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살의 역사
- 역사의 흐름을 바꾼 은밀하고 무자비한 순간들
2024.05.19 ~ 2024.05.25 (392p)




혜종, 공민왕, 문종, 소현세자, 경종, 정조, 고종, 김구, 장준하, 박정희, 링컨, 페르디난트, 라스푸틴, 트로츠키, 히틀러, 간디, 케네디, 마틴 루터, 레이건, 사다트

국내외를 막론하여 여기에 열거된 인물들은 현명하든 우매하든, 선하든 악하든 간에 역사의 긴 흐름 속에서 각자의 큰 무게를 가졌던 사람들이다. 공과를 떠나 이들의 가장 큰 공통점은 책의 제목으로 유추할 수 있듯 ‘암살‘이라는 카테고리 안에 있다. 이 인물들은 실제 암살을 당했거나, 암살을 당한 것으로 추측되거나, 암살 미수에 그친 자들이다. 그 은밀한 살인의 목적이 정의를 실현하기 위한 것이든 불경한 것이든 궁극적인 것은 어떤 분야의 정점에 있는 누군가를 타격하여 최소한의 희생으로 최대한의 효과를 얻고자 한 것이다.



‘암살의 역사‘라는 역사 속의 암살 이야기를 쓴 최경식은 정치외교학을 전공한 기자 출신의 작가이며, 본서 외에도 ‘정변의 역사‘, ‘숙청의 역사(한국사편/세계사편)‘를 출간했다. 일련의 일관성을 가진 테마를 가지고 있는 제목의 저서들이라 이 책에 이어 관심이 간다.

취미삼아 주말에 틈틈이 글을 썼다는 작가의 간결하고 군더더기 없는 서문에서부터 호감을 느꼈다. 작가가 짬을 내어 썼다는 글들은 브런치스토리 등에서 읽어볼 수 있으며 본서의 서문에서처럼 본인을 ‘취미삼아 주말에 역사를 살펴보는 사람‘으로 소개하고 있다. 그러나 취미보다는 조금 더 깊어보인다.


역사에 대한 인식이란 것이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면 일반적으로 학창시절 주입식으로 배웠던 내용을 중심으로 한, 하나의 직선 혹은 한국사와 세계사로 나뉜 두개의 직선과 같은 수평적 흐름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하지만 그 직선도 기억 속에서는 드문드문 비어 끊겨있거나 희미하게 연결되어 온전하게 쭉 이어져 있지만은 못할 것이다. 워낙 길고도 다사다난한 인류사를 모두 기억할 수는 없기에 학자나 전문가가 아닌 이상은 당연한 일이라 생각된다.

역사란 인간이 흘려 보낸 시간들의 총집합이기에 모든 순간, 모든 이들이 기여한 나름의 몫이 있겠지만 암살의 대상이 되는 특정된 누군가의 몫이란 큰 흐름을 극적으로 반동시킬만한 엄청난 크기의 것이었다. 그런 이를 향한 암살에 대하여 이야기한다는 것은 그 시대와 그를 살고 있는 사람들을 이야기하는 것일 수 밖에 없기에, 이 책은 비어있거나 흐려져버린 역사의 직선을 메꾸어주기에 아주 훌륭한 이야기꺼리가 되어준다고 생각된다.

각각의 인물에 대한 챕터는 암살이 이루어지는 긴박하고 결정적인 바로 ‘그 순간‘을 묘사한 단락으로 시작되어 처음부터 독자의 긴장감을 자극한다. 이어 그 인물에 대한 암살이 가지는 시대적 의의와 교훈에 대해 간단히 짚어 본 다음 본격적인 이야기를 풀어가기 시작한다. 이야기는 당시의 대내외적 배경과 인물들간의 얽히고 섥힌 상관관계를 비롯하여 암살 사건이 일어나는 순간까지의 서사를 따라가며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준다.

이러한 단락의 구성에 따른 이야기의 흐름이 책에 대한 집중력을 계속해서 잃지 않게 해주고, 깊이 있는 이해 또한 도와준다. 또한 이 사건이 낳은 결과가 큰 변화의 결정적인 계기가 되는 경우가 많아 전반적인 역사의 흐름에 대한 인식을 매끄럽게 연결해주기도 한다. 그들의 시대 한 가운데에 서 있었던 스무명의 사람들에 대한 역사적 사실들은 역사를 공부하고 있는 청소년들에게도 부담없이 참고할 수 있는 훌륭한 부교재가 되는 책이라고도 생각된다.

무엇보다 누군가에게 전해 듣는 옛날 이야기처럼 부담없이 술술 잘 읽히기에 더욱 추천하고 싶다.

