깨달았을까? 지금 이 순간에도 모르겠다. 이번에는 전교 3등을 했다며 다른 가족들은 기뻐했지만, 난 걱정이 앞섰다. 전교 3등씩이나 했음에도 동생은 "이제 동물의 숲 해도 되죠?"라는 말만 했기 때문이다. 전교 3등이란 성적은 동생이 동물의 숲을 하기 위한 패스권인 셈이다. 이러니 걱정이 안 될 수가 없다.

그래서, 이번을 기회로 동생에게 <공부란 무엇인가>를 읽도록 추천해 줄 것이다. 백날 내 입으로 "공부해야 한다. 그래야 네가 원하는 직업이 생겼을 때 성적에 발목 잡히지 않고 너의 길잡이가 되어 줄 것이다"라고 외치는 것보다, 누구든 인정할 만큼 객관적으로 아주 뛰어나게 공부를 잘한 저자가 충고, 직언, 설득, 이해를 일목요연하게 담은 책이 훨씬 낫지 않겠는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이렇듯, <공부란 무엇인가>는 10대 학생부터 나이 상관없이 모든 사람들에게 필요한 충고를 해준다. 공부는 마냥 학생의 몫이라고만 생각하지 말고, 확장에 확장을 해나간다면 인생이 더 재미있지 않을까? 그런 의미로 올해 첫 책으로 <공부란 무엇인가>는 내게 긍정적인 자극을 선사했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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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길어 올리기 - 그 설핏한 기억들을 위하여
이경재 지음 / 샘터사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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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대껴온 세사들은 추운 겨울을 견뎌 내야만 비로소 피는 봄꽃처럼 모두 아름답기 때문입니다. 지금 절망뿐인 시간 속에 계신 분들은 무슨 허튼소리냐고 핀잔주시겠지만 '절망'도 흘러갑니다. 아픔이 일상이 되어 무디어져 가고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받아들이면서, 세월이 됩니다. - p5

첫인사부터 너무 근사한 나머지 나도 모르게 "이 세상에 글 잘 쓰는 사람이 왜 이렇게 많은 걸까"라며 투정 아닌 투정을 부렸다. 아니나 다를까, 저자의 문체에는 특유의 유머러스함과 세련된 표현들이 잔뜩 담겨 있다. 게다가 어울리는 음악까지 QR코드로 적어놨으니, 이 얼마나 철근처럼 꽉 찬 책인가. 오랜만에 눈과 귀 그리고 머리와 마음까지 잠입한 책이다.

19살, 수시를 마치고 한창 공부와 멀어졌을 무렵 재즈 책에 푹 빠진 적이 있다. 그 당시 책 한 권에 CD 1장씩 함께했는데, 아직도 그 CD 속 음악과 함께 읽은 책 내용이 눈앞에 선할 지경이다. 이처럼, <시간 길어 올리기>는 단순한 독서의 느낌이라기보단, 19살 당시 내가 가진 추억과 함께 시간을 길어 올려줬다. (책 표지까지 무엇 하나 빠짐없이 멋진 책. 심지어 크로아티아 스플리트의 '디오클레티아누스 궁전'에서 저자가 스마트폰으로 촬영한 책이란다. 사진도 잘 찍는 만능.)

아무튼, 그런 삶을 살고 있어서인지 <시간 길어 올리기>는 마스크에 가려진 내 숨통을 탁 트여주는 책이었다. 게다가 제목 뽑는 센스 역시 배우고 싶을 만큼 뛰어나서 읽어보고 싶게 만드는 재주까지 지녔다. 그래서인지 책장을 넘길수록, 저자가 적어놓은 글을 읽을수록 저자에 대해서 궁금증이 커졌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저자는 자신이 경험해온 온갖 별천지와 아는 것들, 좋아하는 것, 직접 보고 들은 것까지 여유롭게 넘나들며 독자들을 책 속에 퐁당 빠트린다. 마치, 탁구 시합을 관전하는 어수룩한 아이처럼 저자의 능숙한 토스에 넋을 잃고 읽어내렸다. <시간 길어 올리기>는 그런 책이다. 독자가 책을 펼치는 순간, 이제 막 개업한 대형마트에 들어선 아이로 만드는 책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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