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라는 대로 이루어지는 삶의 법칙 - 수천만 명의 삶을 바꾼 제임스 앨런의 인생 조언 세상의 모든 지혜 1
제임스 앨런 지음, 지선 편저 / 이너북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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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는 대로 이루어지는 삶의 법칙]

2024.08.11~2024.08.16


<바라는 대로 이루어지는 삶의 법칙>은 영국의 철학 작가 제임스 앨런의 19편의 작품 중 가장 인기 있는 두 권 ‘As a Man Thinketh’과 'Foundation Stones to Happiness and Success‘의 글을 엮은 책이다.


제임스 앨런(James Allen, 1864.11.28 - 1912.1.24.)은 영국 레스터의 노동자 계급 가정에서 태어났다.

그의 어머니는 문맹이었고 아버지 윌리엄은 공장의 뜨개질공이었다. 그가 15세가 되던 1879년, 잉글랜드 중부의 직물 무역이 불황을 겪게 되자 아버지는 가족을 위한 새로운 일자리와 보금자리를 마련하기 위해 홀로 미국으로 떠났다가 도착 이틀 만에 강도살인에 휘말려 사망하고 만다. 가족이 경제적 파탄에 직면하자 1890년대의 대부분 기간 동안 앨런은 여러 영국 제조 회사에서 개인 비서 등으로 일했다.


1898년 앨런은 ‘The Herald of the Golden Age’라는 잡지의 기자로서 자신의 정신적, 사회적 관심을 드러낼 수 있는 창작의 시기에 접어들었고, 1901년 첫 번째 저서인 ‘From Poverty to Power’(빈곤에서 힘으로)를 출간했다. 1902년에는 자신의 영적 잡지인 'The Light of Reason'(이성의 힘)을 발행하기 시작했는데, 이 잡지는 나중에 'The Epoch'(시대)라는 제목으로 바뀌었다.


1903년, 앨런은 가장 유명한 저서 ‘As a Man Thinketh’를 출판했다.


"사람이 마음속으로 생각하는 것과 같이, 그도 그러하다"

(As a man thinketh in his heart, so is he,)


이러한 잠언 23장 7절의 성경 구절에 근거한 이 작은 작품은 전 세계적인 독자에게 읽혀지게 되었고 사후 그의 이러한 사상은 데일 카네기나 나폴레온 힐 같은 자기계발의 대가에게 영향을 미치게 된다. 적은 인세 수익이었지만 1903년 알렌은 비서직을 그만두고 일프라콤(Ilfracombe)이라는 마을로 은퇴하여 집필과 편집 경력을 쌓을 수 있게 되었다. 그 곳에서 정신적인 스승이었던 톨스토이의 가르침대로 자발적인 빈곤, 영적인 자기 훈련을 체현하며 검소한 삶을 살았다. 'The Epoch'를 계속 출판하면서 앨런은 1912년 사망할 때까지 그곳에서 9년 동안 19편의 작품을 썼다.


남편이 사망한 후에도 그의 아내는 ‘The Epoch’를 계속 발행하였다. 남편의 사후에 출판된 원고 중 하나인 'Foundation Stones to Happiness and Success‘(행복과 성공의 초석)의 서문에서 남편의 문학적 사명에 대해 다음과 같이 썼다.


"그가 이론이나 글쓰기 자체를 목적으로 글을 쓴 적은 없습니다. 그는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있을 때 글을 썼고, 오직 그가 직접 스스로 살아보고 좋았던 것들만이 그런 메시지가 될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그는 실천을 통해 증명한 사실들을 쓴 것입니다.“


작가는 인생, 지혜, 성공, 자기관리, 좋은 습관, 사랑이라는 여섯가지 파트로 나누어 인생 조언을 들려준다.


저자가 이야기하는 ‘원인과 결과의 법칙’에 따르면 정신적인 세계에서는 가장 진실한 생각만이 승자로 남고, 나쁜 생각은 최종적으로 자멸한다. 인생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들에도 ‘원인과 결과의 법칙’이 잠재되어 있다는 것이다.


