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의 요코하마 - 나의 아름다운 도시는 언제나 블루 일본에서 한 달 살기 시리즈 6
고나현 지음 / 세나북스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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펑범한 일상으로 다시 돌아오기 위해 떠나는 것이 여행이라 하더라도 여정을 마치고 돌아올 때가 되면 언제나 아쉽다. 기한이 정해져 있기에 일정은 대개 유명 스팟을 중심으로 짜여지기 마련이고 특별한 경우가 아닌 이상 하나라도 더 보고 즐기기 위해 바쁘게 움직일 수 밖에 없는 경우가 많다.

 

한 달 살기의 붐이 일기 시작하던 시기 제주도부터 해외까지 많은 지인들이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여정들을 떠났고, 그것을 지켜보며 낯선 곳에서 지낼 일상을 대신 상상하곤 했다. 각자 해야 할 일들도 물론 있었겠지만 적어도 지금의 일상보다는 여러 면에서 덜 얽메이고 여유로울 시간들이 부러웠다.

 

진정한 오타쿠의 면모를 숨기지 않는 작가는 그 멋진 한 달 살기를 가장 애정하는 작품의 배경이 되는 도시에서 하게 된다. 오로지 게임을 이해하기 위해 일본어를 익히기 시작했고 거기에 더해 번역가라는 직업을 갖게 된 작가야 말로 진정한 성덕이다. 하물며 책의 내용은 물론, 잠시 들러 구경한 블로그에 미루어 그 덕질 또한 현재 진행형으로 보인다. 한가지를 이렇게까지나 애정할 수 있다니 어떤 면에서는 부럽기도 하다.

 

이러한 작가가 자신이 사랑해 마지않는 도시에 대하여 쓴 글이라니, 당연하게도 요코하마의 모든 것을 애정을 듬뿍 담아 세심하게 소개하고 있다.

 

나에게 요코하마라는 도시는 '금색의 코르다'가 아닌 '용과 같이'라는 게임의 배경으로 더 익숙하다. 게임의 터프한 스토리 탓에 온갖 종류의 술집과 카지노 등 수많은 유흥가가 등장하지만, 연애 시뮬레이션이 덕질의 기반인 작가가 소개하는 요코하마는 더욱 평화롭고 일상적이다.

 

타국의 도시에서 한 달을 보내는 것만큼이나 매력적인 것은 그 한 달을 혼자서 보내는 것이다. 저자는 홀로 여유롭게 공원을 거닐거나 고즈넉한 사찰을 방문하고, 좋은 카페를 찾아 디저트를 맛보고, 우연히 찾은 바에서 소중한 인연을 맺기도 한다. 또 어쩌면 혼자인 시간 덕분에 당연하게 생각했던 친구와 지인들의 소중함을 새삼 다시 느낄 수도 있었을 것 같다.

 

작가는 이런 소중한 한 달의 시간을 마치 일기처럼 써 내렸고 독자들이 그 모든 경험을 함께 공유할 수 있도록 많은 유용한 정보들 또한 글 속에 담았다. 여행안내서는 꽤 신뢰하여 여러권 구입해두었지만, 전혀 공감할 수 없는 누군가의 기행문은 거의 읽지 않는다. 하지만 한 달의 요코하마는 그 어떤 판단도 필요없이 편안하게 도시에 대한 호기심을 불러 일으키고 또 그 매력에 빠져들게 만든다. 언젠가 요코하마를 방문할 일이 생긴다면 흔한 여행안내서 보다는 이 '한 달의 요코하마'를 내 낡은 여행용 슬링백에 담아 작가의 여정을 따라가 보고 싶다.

 

캐나다에서 일 년 살기를 준비한 적이 있었다. 몸만 떠나가면 될 정도로 준비를 마쳤다가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가 전 세계로 확대되는 바람에 장고 끝에 오랜 계획을 포기했었고 그 덕분에 심신은 물론 금전적으로도 큰 타격을 입었었다. 다시 떠올리기도 싫은 정도의 기억이었지만 다시금 그 여정을 준비하며 들뜨고 기대에 부풀었던 시간을 다시 생각나게 해주었다. '한 달의 요코하마'가 잃어버렸던 좋은 기억의 한 조각을 다시 찾아준 것 같은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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