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의 시간
유영민 지음 / 자음과모음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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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만부 베스트셀러 <오즈의 의류수거함> 유영민 신작.

<화성의 시간> 

제목을 보면서 왜 생명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불모지와도 같은 행성이 등장했을까?

바쁘게 돌아가는 세상에서 수 많은 사람들 속에서 둘러쌓여 살고 있지만 나만의 행성에 갖혀 외롭고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는 뉴스가 언뜻 떠오른다.

<화성의 시간>은 우연히 접한 신문기사 <사망보험금 타려 아내 5년간 감금>가 작품의 모티브가 되었다.

국내에서 매년 10만 명이 실종된다는 사실적인 소재로 어떤 내용일까 궁금하게 만든다.




인간의 공허와 고독에 대한 입체적 사유 


시장에서 장을 본 이후 신종된 문미옥.

아이의 신발, 만두를 앞에 두고 눈물을 떨어 뜨리던 그 모습이 뭔가 사연이 있음을 짐작할 수 있는데 그 날 이후 실종 되었다.


어느날 민간조사원(사설탐정)으로 일하고 있는 전직 형사 성환에게 6년전 실종된 동생을 찾아 달라는 의뢰가 들어온다.

실종된지 5년이 지나 실종선고를 받으면 사망처리가 되어 보험금을 탈 수 있는데 그 금액이 무려 30억.

보험금의 수령인은 매부. 

혹시 단순 실종이 아닌 음모가 아닐까 하는 의구심과 진실을 밝히고 싶은 오빠의 간절함이 담긴 의뢰다.

먼저 성환은 결혼 1년 후 실종된 문미옥의 행방을 찾아 남편 오두진의 사무실에 방문한다.

온화하면서도 선한 이미지의 오두진에게서​ 미세하게 새어 나오던 결핍과 공허의 냄새가 난다.

같은 사무실에 근무했어도 두진과 미옥의 연애를 눈치채지 못했던 직원들, 인내심을 요구하는 디오라마, 들어오는 사람들을 향한 보여주기식 아내의 사진 액자, 오두진의 불가해한 마지막 미소가 마음에 걸린다.

누군가에게 뭔가 있다고 느낄 때면 상대에 대한 강렬한 집착을 갖곤 하는 성환.

감춰져 있는 것이 은밀할수록 집착의 강도는 커지게 마련이다.



"호랑이를 그릴 때 가죽은 그려도 뼈는 그리기 어려우니, 사람을 안다 해도 얼굴은 알아도 마음은 알 수 없느니라."

-명심보감- 




문미옥의 행방을 찾아나선 성환은 제빵공장에서 근무했던 최수연, 이여정을 통해 동거남 한승수를 알게 되고 미옥과의 둘 사이에 아이가 있음을, 아이가 심장병을 앓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아이를 살리기 위해 갖은 방법을 다 써봤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미옥이 아픈 자식을 버리고 다른 남자와 결혼할 사람이 아님을 확신한다.

또한 아프리카어린이에게 후원금을 보내고 길고양이 먹이를 챙기는 미옥의 심성으로 보아 아이를 버리고 떠날 사람으로 보이지 않는다.

왠지 학교폭력 때문에 자살한 딸아이가 문미옥과 겹쳐 보여 사건의 실마리가 방향을 잃고 있어가는 가운데

오두진과 문미옥의 공모를 떠올린다.

문미옥이야 아이의 수술비 때문에 돈이 필요하지만 잘나가고 있는 오두진이 뭐가 부족해서 그런 공모를 했을까? 의문스럽다.

한 번 펼쳐진 책은 한 순간도 놓치고 싶지 않을 만큼 강한 흡입력이 있다..





부모의 사랑에서 소외된 것과, 거기에서 비롯된 분노가 범죄의 근본 원인이다.

"결핍은 파멸을 부른다"


환영 받지 못한 출생과 성장 배경을 가진 모성이 결핍된 오두진.

모성, 그 자체라도 불러도 좋을 문미옥.

오두진의 연기의 정교함과 능숙함.

오두진의 내면에 무엇이 있는지, 숨겨진 얼굴이 무엇인지 알고 싶어 마음이 간질거린다.

부부의 연을 맺었지만 겉으로 사이가 좋은 척 어쩐지 그들은 능숙한 연기를 하는 것 같다.

그러나 천성이 착하고 정이 많은 미옥을 보면서 오두진은 어떤 마음이 들었을까?

분명 공모를 했지만 쉽게 죽이지 못했으리라.....



살아 있어도 이 세상에서 존재하면 안되는 사람.

감시속에 살고 있으며, 사람들의 눈을 피해 수시로 집을 옮기고 누구와도 가까히 하거나 자신의 정체를 드러내서는 안되는 존재.

자신의 일부지만 엄마의 존재조차 모르는 딸아이.

아이와의 행복할 날만을 상상하고 손꼽아 기다리며 화성에서의 생활을 인내하는 문미옥.

어미의 마음이 공감되어 마음이 찌릿찌릿하다.

1억 6천만 킬로미터 떨어진 행성인 화성에 살고 있는 미옥은 과연 지구로 귀환할 수 있을까?



한편 동거남 한승수, 딸 아이. 딸을 돌보는 노파. 그들과 얼킨 오두진과의 관계, 

흩어진 사건들이 하나씩 퍼즐을 맞추듯 완성되는 모습, 사건의 실마리를 하나씩 풀어갈 수록 드러나는 반전에 놀랍기만 하다. 

사람의 마음을 들여다 보는 통찰력에 또 한 번 감탄하게 된다.

성환도 결국 오두진처럼 누적된 고독감과 속이 텅 비어 있는 자신을 발견하는 대목, 

존재를 인정받지 못해 사랑과는 거리가 멀었던 성장과정, 인정받기 위해 노력했던 시간, 존재를 인정받기 위해 했던 유전자 감식.

그러나 끝내 펼쳐보지 못하고 품안에 간직했던 구깃구깃해진 오두진의 유전자 감식 결과지가 마음이 아파 기억에서 맴돈다.

성장과정에서의 사랑의 결핍이 어른이 되어 어떤 파장이 되어 돌아오는지 똑똑히 보여주는 소설이다.

부모의 사랑이 얼마나 위대하고 중요한지 다시금 깨닫게 된다.

나는 지금 아이에게 어떤 사랑을 주고 있는걸까?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솔직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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