좋은 생각은 좋은 결과를 만들고 나쁜 생각은 나쁜 결과를 만든다는 자연법칙은 우리의 인생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인생에는 그 어떤 우연도 존재하지 않으며, 일어나는 좋은 일과 나쁜 일은 모두 스스로의 마음에 달려있다. 결국 자신의 내면이 자신의 인생을 만드는 것이며, 자신의 현재 인생은 자신이 걸어온 과거의 결과인 것이다.


인생이든 사업이든 스스로의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통한 생각과 행동이 다양한 조건의 흐름을 만들고, 자연법칙에 따라 피할 수 없는 숙명과 같은 결과를 맞이하게 된다. 원인은 자유로운 의지로 선택할 수 있지만 결과는 원인에 따른 당연한 운명으로 나타나게 되며 원인의 질과 결과의 질은 일치한다. 따라서 원인이 되는 바른 생각과 행동을 위해 각 개인은 감춰져 있던 내면적 특성을 오랫동안 개척하고 성장시켜 좋은 열매를 수확할 수 있어야 한다.


그를 위해서는 스스로를 있는 그대로 객관적으로 깨닫고, 불평, 불안과 같은 부정적인 생각과 행동에서 벗어나 자신의 마음을 잘 다스릴 수 있는 평온하고 강한 마음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 이기주의에서 벗어나 평온함과 인내를 습득하고, 남에게 의지하지 않는 자립성과 쉽게 흔들리지 않는 부동의 자세를 겸한다면 불가능한 많은 일을 이루어 낼 수 있는 강력하고 진정한 힘을 갖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인생의 흐름을 만들어 가는 일정한 ‘자연법칙’을 발견하는 일은 인간의 ‘운명’을 이해하는 과정으로 이어진다.


이에 더하여 ‘공정, 결백, 성실, 배려’라는 네가지 도덕적 기본 원리에 기반하여 인생을 가꾸어 나간다면 행복과 성공을 누릴 수 있는 인생을 살 수 있다고 저자는 이야기 한다.


자기계발서의 시초이며 수천만 부가 판매된 고전 중의 고전인 만큼 확고하고도 훌륭한 인생의 많은 조언들이 담겨 있지만, 출간된 지 백년이 넘은 두 권의 책을 엮은 탓인지 다른 주제의 파트로 나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각각의 장에서 비슷한 내용과 표현이 반복되는 느낌이 없지 않아 짧은 분량임에도 조금은 지루한 면이 없지는 않았다.


그러나 제임스 앨런이 제시한, 고귀한 생각이 바라는 대로 이루어지는 고귀한 삶을 만들고 초라한 생각은 불행하고 비루한 삶을 만들어 낸다는 명제만은 시대와 조건을 초월하여 영원히 변하지 않는 훌륭한 삶의 이정표가 되어준다.


마음을 다스려야 바라는 인생을 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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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는 대로 이루어지는 삶의 법칙 - 수천만 명의 삶을 바꾼 제임스 앨런의 인생 조언 세상의 모든 지혜 1
제임스 앨런 지음, 지선 편저 / 이너북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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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귀한 생각이 고귀한 삶을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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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카마쓰를 만나러 갑니다 - 나를 위로하는 일본 소도시 일본에서 한 달 살기 시리즈 1
이예은 지음 / 세나북스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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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여행이 흔해진 지 오래이고, 최근에는 생소한 이름의 소도시들을 향한 직항 노선들까지 하나 둘 생겨나는 참이지만 '다카마쓰'라는 도시는 생소했다.


