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에게 주고픈 아름다운 시
도종환 외 지음 / 북카라반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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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는 아이가 어릴 때 동시로 읽었을 뿐 제대로 읽어보기는 5~6년이 지난 것 같다.

자기 계발서나 경제서 등 꾸준히 책을 읽어 왔으면서도 시집은 왜 그리 손이 가지 않았는지 팍팍한 현실을 살짝 탓해본다.

 

<너에게 주고픈 아름다운 시>에서 도종환, 나태주, 정호승, 윤동주, 김수영 한국을 대표하는 다섯 시인을 만날 수 있다.

시인마다 각각 15편씩 따뜻하고 아름다운 시 75편을 수록하고 있다.

 

 

 

 

 

 

시와 함께 고유의 특성을 나타내는 다양한 색깔의 꽃과 식물, 동물 그림이 시를 읽는 재미를 한결 돋보이게 한다.

인생사 새옹지마~를 생각나게 하는 삶을 노래한 시, 애틋하면서도 아름다운 사랑, 사랑하는 여인을 생각나게 하는 시, 계절, 사물 등 인간적인 문장과 아름다운 선율은 오랜만에 시에 푹 빠져들게 한다.

한 음절이라도 놓칠세라 뜻을 의미하며 반복해서 읽어 보았는데 읽을 때마다 또 다른 깊은 맛이 있다.

 

 

나태주 시인의 시에서 '시'란

길거리나 사람들 사이에 버려진 채 빛나는 마음의 보석을 그냥 줍는 것이란다.

그 누군가는 그 마음의 보석을 알아채고 줍고 있는데 나는 감정이 메마른 걸까 전혀 의식하지 못하고 살았으니 말이다. 나도 마음을 보석을 보는 혜안을 기르고 싶어진다.

 

 

도종환, 나태주, 정호승 시인의 시는 뜻을 음미하며 심취해서 읽을 수 있었는데

윤동주, 김수영 시인은 나에겐 이해하기가 조금 버겁게 느껴졌다.

섬섬옥수 아름답고 섬세한 표현들은 자연스레 감탄사를 불러오고, 때론 꽃 한 송이, 풀 한 포기조차 어려운 고난을 헤치고 우리에게 아름다움과 싱그러움을 선사하는 것을 느낄 때면 쉽고 편한 것이 없다는 생각에 용기를 얻기도 한다.

그중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윤동주 시인의 시는 더욱 간절함과 안타까움이 느껴졌다.

특히 감옥에 갇혀서도 어머니에 대한 걱정과 사랑의 마음들이 구구절절 느껴져서 마음이 아팠다.

 

 

 

 

 

아직도 뇌리를 맴도는 시는 도종환 시인의 <담쟁이>와 정호승 시인의 <수선화에게>다.

 

<담쟁이>라는 시는 어떤 절망의 순간이 와도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어떤 장벽도 넘을 수 있다는 긍정의 메시지를 아이에게 들려주고 싶었다.

그래서 산책길에서 만난 담쟁이를 담아 보여주며 함께 음미하며 읽어보았다.

 

 

<담쟁이>

 

저것은 벽

어쩔 수 없는 벽이라고 우리가 느낄 때

그때

담쟁이는 말없이 그 벽을 오른다

물 한 방울 없고 씨앗 한 톨 살아남을 수 없는

저것은 절망의 벽이라고 말할 때

담쟁이는 서두르지 않고 앞으로 나아간다

한 뼘이라도 꼭 여럿이 함께 손을 잡고 올라간다

푸르게 절망을 다 덮을 때까지

바로 그 절망을 잡고 놓지 않는다

저것은 넘을 수 없는 벽이라고 고개를 떨구고 있을 때

담쟁이 잎 하나는 담쟁이 잎 수천 개를 이끌고

결국 그 벽을 넘는다

 

P 27

 

 

 

<수선화에게>는 외로우니까 사람이라며 울지 말란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고 눈이 오면 눈길을 걸어가고 비가 오면 빗길을 걸어가란다.

새들이 나뭇가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고 종소리도 외로워서 울려 퍼진다.

가끔은 하느님도 외로워서 눈물을 흘리신다니.....

나만 외로운 게 아니라는 위로와 힘을 내라는 격려를 해주는 것 같다.

오랜만에 혼자만의 시간을 만들어 시를 통해 복잡하고 어수선한 나의 마음을 차분하게 진정시켜고 정화된 느낌이 든다.

힘들고 지칠 때, 힘을 충전하고 싶을 때,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할 때 <너에게 주고픈 아름다운 시> 마음의 쉼터를 선물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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