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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 꽃처럼 - 제2판
원경 지음 / 도반 / 2011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원경스님의 시집
여러모로 머리가 복잡한 나날들이다. 그때 원경스님의 시집을 만나게 되었다.
원경스님을 뵌 적은 없지만, 그 분의 차분한 심성과 말투가 나의 성난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 앉혀주는 기분이 들었다.
작고 예쁜 그림들도 한 장 한 장 넘길때 마다 기분을 좋게 만들어 준다.
자기계발서를 필독서처럼 읽어야 하는 요즘 사람들에게, 자기계발서 처럼
스님의 시집도 필독서가 되면 어떨까 라는 생각을 해본다.
사실 내가 알고 있는 스님이라야, 2010년 우리곁을 떠나신 법정스님 밖에 없다.
원경스님은 법정스님과도 인연이 있으시고 LA에 있는 고려사 주지 소임을 맡으시고
미국생활을 할 적에도 큰스님으로 모신 적이 있으시다.
그래서 그런 것일까? 원경스님의 시들을 읽으며, 물욕에 가득차고 뭐든 남보다
많이 가지고 싶고 자랑하고 싶은 병에 걸려있는 나의 모습을 거울로 바라보는
느낌이 들었다. 거울을 깨고 싶을 정도로 마음에 들지 않는 모습이다.
입맛은 또 어떠한가, 맛있는 음식을 찾고 습관적으로 머릿속은 다음에 먹을 음식을
생각한다. 그리고 배가 너무 불러 후회할 정도로 위를 혹사시킨다.
원경스님의 시는 기분좋게 배가 부르되, 구름 위를 걸을 것 처럼 나를 날씬하게
만들어 주는 양식같은 느낌이다. 먹고나면 입이 텁텁해 지는 커피만 찾는 내게
원경스님의 시는 깔끔한 차 한잔과 조용한 한옥에 앉아 담소를 나누는 상상을
하게 만들어 준다.
스님이 계신 심곡암은 시, 심곡암 이야기에 나와있듯이 티끌세상에 가깝되
깊은 고요함이 깃들어 있고..... 티끌 세상 한눈에 굽어보네.
처럼 북한산에 자리하고 있다. 속세에 가깝지만, 우리네의 마음과는 거리가
가까울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스님이 바라보는 모든 것들이 시가 되고
노래가 된다. 절에 핀 목련, 그리운 스님들, 아름답게 꽃이 피는 모습,
계절의 변화, 단풍, 차의 향기..등등...
그런데 그 소재는 공통점이 있는 것 같다. 그것은 '마음의 고요'가 아닐까 하는 것이
나의 부족한 소견이다. 세상과 사람들의 마음속은 온통 '소음'이 진동하지만
수행하는 스님의 눈과 마음이란 필터를 거치면 고요가 되어 몸과 마음을 자연에
동화하게 만드는 마법같은 힘.
그 힘이 그 분의 시에 담겨있다.
한 번 읽지 말고, 마음이 시끄러워질때 마다 책을 집어 들어 그분의 말씀에 조용히
귀 기울이고 싶다.
심곡암에 가면 원경스님을 만날 수 있다고 생각하니 왠지 북한산이 따스하게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