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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독서 - 현재진행형, 엄마의 자리를 묻다
정아은 지음 / 한겨레출판 / 2018년 1월
평점 :
최근에 나에게 이렇게 깊은 울림을 주는 책이 있었을까 싶을 정도로 이 책의 후기는 강렬했다. 그동안 많은 육아서를 읽어보았지만 이 책은 두고두고 다시 읽고 싶어졌다. 저자는 대한민국 여성이라면 별 고민없이 진행되는 삶에 의문을 품고 이건 아닌데, 어떻게 해결할까를 계속 고민하며 이 책을 쓰게 되었다.
나와 동시대를 살고 있는 사람이라서, 나도 결혼을 하고 출산을 하고 육아를 하고 있어서 내가 했던 무수한 고민들이 저자와 너무나 비슷해서 읽는 구절구절마다 놀랐다.
나도 저자처럼 20대까지는 흔히 말하는 "쎈 여자"였다. 누구보다도 치열하게 공부했고, 내가 원하는 일을 얻었으며, 불의를 보면 참지 못했다. 나이가 드니 결혼은 해야할 것 같고 그렇게 해서 남자를 소개 받으러 나간 자리에서 "여자가 너무 드세다. 눈이 너무 높은 거 아니냐."란 말을 자주 듣곤 했다. 이성을 만나지 않을 때에는 내 성격, 내 능력 등은 너무나 맘에 들어 자존감이 높았었는데 이성을 만날 때마다 "내가 나를 부드럽게 바꿔야 남자를 만날 수 있나?"라는 자괴감이 들었다.
다행히 나를 있는 그대로 인정해주고 지지해주는 남편을 만나서 결혼 8년차가 되었다. 그동안 아이는 20개월 차이로 2명을 낳았고, 아이들은 7살과 5살이다. 아이들 어릴 때 휴직도 2년 넘게 했고 지금은 복직하여 워킹맘 생활을 하고 있다.
아이들 둘 다 어릴 때는 나도 자주 분노했었다. 분명히 남편도 집안 구성원의 일원이었으나 남편이 퇴근한 후 일 때문에 늦거나 회식한다고 늦거나 대학원을 야간으로 다녀 일주일에 두 번 저녁 늦게 집에 오게 될 때 이상하게 그런 날은 애들 때문에 집안일 때문에 너무 힘들었다. 힘든 시기를 지내고 보니 나도 알게 되었다. 그 때는 나를 도와줄 사람이 적어도 한 명은 있었어야 내가 버틸 수 있었는데 그 한 명도 없으니 힘들었었다는 걸. 아이를 한 명 키울 때와 두 명 키울 때는 어마어마한 차이가 있으며 사람은 한꺼번에 많은 일을 해치우려면 정신줄이 먼저 놓아진다는 것을.
이 책 안의 책목록 중 심리학자 김태형의 "실컷 논 아이가 행복한 어른이 된다."에 나오는 한 구절을 잃고 나는 무릎을 탁 쳤다.
-현재의 행복 없이 미래의 행복도 없다. 현재 행복하지 않은 사람이 미래의 어느날 갑자기 행복해지기란 절대 불가능하다.
아이를 키우는 엄마라고 해서 모든 것을 다 희생하며 언젠가는 행복해지겠지 참는다고 행복이 오지 않는다. 요즘 말로 "소확행"을 실현할 작은 여유라도 엄마들에게 부여해야 엄마들도 숨을 쉬고 살 수 있다. 아이가 어릴 때는 부모의 희생이 양육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데 엄마에게만 희생을 강요하고 아빠는 쏙 빠져 엄마의 희생을 외면해버리면 엄마는 불행에 빠지고 집 안 전체가 불행해진다.
이 책을 읽게 될 아빠들이여! 이 책에는 '엄마의 독서'가 아니라 '아빠도 독서'라고 부제를 붙여야 한다. 집 안에서 엄마가 행복해야 아빠도 행복해지고 아이도 행복해진다. 사랑해서 결혼한 아내라면 아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떻게 해야 행복한지 잘 살펴주시라. 행복은 먼 곳에 있는 것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