다카마쓰(Takamatsu, 高松市)는 시코쿠(西國) 섬 동북부에 위치하는 가가와현 현청소재지로 65만명의 인구가 거주하는 시코쿠에서 가장 규모가 큰 도시이다. 북으로는 세토 내해에 접해있어 항만이 발달해 있고 남쪽에는 넓은 산악지대가 형성되어 있는 일본에서도 경치가 가장 아름다운 도시 가운데 하나로 뽑힌다. 1888년까지 에히메현에 속했다가 가가와현으로 분리되고 1890년에는 다카마쓰 시로 승격되었고 태평양전쟁 때는 미군의 공습으로 막대한 피해를 입기도 한 역사를 가진 도시이다. 가가와현은 일본 43개 현 중 가장 작다.


2019년 초판이 출간되었던 <다카마쓰를 만나러 갑니다>가 구글 지도와 연동된 QR코드를 추가하고 두 편의 새로운 에세이, 작가의 두 번째 에필로그를 더하여 새로운 개정판으로 출간되었다.


책의 제목은 <'다카마쓰'를 만나러 갑니다>이지만 책 속에는 다카마쓰는 물론 가가와현의 여러 도시와 마을에 대한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저자는 한 달 안에는 가가와현을 모두 돌아볼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며 이 지역을 선택하고, 푸드, 아트, 워킹이라는 자신만의 테라피를 통해 오랫동안 앓아 온 '도시'라는 병을 치유하는 시간을 갖는다. 비록 처음의 계획만큼 현의 구석구석을 만족스럽게 돌아보지는 못하여 아직도 일종의 부채감을 갖고는 있으나, 다카마쓰 그리고 가가와현에서 지낸 한 달의 시간은 일시적인 만족감을 넘어 삶의 태도를 교정해 줄 정도의 깊이 있는 경험인 동시에 가장 자주 꺼내어 보는 기억의 한 페이지가 되었다고 한다.


이예은 작가는 1989년 대구 출생으로 취학 전에는 미국에서 지낸 적이 있었고, 중학교 시절은 우즈베키스탄에서 생활했으며, 고등학교는 독일에서 마치고, 대학은 홍콩으로 진학했다. 흔치 않은 이력이다. 홍콩에서 공부하던 시절 교환학생으로 처음 방문했던 일본에서 경험했던 차분한 분위기와 개인간의 거리가 적절하게 유지되는 문화가 본인의 성향과 잘 맞았던 작가는 이후, 한국에서 하던 직장생활을 그만 두고 와세다대학교 국제커뮤니케이션 연구과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책을 마무리 하는 두 번째 에필로그에서 스스로를 '태어난 곳은 있어도 진득하게 살며 정든 고향이 없는' 나 라고 표현한 이유가 이래서 였구나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 PART 1 푸드 테라피 : 마음을 채우는 음식

● PART 2 아트 테라피 : 소도시에 꽃핀 예술

● PART 3 워킹 테라피 : 자꾸만 걷고 싶은 길


작가는 이렇게 세개의 파트로 나누어 다카마쓰에서 만날 수 있는 다양하고도 신선한 힐링 테라피를 소개한다.


'우동현'으로도 불리울 만큼 유래깊은 본고장에서 맛보는 우동, 흰설탕을 처음 만들어 낸 역사와 연관되어 만들어진 화과자 '와산본'과 찹쌀떡 된장국 '안모치조니', 현지인의 소울푸드인 닭요리 '호네츠키도리'와 비밀스럽고 신비한 카페에서 만나는 부드러운 커피와 후르츠 산도 그리고 작은 섬에서 만나는 자연식 밥상까지, 작가는 지역문화가 집약된 여러 음식과 장소들을 소개하며 책의 첫 장을 시작한다. 화려하거나 특별하지는 않지만 기본에 충실하고 맛있는 음식들은 마음의 허기를 채워주는 훌륭한 첫번째 테라피가 되어 준다. 호기심을 일으키는 요리들 만큼이나, 작가가 자주 방문하고 독서에 집중할 수 있었다던 '바삭한 종이 냄새와 나른한 음악, 그리고 노란 독서 램프'가 있는 카페가 매력있다.