#암살 #한국사 #세계사 #암살의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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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살의 역사
최경식 지음 / 갈라북스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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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흐름을 바꾼 은밀하고 무자비한 순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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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춘기 관찰일기
우지연 지음 / 한사람북스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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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춘기 관찰일기]

2024.05.03 ~ 2024.05.04 (258P)


사춘기를 지나고 있는 자녀가 있지만 아이는 큰 소음 없이 잘 생활해 나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고마운 일이다. 하지만 나름 질풍노도라는 말로는 부족하게, 허리케인-쓰나미 같은 사춘기를 보낸 입장에서는 부모를 위해 보여주지 않고 들려주지 않는 아이의 깊은 속은 얼마나 힘든 성장통을 감내하고 있을까 늘 걱정되고 또 더 배려 해 줄 수 있는 방법이 없을지 항상 고민이다. 또래의 자녀를 키우는 다른 부모들과 같이 사춘기 자녀에 대한 화두는 가장 큰 관심거리인지라 ‘사춘기 관찰일기’라는 책 제목이 눈에 들어올 수 밖에 없었다. 정답이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내가 모르는 무언가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은 책이나 방송, 그럴듯한 제목의 온라인상의 영상물이든 매번 찾아보게 만든다.

저자인 우지연 작가는 장로회신학대학교에서 기독교교육학을 전공하였고 지금은 동대학에서 객원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성경과 신앙에 대한 기독교적인 서적들과 함께 어린이, 청소년을 위한 책들도 다수 집필한 작가이기도 하지만 그가 어떤 학력을 가졌고 어떠한 책을 썼든 최소한 이 책 속에서만은 별다른 의미가 없다. 사춘기 아들 앞에서는 그저 한사람의 평범한 엄마일 뿐이다.

작가는 프롤로그를 통해 ‘사춘기 관찰일기’가 무방비로 사춘기를 맞이하는 부모가 되지 않도록 도움을 주거나, 사춘기 자녀의 모습에서 두려움과 걱정을 느끼는 부모들에게는 위로가 되길 바라는 마음을 표하며 이야기를 시작한다. 하지만 이 책은 진지한 방식으로 도움을 주거나 안타까운 마음으로 위로를 전하는 그런 책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 책은 대개의 부모들이 깊게 빠져 고민하고 있는 사춘기 자녀와의 관계나 상황의 심각함에서 한걸음 물러서서, 모두가 비슷하게 겪었던 사례들을 그저 낄낄거리며 읽고 지난 행동들을 돌이켜 생각하게 만든다. 또 나이만 더 들었지 사실은 아이와 크게 다를 것 없는 나와 같은 동지들이 나처럼 유치하고 미성숙한 생각과 행동을 함께 일삼고 있다는 자기위안과 함께, 그런 모자람을 반성할 수 있는 생각의 꺼리들을 던져주는 아주 해학적인 책이다. 작가는 이 책이 ‘사람을 살리는 약재료’ 같은 것이 되길 바랬던 것 같으나, 사실은 심각한 구렁텅이에 빠져들 위험에 있는 부모들을 위한 에너지드링크 같은 책이라는 것이다.

“아이를 한 사람의 인격으로 대한다는 것은

그 사람의 자유를, 그 사람의 소유를 함부로 침범하지 않는 것이다.“ (24p)

별다른 의견이 없고 경험이 부족하여 부모가 펼쳐준 세상에서 노는 것을 좋아했던 아이를 돌보던 시절에는 아이에게 잔소리를 할 일이 없었다. 아이가 안전하고 건강하게 잘 자라기만을 바라면 되는 시기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이는 자라면서 ‘부모의 아이’가 아닌 ‘자신의 이름’을 찾는 과정을 겪는다. 그런 모습들 안에는 내가 있으면서도 부모는 아이의 문화와 생각을 이해하지 못하고 사사건건 관여하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가르치려고 든다. 그러나 그 방식은 결국 부모도 사춘기에 대부분 받아들이지 못했던 그들 부모님의 양육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이라는 것을 쉽게 깨닫지 못한다.

“알아서 할 수 있는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했냐고 묻는 것은 아이가 제대로 그것을 할 리 없다는 내 계산에서 생긴 일이다.” (98p)

부모의 불안과 걱정이 사랑에서 비롯된 것이라 한들 그것이 아이들의 말을 경청하는 것을 막고, 신뢰를 키워가야 하는 시기를 놓치게 만든다면 그것이야 말로 힘든 사춘기를 더욱 힘들게 만드는 일이 될 것이다. 나에게 중요하지만 아이에게는 중요하지 않은 것일 수도 있다는 것을 이해하고 맡긴 일은 끝낼 때까지 믿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이 책은 어떤 지침서나 실용서가 아닌, 어디까지나 작가의 ‘일기’일 뿐이다. 그럼에도 이렇게 일상적인 이야기들에 공감하고 작가가 전달하려는 메시지를 충분히 전해 받을 수 있는 것은 전적으로 저자가 보여주는 솔직함이 가진 힘이라고 생각된다. 동병상련이랄까. 에피소드마다 솔직한 자신의 생각과 감정들을 가감없이 써내어 줄 수 있었기에 그만큼 독자가 더 공감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알고 있다. 결정적일 때에는

