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궁금하지 않다. 오후의 빛나는 유리창에 마른 빗물자국, 알라딘 중고 책방에서 제목에 끌려 사놓고는 열어보지도 않은 책. 방금 나온 소이 라테의 맛. 나는 어떤 사람이 될는지, 어떤 사람을 사랑하게 될는지 궁금하지 않다. 이렇게살다가 조금씩 소멸되는 것도 좋겠지.


계속되는 삶의 외로움과 고독 속에서 살아남는 법은 자극에무뎌지도록 훈련하는 것이었다. 지금은 날 사랑하지만 당신은 언젠가 떠날 거야. 지금 작품은 좋은 이야기를 듣지만 다음 작품은 분명 비난받을 거야. 이런 생각을 끊임없이 하며마음이 들뜨지 않게 눌렀다. 미친 듯이 낙담하거나 행복에 겨워 하늘을 날지 않기 위해서 나를 누르고 다져왔다. 나는 그걸 평정심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나는 어떤 기쁨이 와도 그렇게 기뻐할 것도 없게 되었다. 지금은 외로워도 언젠가는 서로를 이해하는 사람을 만나게 될 거라든지, 지금은 작업이 잘되지 않지만 곧 풀릴 거라는 생각에는 설득력이 없다. 왜 나에겐 부정적인 어휘가 더힘 있고 현실적으로 다가오는 걸까. 희망을 믿지 않는 자는할 말을 잃는다.
- P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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