세개의 파트 중 가장 인상깊었던 아트 테라피의 장에서는 다카마쓰와 그 주변의 지역에서 만날 수 있는 다양한 예술적 체험을 소개한다.


일본인 아버지와 미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동서양의 경계에서 한평생 자신의 정체성을 고민했던 조각가 이사무 노구치의 '정원 미술관'과 따뜻한 인간애를 보여준 문단의 대부 '기쿠치간 기념관'은 다카마쓰에서 만날 수 있다. 일본 문단의 명망있는 문학상인 아쿠타가와상(신문·잡지에 발표된 순수문학 단편의 무명 또는 신진작가에게 수여)과 나오키상(순수문학과 대칭되는 대중문학의 신인에게 수여)이 일찍 요절한 두 벗을 추모하기 위해 기쿠치 간이 만든 것이라고 하니 그가 일본의 문단에서 차지하는 위상을 조금은 짐작할 수 있을 것 같다. 다카마쓰에 인접한 마루가메와 사카이데의 미술관에서도 일본화와 서양화 그리고 현대미술을 만날 수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자신이 소유한 미술품과 자본을 아낌없이 투자하여 기적과 같은 '나오시마 아트 프로젝트'라는 발상을 실현해 낸 교육 기업 베네세 홀딩스의 후쿠타케 소이치로 회장의 이야기가 감동적이다.


인간으로서의 행복, 인간미 넘치는 삶의 기쁨을 지키기 위해 시작된 이 모험의 성공은 환경오염으로 주민들이 하나둘 떠나가고 버려졌던 도시 나오시마를 전 세계의 여행자가 찾는 기적의 섬으로 부활시켰고 나오시마 주민들에게 다시 활력을 불어 넣었다. 나오시마를 떠났던 젊은 이들도 돌아왔다.


나오시마에서는 아름다운 땅속 미술관 '지추 미술관'을 방문하고 으슥한 폐가가 되었을 운명인 집들을 새로운 예술적 공간으로 탄생시킨 '이에 프로젝트'를 통해 스탬프 랠리에 참여할 수도 있으며, 그 유명한 여백의 화가 이우환 화백의 작품들을 '이우환 미술관'에서 감상할 수도 있다. 일본에서 먼저 인정을 받은 탓에 국내화단에서 외면을 받았었다던 이우환은 일본 모노파(物派, 물건이라는 뜻)의 창시자로 국내 미술품 시장에서 생존작가 중 역대 최고가를 기록하고 있는 작가이다. 나오시마 만큼이나 궁금하고 매력적인 것은 살아움직이는 물방울의 즉흥 예술을 만날 수 있는 '데시마 미술관'이다.


예술적 체험을 목적으로 한 공간들을 갖고 있는 도시는 많지만 실제 방문해보면 예술이 중심이 아닌, 공무원이나 지자체의 목적을 위한 어설프고 허무한 곳이거나 장사치의 초라한 흉내일 뿐 실제 예술적인 체험이나 영감과는 무관한 곳들이 많았다. 하지만 다카마쓰와 나오시마 그리고 인접한 도시들에 있는 이 공간들은 그런 허세나 거짓없이 방문자들이 마음껏 예술 작품을 보고 체험하며, 해석하고 사유하는 과정들을 통해 예술이 선사하는 즐거움에 순수하게 빠져들 수 있는 두번째 테라피를 제공해 준다.


세번째 워킹 테라피 파트에서는 일본 문화재보호법 상의 특별 명승지이며 여행안내서 미쉐린 그린가이드 일본 편에서 최고 평가를 받은 옛 영주의 산책길 '리쓰린 공원'으로부터 시작하여 사찰인 '야시마지'의 거대한 너구리부부 상, 바다의 신을 향해 오르는 1368개의 계단을 가진 '고토히라 궁', 일년에 이틀만 개방되는 '쓰시마 신사'의 행복의 다리와 노년의 사진사와의 추억이 깃든 유리등대 '세토시루베' 그리고 도시와 자연에 경계한 '국영사누키만노 공원'을 소개한다. 무엇보다 흥미로웠던 것은 일본 전체 올리브 생산량의 90%를 차지하는 '쇼도시마'의 이야기이다. '밀로의 비너스 상'이 처음 발굴된 그리스의 작은 화산섬 밀로스 섬과 '올리브'라는 연결고리로 자매결연까지 맺은 쇼도시마에 있는 울창한 올리브 길을 걸어보고 싶어진다.


