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없다
김민아 지음 / 끌레마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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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이 가장 흥미로웠던 점은 옴니버스 형식이란 점이다. 단편집임에도

불구하고 흐름이 끊기지 않고 너무 잘 읽혀지고 다음 이야기에서

전편의 주인공과 연관된 사람이 주인공이 되니, 각자의 속마음을

읽는것 만 같은 기분이 든다. 그리고 이 소설의 매력은 단연 평범한 우리네

들의 이야기가 아닌가 싶다. 화려한 한편의 영화나 동떨어진 부자집

드라마가 아닌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 사랑받고 싶고,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

상처 입는 우리네 이야기 말이다.

읽으면서 코끝이 찡한 부분이 너무나 많았다. 지극히 평범한 내가 대한민국을

살아가며 느꼈던 상실감과 좌절을 그들의 이야기를 통해 위로받고 용기를

얻는 느낌마저 들었다. 소설임에도 불구하고 너무나 진실성이 느껴져서

익명으로 적어낸 수기 같기도 했다.

입양으로 엄마가 생겼지만 그 아이는 동생이 생길지 모르는 상황에서

동물처럼 표효하며 운다. 내가 경험하지 못한 상황이었지만 나도 덩달아

너무 슬펐다. 입양이란 이름에서 향기가 난다며 입양아였던 그 아이는 어른이 되어

딸을 입양하게 된다. 누구나가 받기만 할 수 있는 삶도 아니고 누구나가 나눌 수

만도 없는 삶이 인생인것 같다. 세상에는 내 이야기와 내 슬픔만 있는것도

아니고 타인의 이야기와 타인의 슬픔도 공존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리고 관계라는 게 언제 끝이 나는가 라는 질문을 던져준 ‘민소매 원피스’

도 기억에 많이 남는다. 남편과의 이혼으로 하여 덩달아 끝이 나버린 예전

시어머니를 이사 간 동네 목욕탕에서 우연히 만남으로 해서 목욕친구가 된다.

남편이란 연결체가 사라져서, 영 어색할 것 같은 두 사람은, 커플목욕가방을

나눠드는 사이가 된다. 더 가까울 것 같은 결혼생활시절보다 둘은 아무 인연이

아닐때 더 가까운 인연이 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어떤 관계라고 정의하는 것보다

순수하게 그 사람의 인생을 아파해주고 보듬어 줄때 이상적인 관계가

되는 모양이다. 내 인생을 보듬어주고픈 벌거벗은 모습 그대로를 바라보는,

같이 때밀어줄 수 있는 타인은 자신만큼이나 가까운 존재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선생님이라며 어떻게 하겠어요? 라는 단편은 흔히 아침드라마에서 다루는

배우자의 바람을 양방향으로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준다. 비밀을 전재로

하는 상담자에게 내담자는 자신의 남편이 바람을 핀다고 고민을 털어놓는다.

평범한 일상속에 가정생활을 하는 상담자에게는 상담자임에도 불구하고 드라마

속 먼 이야기였지만, 자신의 남편도 바람을 핀다는 사실을 안 후에는 내담자의

전화를 받고 목놓아 운다. 상담자라는 사회적 직업을 갖더라도 자신의 삶을

상담하며 살 수 없다. 타인의 불행이라 강건너 불구경하듯 구경하던 일도 언제

내 삶에 곪다 곪다 터져 오를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기에 우리 삶은

늘 사랑과 겸손 그리고 타인의 위로가 필요한 모양이다. 그 밖에 많은 등장인

물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북에서 귀순한 여인과 남한의 유부남의 사랑이야기

십년동안 경리를 본 아가씨에게 큰 돈을 주며 함께 살자는 나이들고 병든

사장이야기, 뚱뚱한 여자에게 반한 남자 등등...한 편 한 편 많이 느끼고

많이 아프고 많이 위로받은 주옥같은 이야기 들이다. 비에 눅눅히 젖은 내마음을

이 책으로 기분좋게 말려진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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