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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레에다
여름 장면에서 하나 더 여쭙고 싶은 게 있어요. 그 장면의 라스트 컷은 하쓰에를 연기한 키린 씨의 라스트 컷이기도 한데요. 가족이 해변에서 뛰어노는 모습을 보는 옆얼굴이 무언가중얼거렸어요. 하지만 무슨 말을 하는지 현장에서는 몰랐죠.
편집 때도 어지간히 해독이 안 됐지만, 반복해서 편집감독이랑 봤더니 알겠더군요. "고마웠어"라고 말했다는 걸요.

키키: 아아… 정말 그랬어?
고레에다:
확실히 그렇게 말했어요.. 그래서 닭살이 돋았죠. 그 대사도저는 각본에 안 썼으니까요. 좋은 옆얼굴이야, 마지막에 어울리는 굉장한 장면이야, 하고 생각했지만 거기에다 "고마웠어" 라니. 피가 이어지지 않은 가족을 향해서 말이죠.
키키: 그렇게 말했구나………. 뭐, 하지만 그 여름의 바닷가에서 그런 느낌이 들긴 했어. 소 뒷걸음치다가 쥐 잡은 격인데, 말하자면 고레에다 감독이 배우를 믿어주는 결과 그런 식으로 찍게 된달까. 믿음을 살 정도의 배우는 아니지만, 고레에다 감독의 영화에 나온 사람이라면 다들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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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궁금하지 않다. 오후의 빛나는 유리창에 마른 빗물자국, 알라딘 중고 책방에서 제목에 끌려 사놓고는 열어보지도 않은 책. 방금 나온 소이 라테의 맛. 나는 어떤 사람이 될는지, 어떤 사람을 사랑하게 될는지 궁금하지 않다. 이렇게살다가 조금씩 소멸되는 것도 좋겠지.


계속되는 삶의 외로움과 고독 속에서 살아남는 법은 자극에무뎌지도록 훈련하는 것이었다. 지금은 날 사랑하지만 당신은 언젠가 떠날 거야. 지금 작품은 좋은 이야기를 듣지만 다음 작품은 분명 비난받을 거야. 이런 생각을 끊임없이 하며마음이 들뜨지 않게 눌렀다. 미친 듯이 낙담하거나 행복에 겨워 하늘을 날지 않기 위해서 나를 누르고 다져왔다. 나는 그걸 평정심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나는 어떤 기쁨이 와도 그렇게 기뻐할 것도 없게 되었다. 지금은 외로워도 언젠가는 서로를 이해하는 사람을 만나게 될 거라든지, 지금은 작업이 잘되지 않지만 곧 풀릴 거라는 생각에는 설득력이 없다. 왜 나에겐 부정적인 어휘가 더힘 있고 현실적으로 다가오는 걸까. 희망을 믿지 않는 자는할 말을 잃는다.
- P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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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를 마치고 불 꺼진 방에서 트위터가 켜진 스마트폰 불빛에 의존하여 누워 있다 보면 스스로가 너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든다. 세상의 사진 찍히는 아름다운 것들에 비해 나의 외면은 너무 부족하고, 리트윗과 하트를 받는 글들에 비해 나의내면은 너무 부족하다. 그나마 노력해서 가지고 있는 것도 빠르게 흘러가는 세상에 휩쓸려 금세 사라지겠지. 마치 해가 지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나는 점점 사라질 것이다.
이런 생각은 스스로를 괴롭히기 위해서 습관적으로 하는 행동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이렇게까지 별로인 방식으로 스스로에게 못되게 굴 필요는 없다는 것도 알고 있다. 하지만 나는 기회만 되면 내 영혼을 헐값에 팔아님기고 겉으로 보기에그럴싸하면 그만이라고 생각하는 허접한 인간이다.
"죽고 싶었던 적이 있나요?"
하고 물으며 우리는 어색함에 웃었다.
"정말 죽고 싶었던 적은 없어요. 그렇지만 죽고 싶을 정도로,
어쩌면 그 이상으로 괴로웠던 적이 있었어요."
그녀는 대답했다.

"내가 너 때문에 죽는 거야. 나는 너 때문에 죽을 거야. 그렇게 말한 적이 있어요. 어떤 고통을 끝내는 키가 나의 죽음이라고 생각한 적이 있어요."
나는 그날 밤 트위터에서 어떤 죽음을 접했다. 오며 가며 리트윗되던, 이름만 들어본 밴드였다. 그들은 투어 매니저와 함께 공연을 하러 가는 도중에 교통사고로 전원 사망했다. 너무나 충격적이어서 눈물이 흘렀다. 그들의 공연 영상을 유튜브에서 찾았다. 귀엽고 호젓한 느낌의 음악을 연주하는 그들의머리카락이 강바람에 빛나며 흩날렸다. 그 머리칼을 만지고싶었다. 그럴 수는 없다. 방금 전에 이 세상에서 사라졌으니.
누군가의 연인이 죽었구나. 다시 눈물이 났다.

김영하의책 읽는 시간

작가 김영하의 팟캐스트 ‘책 읽는 시간이 없으면 나는 살아갈 수가 없다. 그는 어떤 에피소드에서 이 방송은 자면서 듣는 용도로 만들어진 게 아니라고 진지하게 말했고 나는 부끄러움에 덮고 있던 이불에 얼굴을 묻었다. 나는 거의 매일 잠들기 전부터 깨어나서 정신을 차릴 때까지 이 방송을 은은하게 틀어놓는다.
잠들기 전의 시간이 너무나 괴롭다. 이불을 덮고 누우면 하루와 일주일, 한 달간 부끄러웠던 나의 행동들이 모조리 떠오르기 때문이다. 따뜻한 몸에 시퍼런 칼날이 닿는 것처럼 정신이 아득해진다. 그럴 때 ‘책 읽는 시간‘의 귀여운 오프닝 음악을 들으며 그의 지적이고 섹시한 목소리가 거기에 있다는 것을 확인하면 나는 쉽게 긴장을 풀고 잠에 들 준비가 되는 것이다. 당분간 새로운 업데이트는 없을 것으로 느껴지지만 내겐그간의 에피소드를 영원히 반복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책 읽는 시간이 있기에 나는 편안히 잠을 이루고 지적인 아침을 맞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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