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는 두 번 떠난다
요시다 슈이치 지음, 민경욱 옮김 / Media2.0(미디어 2.0) / 2008년 8월
평점 :
절판


 
개인적으로 일본 소설을 참 좋아한다. 언제부턴가 책장에 꽂혀있는 책들을 보면

일본 작가의 이름이 쭉~눈에 들어온다. 일본 소설은 무언가 생각하게 하고, 아련한

감정이 고개 들게 만들고, 내 감성을 풍부하게 만들어 주는 기분이 든다.

요시다 슈이치는 퍼레이드, 악인, 일요일들을 읽고 그의 팬이 되게 만들어 준

작가분이다. 그의 이름만으로도 이 책을 읽게 만든 동기는 충분했다.

읽고 난 후에 느낀 느낌은 역시!! 요시다 슈이치다! 는 것이었다.

 

여자는 두 번 떠난다는 단편집이다. 단편집은 짧은 호흡에, 말그대로 단편적인

이야기들이여서, 뭔가 아쉬움이 있기 마련인데, 이 책은 단편이고, 제 각각

다른 주인공들의 서로 다른 이야기들이지만,한 호흡처럼 느껴졌다.

사랑..사랑은 빼놓을 수 없는 소설의 소재이다.

이 책 역시 사랑을 이야기했고, 사랑하면 언젠가, 이별이 있듯,  이별 또한

이야기 하고있다. 11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된 이 이야기는 마지막 이야기인

연애 잡지를 읽는 여자를 빼고는 모두 찌질한 남자들에 관한 이야기이다.

찌질하다는 표현이 가장 잘 어울리는 단편은 공중전화의 여자였다.

조금 쇼킹한 이야기였다. 공중전화를 기다리다가, 앞 서 통화하는 여자의

이야기를 들은 그 남자, 얼마 후 회사 신입사원으로 들어온 그녀를 만난

그는, 통화내용의 꼬투리를 잡아, 그녀에게 잠자리를 요구하고, 그녀와

하룻밤을 함께한다. 그 다음 출근해 보니, 그녀는 회사를 그만두고 떠나버렸던 것..

조금더 따뜻하고, 배려할 수 있는 남자이기보다는, 그냥 자신의 본능?에 충실한

찌질함. 그것이 여자를 떠나게 하는 것이 아닐까.

'장대비 속의 여자'에 그 또한 그러하다. 친구의 여자친구로 처음 만나 잠자리를

한 그...비가 계속 내리는 날이 지속되자 비가 그치면 가겠노라고 그녀는 말한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식사거리를 챙겨주지 않으면 마냥 굶는 그녀..

그는 퇴근 후 몇번의 식사를 챙겨주며 몇일을 보내다가, 자신이 식사를 챙겨주지

않으면 밥을 먹지 않는 것을...몇일까지 할 수 있나 시험해본다.

그렇게 몇일을 외박하고 들어 온 집에 그녀는 어디론가 떠나고 없다

또 다른 이야기들도 비슷한 맥락이다.

'꿈속의 여자'는 우연히 본 여자의 뒤를 밟고, 그녀의 집까지 알아 내서

목욕탕을 가는 것 처럼 위장하여, 그 동네를 두리번 거리고, 그녀의

집앞까지 찾아가, 텔레비젼의 소리를 들을 만큼 위험한 행동을 하지만

남자의 목소리가 집에서 들리자, 목욕용품의 비누를 창문으로 집어 던지고

도망가는 찌질한 남자이다.

나머지 이야기들도 모두 읽어보고 재미를 느껴보시길 권해본다.

그 여자들이 머물만큼 포근한 공간을 만들 재간이 없었던 그들..

그들의 마음이 없었다기 보단, 그들의 환경이 열약하고, 힘들었다는 것도

인정한다. 그들은 그녀들이 떠나간다고 박수치는 나쁜 남자들이기 보다는

연애를 잘 모르는 불행한 사람들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들이 더 자라고, 연애를 반복하다보면, 그리고 더 집중하다보면

일터로 떠나고, 아침마다 집을 박차고 나서더라도, 어스름이 지는 저녁이

되면 그들에게 그녀들이 다시 돌아오리라고 말해주고 싶다.

아픈만큼 성숙한다는 것은 나 또한 경험해본 바 있는 일이니 말이다.

여자는 언제 언제 두번 떠나는 것일까?

여자는 마음이 공허하고, 자신의 자리가 아니라고 생각하면

떠나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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