부모의 가르침을 따라 결정할 것을 말이다.“ (57p)

멋진 구절이다. 글로 써낼 수는 없었겠지만 내 마음 깊은 곳에도 있어온 것임을 깨달았다. 모든 부모님이 자녀를 좀 더 믿고, 사춘기라는 힘든 여정 속에서 아이들이 스스로 자기 자신을 잘 찾아낼 수 있도록 훌륭하게 조력해 낼 수 있기를. 이 책을 통해서만은 아이들이 아니고 같은 시기를 보내고 있는 모든 부모님들께 파이팅을 외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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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춘기 관찰일기
우지연 지음 / 한사람북스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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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함으로 공감과 위안을 전해 주는 사춘기 아들을 둔 엄마의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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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의 요코하마 - 나의 아름다운 도시는 언제나 블루 일본에서 한 달 살기 시리즈 6
고나현 지음 / 세나북스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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펑범한 일상으로 다시 돌아오기 위해 떠나는 것이 여행이라 하더라도 여정을 마치고 돌아올 때가 되면 언제나 아쉽다. 기한이 정해져 있기에 일정은 대개 유명 스팟을 중심으로 짜여지기 마련이고 특별한 경우가 아닌 이상 하나라도 더 보고 즐기기 위해 바쁘게 움직일 수 밖에 없는 경우가 많다.

 

한 달 살기의 붐이 일기 시작하던 시기 제주도부터 해외까지 많은 지인들이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여정들을 떠났고, 그것을 지켜보며 낯선 곳에서 지낼 일상을 대신 상상하곤 했다. 각자 해야 할 일들도 물론 있었겠지만 적어도 지금의 일상보다는 여러 면에서 덜 얽메이고 여유로울 시간들이 부러웠다.

 

진정한 오타쿠의 면모를 숨기지 않는 작가는 그 멋진 한 달 살기를 가장 애정하는 작품의 배경이 되는 도시에서 하게 된다. 오로지 게임을 이해하기 위해 일본어를 익히기 시작했고 거기에 더해 번역가라는 직업을 갖게 된 작가야 말로 진정한 성덕이다. 하물며 책의 내용은 물론, 잠시 들러 구경한 블로그에 미루어 그 덕질 또한 현재 진행형으로 보인다. 한가지를 이렇게까지나 애정할 수 있다니 어떤 면에서는 부럽기도 하다.

 

이러한 작가가 자신이 사랑해 마지않는 도시에 대하여 쓴 글이라니, 당연하게도 요코하마의 모든 것을 애정을 듬뿍 담아 세심하게 소개하고 있다.

 

나에게 요코하마라는 도시는 '금색의 코르다'가 아닌 '용과 같이'라는 게임의 배경으로 더 익숙하다. 게임의 터프한 스토리 탓에 온갖 종류의 술집과 카지노 등 수많은 유흥가가 등장하지만, 연애 시뮬레이션이 덕질의 기반인 작가가 소개하는 요코하마는 더욱 평화롭고 일상적이다.

 

타국의 도시에서 한 달을 보내는 것만큼이나 매력적인 것은 그 한 달을 혼자서 보내는 것이다. 저자는 홀로 여유롭게 공원을 거닐거나 고즈넉한 사찰을 방문하고, 좋은 카페를 찾아 디저트를 맛보고, 우연히 찾은 바에서 소중한 인연을 맺기도 한다. 또 어쩌면 혼자인 시간 덕분에 당연하게 생각했던 친구와 지인들의 소중함을 새삼 다시 느낄 수도 있었을 것 같다.

 

작가는 이런 소중한 한 달의 시간을 마치 일기처럼 써 내렸고 독자들이 그 모든 경험을 함께 공유할 수 있도록 많은 유용한 정보들 또한 글 속에 담았다. 여행안내서는 꽤 신뢰하여 여러권 구입해두었지만, 전혀 공감할 수 없는 누군가의 기행문은 거의 읽지 않는다. 하지만 한 달의 요코하마는 그 어떤 판단도 필요없이 편안하게 도시에 대한 호기심을 불러 일으키고 또 그 매력에 빠져들게 만든다. 언젠가 요코하마를 방문할 일이 생긴다면 흔한 여행안내서 보다는 이 '한 달의 요코하마'를 내 낡은 여행용 슬링백에 담아 작가의 여정을 따라가 보고 싶다.

 

캐나다에서 일 년 살기를 준비한 적이 있었다. 몸만 떠나가면 될 정도로 준비를 마쳤다가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가 전 세계로 확대되는 바람에 장고 끝에 오랜 계획을 포기했었고 그 덕분에 심신은 물론 금전적으로도 큰 타격을 입었었다. 다시 떠올리기도 싫은 정도의 기억이었지만 다시금 그 여정을 준비하며 들뜨고 기대에 부풀었던 시간을 다시 생각나게 해주었다. '한 달의 요코하마'가 잃어버렸던 좋은 기억의 한 조각을 다시 찾아준 것 같은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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