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춘기를 지나고 있는 자녀가 있지만 아이는 큰 소음 없이 잘 생활해 나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고마운 일이다. 하지만 나름 질풍노도라는 말로는 부족하게, 허리케인-쓰나미 같은 사춘기를 보낸 입장에서는 부모를 위해 보여주지 않고 들려주지 않는 아이의 깊은 속은 얼마나 힘든 성장통을 감내하고 있을까 늘 걱정되고 또 더 배려 해 줄 수 있는 방법이 없을지 항상 고민이다. 또래의 자녀를 키우는 다른 부모들과 같이 사춘기 자녀에 대한 화두는 가장 큰 관심거리인지라 ‘사춘기 관찰일기’라는 책 제목이 눈에 들어올 수 밖에 없었다. 정답이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내가 모르는 무언가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은 책이나 방송, 그럴듯한 제목의 온라인상의 영상물이든 매번 찾아보게 만든다.
저자인 우지연 작가는 장로회신학대학교에서 기독교교육학을 전공하였고 지금은 동대학에서 객원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성경과 신앙에 대한 기독교적인 서적들과 함께 어린이, 청소년을 위한 책들도 다수 집필한 작가이기도 하지만 그가 어떤 학력을 가졌고 어떠한 책을 썼든 최소한 이 책 속에서만은 별다른 의미가 없다. 사춘기 아들 앞에서는 그저 한사람의 평범한 엄마일 뿐이다.
작가는 프롤로그를 통해 ‘사춘기 관찰일기’가 무방비로 사춘기를 맞이하는 부모가 되지 않도록 도움을 주거나, 사춘기 자녀의 모습에서 두려움과 걱정을 느끼는 부모들에게는 위로가 되길 바라는 마음을 표하며 이야기를 시작한다. 하지만 이 책은 진지한 방식으로 도움을 주거나 안타까운 마음으로 위로를 전하는 그런 책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 책은 대개의 부모들이 깊게 빠져 고민하고 있는 사춘기 자녀와의 관계나 상황의 심각함에서 한걸음 물러서서, 모두가 비슷하게 겪었던 사례들을 그저 낄낄거리며 읽고 지난 행동들을 돌이켜 생각하게 만든다. 또 나이만 더 들었지 사실은 아이와 크게 다를 것 없는 나와 같은 동지들이 나처럼 유치하고 미성숙한 생각과 행동을 함께 일삼고 있다는 자기위안과 함께, 그런 모자람을 반성할 수 있는 생각의 꺼리들을 던져주는 아주 해학적인 책이다. 작가는 이 책이 ‘사람을 살리는 약재료’ 같은 것이 되길 바랬던 것 같으나, 사실은 심각한 구렁텅이에 빠져들 위험에 있는 부모들을 위한 에너지드링크 같은 책이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