작가는 이 장소들을 걸으면서도 무리하지 않는다. 취재가 목적이라면 어떻게든 더 보고 담으려고 할 수도 있겠건만 선택의 순간에는 고민없이 자신에게 무리가 되거나 다음의 일정이 방해받지 않는 선택을 한다. 다카마쓰를 소개하는 것 보다 다카마쓰에서 찾을 수 있는 다양하고 수많은 힐링을 소개하고자 하는 작가의 의도라면 당연한 일련 자연스로운 선택이라고 생각된다. 여행 가이드북이 아닌 이상 그 정도의 여백은 작가 답고 책에 어울린다.


식당과 카페에 가고, 예술적 체험을 찾아 다니며 지역의 명소를 걷지만, '도시'라는 병에서 피신해 온 이에게 그런 행위들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순수하게 스스로를 치료하고 위로 받는 과정으로서의 무위(無爲)의 위(爲)와 같다고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공감가는 에세이이면서도 책의 마무리에 추천 숙소와 여행 팁, 일정에 따른 지역별 여행 코스들을 담아 둔 <다카마쓰를 만나러 갑니다>는 다카마쓰 여행서로도 손색이 없어 보인다.


일본의 그 어느 장소보다 방문하고 싶어진 다카마쓰를 향한 언젠가의 여정을 떠나는 그날까지 이 책은 책장에 잘 모셔두기로 한다. 우리 모두가 앓고 있을지 모를 '도시'라는 병에 대한 하나의 훌륭한 처방전으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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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카마쓰를 만나러 갑니다 - 나를 위로하는 일본 소도시 일본에서 한 달 살기 시리즈 1
이예은 지음 / 세나북스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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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라는 병에 대한 좋은 치유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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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삶과 운명 1~3 세트 - 전3권 창비세계문학
바실리 그로스만 지음, 최선 옮김 / 창비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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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실리 그로스만(1905~1964)의 <삶과 운명>은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에 비견되며 현대 러시아 문학 최고 업적 중 하나라고 칭송되는 전쟁문학의 걸작이다. 1864~1869년 작품인 <전쟁과 평화>에 비해, 1959년에 완성해 1980년에서야 첫 출간된 <삶과 운명>은 작품 속 등장인물들 만큼이나 험난한 시간을 거쳐 세상에 빛을 보인 작품이다.


 <삶과 운명>은 1959년 완성되어 스탈린 사후 1960년에 출간을 시도하였으나 출판 금지 처분과 함께 KGB에 원고까지 압수당하게 된다. 그로스만은 1964년 암으로 사망한다. 사망 전 작가는 흐루쇼프에게 “내 책에 자유를 주십시오. 국가보안위 요원이 아니라, 편집인들과 내 원고에 대해 이야기하고 논쟁하길 바랍니다. 내 일생을 바친 책이 투옥된 지금의 상황에서 나의 육체적 자유는 아무런 진실도, 의미도 없습니다”라고 간청했었다고 한다.


 그럼에도 빛을 보지 못한 '삶과 운명'의 원고는 친지를 통해 마이크로필름으로 서방에 밀반출 되어 1980년 스위스에서의 첫 출간을 시작으로 영어, 독일어, 프랑스어 번역본이 출간되었고, 러시아에서는 페레스트로이카 이후 1989년에야 출간될 수 있었다고 한다.


