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도깨비상 수상작] 담을 넘은 아이

담을 넘은 아이 - 2019년 제25회 황금도깨비상 수상작 ㅣ 일공일삼 51
김정민 지음, 이영환 그림 / 비룡소 / 2019년 7월

제25회 황금도깨비상 수상작 <담을 넘은 아이>

초등 중학년 이상 추천하고 싶은 창작동화~

흉년이 든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양반과 평민과의 신분 차별, 남자와 여자의 성별 차별이 당연시되던 당시에 우연히 줍게 된 책을 통해 언문을 깨우치고 차별과 관습을 뛰어넘어 힘차게 나아가는 여군자 푸실의 이야기예요.

겨우 여섯 달 지난 아기는 덩그러니 바닥에 누워있고, 예닐곱 살은 되어 보이는 사내아이는 어머니의 젓을 먹고 있는 상황이 이해가 안 되었다.

푸실의 동생 귀손이 죽을 고비에 있을 때 어머니가 대감마님 댁 젖어미로 가는 대신 약 값을 받아 살리게 되었다.

엄마의 젖이 유일한 생명줄인 아기는 어떻게 되는 거지? 계집이라는 이유로 방치하고 나 몰라라 해도 된다는 말인가?

여자로 태어난 서러움도 모자라 사내와 계집의 값을 다르게 나눈다니....

아버지와 남동생은 죽을 먹어도 그릇 가득하고, 고깃국을 주면서 푸실이에게 국물만 주는 엄마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리고 아들만 귀하고 딸이라는 이유로 죽어도 괜찮단말인가?

자신도 여자로 태어나 제대로 사람대접받지 못하고 억울하고 속상한 일이 많았을 텐데 딸에게까지 그 대물림을 하고 싶을까 하는 마음, 아버지 또한 아기를 살리고자 하는 푸실을 꾸짖으며 몰래 시렁위에 방치한 행동은 너무 화가 나고 안타깝다.

만약 나라면 어떠했을까? 생각해 보게 된다.

가난한 집 맏딸로 태어난 12살 푸실이는 죽에 넣은 풀뿌리라도 챙기려고 산에 갔다가 <여군자전>이라는 책을 줍게 되고 세상이 시키는 대로 꼭두각시처럼 살기를 거부하던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이 가득한 양반님 댁 효진 아가씨와의 인연이 시작된다.

사실 <여군자전>은 효진 아가씨는 모르고 있었지만 돌아가신 그녀의 어머니 작품이기도 하다.

이를 계기로 글을 배우고 책을 통해 세상에 눈을 뜨게 된 푸실이.

책을 통해 어찌 살 것인가? 답을 찾고자 한다.

"글을 배워서 읽을 것입니다."

"그 약속 꼭 지키거라."

"문이 막히면 담을 넘으면 되지 않습니까?"

한편 푸실은 엄마의 젖을 먹지 못하게 된 이름도 없는 아기가 심하게 아프게 되자 아기를 구하고자 대감님 댁에 문을 두드리게 된다.

들키게 되면 목숨을 부지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용기를 낸 푸실이.

남자와 여자라는 성별을 뛰어넘어 생명 그 자체로도 소중하다는 것을 깨닫게 해준다.

푸실이를 통해 군자란 덕과 학식이 높다고 군자라 부르지 않고, 불쌍하고 약한 것을 그냥 보아 넘기지 않는 이가 참 군자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푸실이 자신뿐만 아니라 선비를 비롯한 효진 아가씨에게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용기를 준다.

당찬 푸실을 통해 현재 우리에게 주어진 각종 차별이란 막힌 담 앞에서 주저할 것이 아니라 힘차게 나아가야 한다는 것을 푸실이를 통해 알려주고 있다.

'어찌 살 것입니까.' 책 속 물음은 꼭 나에게 묻는 것 같아 생각에 잠기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