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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퓨마의 나날들 - 서로 다른 두 종의 생명체가 나눈 사랑과 교감, 치유의 기록
로라 콜먼 지음, 박초월 옮김 / 푸른숲 / 2023년 8월
평점 :
누군가 나에게 동물 중에서 어떤 동물이 좋냐고 물어보면, 호랑이라고 답한다. 용맹하게 생긴 모습이 멋져서 어릴 때부터 좋았다. 어릴 때 '퀴즈 탐험 신비의 세계'나 동물이 나오는 프로그램들을 즐겨보기도 했다. 그런데 퓨마와의 이야기라니! 이 책은 꼭 읽고 싶었다.

앞표지에 큼지막하게 있는 퓨마 모습이 너무 예쁘다. 제목에도 퓨마 픽토그램이 들어있어서 아기자기하다. 핑크색 코와 어울리는 핑크색 글씨도 마음에 든다.

저자인 로라 콜먼의 소개를 보니, 2007년 볼리비아로 여행을 떠나서 야생동물 보호구역 자원봉사자로 일하며 야생동물과 환경에 관심을 갖게 된 것 같다. 나는 인간의 환경 파괴와 야생동물의 위기에 대해 기사로 보긴 했지만 저자처럼 실제로 맞닥뜨린 적이 없다보니, 이번에도 저자의 글을 통해 간접 경험을 하게 되었다.


책은 감사의 말까지 445페이지로, 꽤 두꺼운 책이다. 앞에는 로라가 만난 동물들과 퓨마인 와이라 등의 사진과 지도 그림이 있다. 동물을 예쁘게 그린 그림도 있어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차례는 3페이지에 걸쳐 있다. '껍질 속의 나-깨어나는 나-새로운 나'로 나아가는 형태다.

퓨마는 퓨마로 알고 있는데 작가의 말에 보면 다양한 이름이 있다고 한다. 퓨마랑 어떤 교감을 하는지 궁금해서 책장을 넘겨본다.
볼리비아 배낭여행을 떠난 로라가 우연히 자원봉사자 모집 공고을 보고 파르케에 가게 된다. 로라가 간 곳의 첫 인상과 숙소를 묘사하는 부분에서, 나는 못 가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쾌적하지도 깔끔하지도 않은 곳에, 푸세식 화장실과 샤워도 자유롭게 할 수 없고 동물들이 숙소로 들어오기도?! 하지만 로라는 당황스러움을 드라내지 않고 그 상황에 잘 적응했다.
퓨마인 와이라와의 첫 만남에서 로라는 두려움, 호기심 등을 느끼지만 정작 와이라는 별 생각 없어보였다. 로프를 와이라의 목걸이에 걸어 케이지 밖을 산책하는 장면에서 사람을 퓨마로부터 보호하기도 하지만 사람으로부터 퓨마를 보호하기도 하는 건가 싶었다. 원래 야생에서 살던 퓨마인데 사람들의 이기심으로 살던 곳이 아닌 보호시설에서 살게 되었으니. 산책 할 만큼 하고서 집으로 알아서 돌아가는 모습도 신기했다.
로라는 와이라 돌보기뿐 아니라 다양한 동물들을 돌보며 피곤한 하루를 마무리하며 여길 벗어날까 생각하기도 하지만 떠나진 않는다.
그리고 원래 떠나려던 일정도 미루고 더 머물게 된다. 와이라와 교감하게 되면서 로라도 파르케의 생활에 적응해버렸다. 하지만 화재로 인해 고생하고, 같이 일하던 동료와 파르케를 떠나며 1부가 끝난다.
로라는 파르케를 떠난 후 여행도 다니며 시간을 보내다 다시 파르케로 돌아가게 된다. 그런데 와이라가 사라졌다는 소식을 접한다. 다행히 와이라는 찾았지만 열악한 생활이 반복된다. 내가 로라였더라도 저 상황을 견디며 저기에 있기를 원했을까? 다양한 벌레들이 득실거리고 물 쓰기도 쉽지 않은 생활이라 상상만으로도 너무 살기 힘들 것 같은데 로라를 비롯한 파르케에서 자원봉사하는 사람들은 그 생활을 적응하고 잘 지내는 모습이 대단하게 느껴졌다. 그런 생활뿐만 아니라 야생동물들을 돌보는 일까지 하니 다치기도 하고 위험에 노출되는 경우가 많았다. 돌보는 야생동물을 노리는 사람도 있고 말이다.
와이라가 넓은, 새로운 방사장으로 이동하는 장면은 상상만으로도 감동적이었다. 원래 야생에서 살던 퓨마지만, 태어나자마자 어미와 떨어지고, 학대 받으며 자라서 야생을 몰랐을텐데, 넓은 방사장에 가니 자유를 만끽하는 모습이라니!
로라가 아니었다면 볼리비아에 저런 야생동물 보호단체가 있는 것도, 환경이 열악한 것도 몰랐을 것이다. 파르케에 머물렀던 다양한 사람들은 다양한 직업을 가지고, 로라는 작가가 되어 이 글을 남겼다. 야생동물은 그들만의 세계에서 평화롭게 살 권리가 있는데 사람의 이기심으로 그 평화가 파괴되고 삶의 터전뿐 아니라 목숨도 위협받는 모습을 로라의 글로 생생하게 느꼈다. 이전에 다른 책이나 영상 등으로도 인간이 동식물의 터전을 파괴한다는 것을 봤지만 이 책만큼의 울림은 없었던 것 같다. 불편한 생활을 하면서도 야생동물들을 위해 애써준 모든 사람들에게 고마움을 표하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