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레빌라 연애소동
미우라 시온 지음, 김주영 옮김 / 은행나무 / 2011년 11월
평점 :
절판



제목부터, 표지부터 마구 마구 흥미로웠던 소설! 언젠가 읽었던 ‘마호로 역 다다

심부름집‘의 저자 미우라 시온의 작품, 그리고 일본 소설을 좋아하는 내게

역시나 재미있다! 라는 만족을 얻고 마지막 장을 덮은 책이다.

책 소개에 비중있게 적혀있는 섹스라는 단어. 사실 조금은 의아했다. 섹스라니!!

대체 어떤 섹스를 그린것일까? 그러나 내가 상상했던 천박한 느낌의 섹스라기 보단

맑은 입맞춤 같은 느낌이었다. 사람이 사람을 만나 진심을 전하고 자신의 인생에

누군가를 받아들인다는 따뜻한 느낌이 드는 소설이다.


7가지의 이야기가 고구레 빌라라는 낡은 빌라를 배경으로 펼쳐진다. 연관되듯

아니면 타인이든, 어쨌든 고구레 빌라라는 공통점을 지닌 이들의 이야기...

소설을 읽어 내려가자, 관심 없던 우리 아파트 라인의 이웃들의 이야기가 궁금해진다

책을 다 읽고, 몇 밤이 지나 서평을 쓰는데도 7가지의 이야기의 여운들이 아직

가득하게 머릿속을 메우고 있다.

3년 동안 소식 없이 사라져 버린 남자친구를 기다리느라 고구레 빌라를 떠나지

않고 기다리던 마유에게 최근 아키오라는 남자친구가 생긴다. 그런데 그녀에게

3년만에 갑자기 옛 남자친구 나미키가 찾아와 소동이 벌어진다.

그리고 마유가 일하는 꽃집의 주인인 사에키는, 자신의 가게 옆에서 커피숍을

하는 남편이 타준 커피를 마시면 흙탕물 맛이 나는 것을 느낀다. 물론 마음이

느끼는 미각이다. 그녀의 남편은 바람을 피우고 있었다. 나미키는 마유와 함께

남편의 불륜 현장을 덮친다. 이렇게 매 장마다의 주인공들은 연관되어 있는

옴니버스의 구조이다. 그래서 더욱 현실적이게 다가온다. 우리네의 삶에도

작고 큰 사건들이 늘상 벌어지고 누군가와는 멀던 친밀하던 관계를 맺고

산다. 조금 더 황당하다고 느꼈던 사건은 고구레 빌라의 주인인 고구레씨의

이야기이다. 그는 세상을 먼저 떠난 친구에게 들은 부인이 섹스를 거부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순간부터 늘 섹스를 하고 싶어한다. 남들이 보았을땐 조용하고

늙은 노인일 뿐이지만, 그도 사람이다. 그러나 나 또한 그의 이야기 편을

읽어 내려가며 ‘주책이다‘라는 편견을 갖고 읽었다. 이뤄질 가능성이 없는

욕망..그러나 그 욕망은 그에게 살아있다. 관심받고 싶다..라는 마음을 대변하는 것이

아닐까 ...

그리고 7편의 이야기중 piece 편은 읽으면서 엉엉 울었다.

요즘 내가 감수성이 예민한 이유도 있겠지만 이 이야기를 읽으면서, 얼마나

마음이 아프던지... 그리고 고구레 할아버지에게 편견을 가졌듯이

고구레 빌라 1층에 살면서 여러 남자와 쉽게 섹스하는 미쓰코에게도 편견을

가졌던 것에 대한 미안함이라고 할까.. 그녀의 이야기 앞에 나왔던 ‘구멍‘편에서

간자키라는 청년이 아래층 대학생 미쓰코를 훔쳐보는 이야기가 나온다.

그녀는 문어발식 연애의 달인이다. 자신의 집을 찾아오는 남자와 쉽게 잠자리를

한다. 그러다 임신이라도 하면 어쩌라고..라는 언니의 걱정이 불쑥 불쑥 고개를

내민다...그러나 그녀는 초경을 하지 않아 엄마와 함께 병원을 가서,

난소에서 난자를 배출하지 못한다는 불임판정을 받는 가련한 운명의

여자이다. 그러나 더 잔인한것은 그녀의 친구가 사고를 치고 아기를 낳아

그녀에게 일주일간 맡아달라고 한 대목에서이다. 일주일간 아기를 지극정성으로

돌보는 그녀의 모습은 내가 가진 편견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펑펑

울게 만들었다. 7편의 이야기 모두 씁쓸한 마음도 들게 하고 예쁘다라는 생각도

들게 한다.

각자의 나이와 삶은 다르지만, 우리가 사는 세상 이야기는 무언가가 관통되어

있다는 생각이 드는 소설이다. 몇 년이 지난 고구레 빌라에 가게 되면

여전히 그곳에서 생활하며 잘 살고 있을 거란 생각이 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