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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토르 I. 스토이치타의 <그림자의 짧은 역사>를 재미있게 읽었다.
코린트 석공의 집에서 일어난 플리니우스의 신화와 플라톤의 동굴 신화에서 출발하는 이 책은, 양자가 각각 예술의 신화와 지식의 신화를 다르고 있으며, 예술적 재현의 탄생에 관련된 신화와 인지적 재현의 탄생에 관련된 신화가 모두 투영이라는 모티브에 집중되고 있다고 말한다. 이 최초의 투영은 그림자를 말하는 것이며, 예술과 지식은 그림자의 초월이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림자에 대한 연구가 없었던 이유를 저자는 "역사에 대한 우리의 관념(즉, 헤겔적인 관념)과 재현에 대한 우리의 관념(사실상 플라톤적인 관념)은 우리를 다양한 관점으로 빛의 역사에 접근하게 해주고 그렇게 하도록 부추기지만, 그림자의 역사의 가능성은 회피하도록 만들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리하여 그림자를 연구한다는 것은, "긍정적이고 절대적 특성을 지닌 존재인 빛의 적극적 재현을 빛-그림자의 변증법으로 보게 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이중적인 도전을 수반"하는 것이며, 그림자의 역사는 "그림자의 기원에 관한 신화들이 드러내주는 문을 통해 서양재현의 역사에 접근할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이고, 이를 통해 "예술적 재현의 역사와 재현의 철학이 만나는 곳"에 이 책이 자리하고 있다고 한다.

다음은 이러한 모호함에 대한 헤겔의 간접적 기술로 인용된 것.

그러나 사람은 존재를 마음속에 그릴 때, 또렷한 시각의 명확함으로서의 순수한 빛의 이미지 속에 있는 것으로 상상하고, 무無를 그릴 때는 순수한 어둠으로 생각한다. 그들의 구분은 바로 이렇게 친숙한 감각적인 차이와 연관되어 있다.
그러나 사실상, 바로 이러한 시각적인 것을 더 정확하게 상상한다면, 절대적 밝음 속에서는 절대적 어둠 속에서 보이는 만큼만 볼 수 있고, 밝음과 어둠은 등가으 ㅣ것이며, 완전하게 볼 수 있다는 것은 완전하게 아무것도 보지 못하는 것과 같다는 것을 쉽게 감지할 수 있을 것이다. 순수 빛과 순수 어둠은 동일한 두 개의 공간이다. 사물은 명확한 빛과 어둠 속에서만 구분될 수 있고(빛은 어둠에 의해 확인되며, 따라서 그것은 어두워진 빛이고, 어둠은 빛에 의해 확인되며, 따라서 그것은 밝혀진 어둠이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오로지 어두워진 빛과 밝혀진 어둠만이 그 자신들 속에 차이의 계기를 가지고 있으며, 따라서 그것이 바로 명확한 존재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 The Science of Logic

그 기원의 신화에서 출발하여 푸생과 모네, 나르키소스 신화 등을 거쳐 뒤샹과 워홀, 볼탕스키에 이르기까지, 그림자를 팔아버린 슐레밀 이야기에서 피터팬에 이르기까지, 그 역사의 이정표들을 추적해가는 여정을 따라가는 건, 마치 <다빈치코드>를 읽는 일처럼 흥미진진하다. 소피와 랭던이 <최후의 만찬 속에서>와 같은 그림들과 암호들을 해석하고 새로운 의미를 발견하는 장면이 떠오를 정도. 현존하는 타자, 자기-재현의 한 형태로서의 그림자에 대한 저자의 통찰도 "우리 의식에 대한 성찰"로 여운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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