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화로 말해요 - 농인 아내, 청인 남편이 살아가는 이야기
가메이 노부타카.아키야마 나미 지음, 서혜영 옮김 / 삼인 / 2009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결혼하고 나니 대화의 중요성을 절실하게 깨닫게 된다. 연애할때는 모든 것을 이해해주려고

하는 반면 결혼하고 나면 가족이 되어버리니, 편해진다는 장점은 있지만 대화를 하다보면

언성이 높아지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처음 이 책을 대했을때 너무나 궁금했다. 청인 남편과 농인 아내라....어떻게 서로 의사소통을 할 수 있을까? 라는 궁금증 말이다. 청인이라는 것은 들을 수 있으니 말할 수도 있는 사람이고, 농인은 들을수 없으니 말을 할 수 없고 수화를 대화로 사용하는 사람이다. 그러니 웃지 못한 경험들도 할 수 있다. 남편이 퇴근해서 집으로 돌아와 아무리 문을 두드려도 아내는 아무소리도 듣지 못한다. 남편은 현관문 사이로 종이도 넣어보고, 편의점으로 달려가 팩스도 넣어보지만 아내가 다른 일을 하고 있어서 신경을 쓰지 못하면 알아차리기 힘들다는 것이다. 내가 남편의 입장이었다면 불평도 할 법 한데, 거북이(남편 별명)는 농인인 고양이(아내 별명)을 진정으로 이해하고 있는 사람 중 하나이다. 이 부부들의 삶을 통해 농인에 대해 내가 잘 못 알고 있거나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들을 정말 많이 깨닫게 되었다. 내가 겪지 않으면 절대 알수 없는 것이지만 이해할수는 있는 것이다. 음성언어를 사용하는 대다수 99퍼센트의 사람들은 수화를 사용하는 사람에게 구화(입모양을 보고 알아듣는것)를 강요하는 무례한 요구를 부당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반대로 그들에게는 소리를 듣지 못한다고 문을 쾅 닫지 말라느니, 하는 기분 나쁜 소리만 해대고 수화를 하는 사람을 빤히 바라보곤 한다. 고양이는 대학을 다니는 학생이다. 컴퓨터로 수업내용을 타이핑해주는 사람이나, 수화를 해주는 사람이 없다면 그야말로 암흑의 세상인것이다. 판서도 하지 않는 교수님을 만난다면 늘 멍하니 시간을 허비하고 집으로 돌아와야 하는것이다. 그녀는 학교를 상대로 청각장애를 진니 학생에 대한 지원에 대한 요구서를 제출한다. 배우는 것도 너무나 큰 준비가 필요하다. 그것을 모르는 대부분의 99%의 사람들은 그녀의 목소리를 들을 수 없으니, 너무나 무심하지 그지 없다. 책을 읽어가며 나는 이러한 답답한 상황에 처한다면 어떤 기분이 들까..하고 생각해 보았다. 그리고 고양이가 미국에서 대학생활을 했던 때의 편했던 면학분위기를 읽고서는, 역시 서양의 선진문화는 부럽다는 생각 또한 가지게 되었다. 우리나라의 분위기도 일본과 비슷할 것이라는 생각도 해보았다. 자문화중심주의가 팽배한 사회속에서 얼마나 깨지고 힘든 소수의 삶일지도 생각해 보았다. 거북이는 그런 청인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농인을 보면서 멋대로 치유하지 말라고 말이다. 맞는 말인것 같다. 그것은 농인에게 아무 도움도 되지 않으니 말이다.

차이를 인정하고 소수의 그들도 살아갈수 있는 세상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쉽게 읽히지만

정리가 쉬운 책은 아니었다. 처음에는 단순히 부부의 대화가 궁금했지만, 읽어갈수록 농인에 대해 내가 몰랐던 것들이 계속해서 궁금해져갔다. 우리가 보기에는 한 종류일것만 같던 수화도 외국어처럼 몇백개의 수화로 나뉘고 음성언어처럼 이해되는 것이 아니라 단어 단어를 붙여서 문장을 만들어 내는 소통방식인것 같다. 고양이와 거북이만이 서로 이해하며 살아가는 것이 아닌, 세상의 청인과 농인들이 자연스럽게 이해하며 도와가며 살아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처음에 나의 궁금증은 너무 원초적인 것이었다. 그들도 여느 부부들과

똑같은 대화를 하는 부부들이다 청인인 남편과 농인인 부인 모두 수화를 사용하며, 수화로 농담도 하고, 싸우기도 하며 말이다. 사람사는 것은 다 똑같다 궁금할 것 없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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