 독소전쟁이 시작되자 자원입대하여 붉은 군대의 종군기자가 된 그로스만은 1941년 8월부터 신문 '붉은 별'에 전투기록을 기고하기 시작하여 무려 1천일 이상을 참혹한 격전지에서 보낸다. 남부전선군에 몸담았던 그는 200만명 이상의 사상자를 낸 사상 최악의 시가전 스탈린그라드 전투를 모두 체험했다. 나치의 최초 목표는 스탈린그라드의 점령이 아닌 파괴였기에 그 공방전은 더욱 참혹했다.

​이후 소련군이 폴란드로 진격하고 베를린으로 입성하기까지 나치가 저지른 끔찍한 만행은 물론 소련군이 패배한 독일인들에게 저지른 만행들까지 목격한 그로스만의 체험이 바탕이 된 <삶과 운명>은 동시대를 살지 않았던 작가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 보다도 더욱 생생하고 현실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인간의 운명은 신이 내린 것인가, 자신들의 행위의 결과인가?

신들이 내린 운명은 인간의 행동이 불러온 결과와 일치한다.

[호메로스]

​인간이 만들어 낸 전체주의는 파시즘과 나치즘, 스탈린체제 등 다르고도 유사한 형태로 발현되어 개인의 인간성을 잔인하게 짓밟고 수없이 많은 생명을 무자비하게 소멸시켜가며 그 체제를 유지하고 세상을 잠식해간다. 이렇게 전체주의는 개인의 자유를 말살하고 무조건적인 굴종을 강요하며 그에 속한 인간의 운명을 결정하고 속박한다.


체제의 유지와 성공을 위해 농민의 자유와 권리를 짓밟고 숙청한 스탈린의 공산주의와 유대인의 지상 말살을 꾀한 히틀러의 나치즘은 대립하는 동시에 닮아있다. 하물며 유대인에 대한 차별과 박해는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소련에도 존재했다.


그러나 이런 강제된 운명 속에서도 인간성과 선(善)은 살아있다. 피난처인 도시에서도, 나치의 수용소에서도, 반체제 인사를 감금한 소련의 수용소에서도, 참혹한 전투가 이루어지고 있는 스탈린그라드의 6동 1호, 이른바 빠플로프의 집에서까지도 그로스만이 추구하는 보편적 가치인 자유와 평등, 우정의 요소들은 남아있다.


​삶과 생존의 경계에서 언제든 짐승처럼 변할 수 있는 절망적인 처지에 있음에도 등장하는 여러 인물들은 누군가에게 친절하고 서로에게 주의를 기울이며 사랑하고 그리워하고 또 우정을 나눈다. 아무리 크고 거대한 불행 속에서 고통을 받는다 하더라도 인간성은 말살되지 않고, 아무리 큰 악에 대면 하더라도 인간 본성의 핵심인 선은 결코 사라지지 않고 결국은 삶과 운명을 개척해 나갈 것이라는 희망을 전한다. 하물며 죽음에 이르는 순간까지도 인간다움을 포기하지 않는 것 또한 그런 희망의 또다른 모습이며 이러한 희망이 바로 인간의 본능이고 본성인 것이다.


세 권 분량의 장편소설임에도 집중해서 쉽게 읽어내릴 수 있었던 것은 처참하고 잔인한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시간이 아닌 삶을 살아가는 인물들의 모습에서, 우후죽순으로 출간되는 책들과 넘쳐나는 여타 수많은 컨텐츠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삶의 숭고함과 가치를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틈틈이 책장을 펼치면 그 시간의 길고 짧음에 상관없이 몰입해서 읽을 수 있었다. 한동안 손이 가지 않던 현대문학과 고전에 대한 흥미가 되살아난다.


의미있게도 100번째 창비세계문학 작품으로 <삶과 죽음>을 만날 수 있었던 행운이 기쁘고 감사하면서도, 게토에서 보낸 어머니의 편지가 전한 먹먹함은 한동안 잊혀지지 않을 것 같아 걱정이다.


#러시아문학 #현대소설 #삶과운명 #창비세계문학 #바실리그로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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