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춘기 관찰일기
우지연 지음 / 한사람북스 / 2024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사춘기 관찰일기]

2024.05.03 ~ 2024.05.04 (258P)


사춘기를 지나고 있는 자녀가 있지만 아이는 큰 소음 없이 잘 생활해 나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고마운 일이다. 하지만 나름 질풍노도라는 말로는 부족하게, 허리케인-쓰나미 같은 사춘기를 보낸 입장에서는 부모를 위해 보여주지 않고 들려주지 않는 아이의 깊은 속은 얼마나 힘든 성장통을 감내하고 있을까 늘 걱정되고 또 더 배려 해 줄 수 있는 방법이 없을지 항상 고민이다. 또래의 자녀를 키우는 다른 부모들과 같이 사춘기 자녀에 대한 화두는 가장 큰 관심거리인지라 ‘사춘기 관찰일기’라는 책 제목이 눈에 들어올 수 밖에 없었다. 정답이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내가 모르는 무언가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은 책이나 방송, 그럴듯한 제목의 온라인상의 영상물이든 매번 찾아보게 만든다.

저자인 우지연 작가는 장로회신학대학교에서 기독교교육학을 전공하였고 지금은 동대학에서 객원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성경과 신앙에 대한 기독교적인 서적들과 함께 어린이, 청소년을 위한 책들도 다수 집필한 작가이기도 하지만 그가 어떤 학력을 가졌고 어떠한 책을 썼든 최소한 이 책 속에서만은 별다른 의미가 없다. 사춘기 아들 앞에서는 그저 한사람의 평범한 엄마일 뿐이다.

작가는 프롤로그를 통해 ‘사춘기 관찰일기’가 무방비로 사춘기를 맞이하는 부모가 되지 않도록 도움을 주거나, 사춘기 자녀의 모습에서 두려움과 걱정을 느끼는 부모들에게는 위로가 되길 바라는 마음을 표하며 이야기를 시작한다. 하지만 이 책은 진지한 방식으로 도움을 주거나 안타까운 마음으로 위로를 전하는 그런 책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 책은 대개의 부모들이 깊게 빠져 고민하고 있는 사춘기 자녀와의 관계나 상황의 심각함에서 한걸음 물러서서, 모두가 비슷하게 겪었던 사례들을 그저 낄낄거리며 읽고 지난 행동들을 돌이켜 생각하게 만든다. 또 나이만 더 들었지 사실은 아이와 크게 다를 것 없는 나와 같은 동지들이 나처럼 유치하고 미성숙한 생각과 행동을 함께 일삼고 있다는 자기위안과 함께, 그런 모자람을 반성할 수 있는 생각의 꺼리들을 던져주는 아주 해학적인 책이다. 작가는 이 책이 ‘사람을 살리는 약재료’ 같은 것이 되길 바랬던 것 같으나, 사실은 심각한 구렁텅이에 빠져들 위험에 있는 부모들을 위한 에너지드링크 같은 책이라는 것이다.

“아이를 한 사람의 인격으로 대한다는 것은

그 사람의 자유를, 그 사람의 소유를 함부로 침범하지 않는 것이다.“ (24p)

별다른 의견이 없고 경험이 부족하여 부모가 펼쳐준 세상에서 노는 것을 좋아했던 아이를 돌보던 시절에는 아이에게 잔소리를 할 일이 없었다. 아이가 안전하고 건강하게 잘 자라기만을 바라면 되는 시기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이는 자라면서 ‘부모의 아이’가 아닌 ‘자신의 이름’을 찾는 과정을 겪는다. 그런 모습들 안에는 내가 있으면서도 부모는 아이의 문화와 생각을 이해하지 못하고 사사건건 관여하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가르치려고 든다. 그러나 그 방식은 결국 부모도 사춘기에 대부분 받아들이지 못했던 그들 부모님의 양육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이라는 것을 쉽게 깨닫지 못한다.

“알아서 할 수 있는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했냐고 묻는 것은 아이가 제대로 그것을 할 리 없다는 내 계산에서 생긴 일이다.” (98p)

부모의 불안과 걱정이 사랑에서 비롯된 것이라 한들 그것이 아이들의 말을 경청하는 것을 막고, 신뢰를 키워가야 하는 시기를 놓치게 만든다면 그것이야 말로 힘든 사춘기를 더욱 힘들게 만드는 일이 될 것이다. 나에게 중요하지만 아이에게는 중요하지 않은 것일 수도 있다는 것을 이해하고 맡긴 일은 끝낼 때까지 믿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이 책은 어떤 지침서나 실용서가 아닌, 어디까지나 작가의 ‘일기’일 뿐이다. 그럼에도 이렇게 일상적인 이야기들에 공감하고 작가가 전달하려는 메시지를 충분히 전해 받을 수 있는 것은 전적으로 저자가 보여주는 솔직함이 가진 힘이라고 생각된다. 동병상련이랄까. 에피소드마다 솔직한 자신의 생각과 감정들을 가감없이 써내어 줄 수 있었기에 그만큼 독자가 더 공감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알고 있다. 결정적일 때에는

부모의 가르침을 따라 결정할 것을 말이다.“ (57p)

멋진 구절이다. 글로 써낼 수는 없었겠지만 내 마음 깊은 곳에도 있어온 것임을 깨달았다. 모든 부모님이 자녀를 좀 더 믿고, 사춘기라는 힘든 여정 속에서 아이들이 스스로 자기 자신을 잘 찾아낼 수 있도록 훌륭하게 조력해 낼 수 있기를. 이 책을 통해서만은 아이들이 아니고 같은 시기를 보내고 있는 모든 부모님들께 파이팅을 외치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