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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그리고 시작
김명조 지음 / 문학수첩 / 2008년 8월
평점 :
절판
법원행정고등고시에 합격한 이력이 있는 김명조 작가님의 두터운 법 지식에
놀라는, 실감나는 소설한편을 읽었다. 책 소개처럼 실화인지 소설인지
분간이 잘 가지 않는 내용이다. 세계에서 유일한 분단국가이면서도
오늘날을 살아가는 우리들은, 분단국가라는 과제를 해결해야 겠다는
생각보다는, 하루하루를 우리들 자신의 문제를 치뤄내느라 급급하게 살아
가고 있다. 그런 것을 탓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 책을 읽고 나니
정말, 내가 편안하고 행복한 삶을 사는구나!라는 생각에 그동안 불평불만하고
감사하는 마음을 갖고 살지 못한 것에 많은 반성을 하게 되었다.
읽으면서, 무서웠던 사실 한 가지는 나라에 충성하고 애국을 위해 자신의
인생을 거는 사람에 대한 국가의 처우, 그리고 모든 것을 잃어버리고도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못하고, 쓸쓸히 죽음을 맞이했던 주인공 황인성의
이야기가 소설 속 이야기가 아닌, 현실의 이야기 같다는 생각이 들었던
이유에서이다. 황인성의 이야기가 나오기 전에 한 사건이 발생한다.
법정스릴러를 읽는 기분이 드는 살인사건에 관한 이야기이다.
정보부 국장 허준기가 살해되었다. 유력한 용의자는 그의 처이자, 잘나가는
신경외과의사 ..그리고 그녀의 정부인 이재훈이다. 공범인 이재훈은
자살을 했고, 심은희는 성폭행으로 고문을 받았다며, 허위로 진술을 하고
자신의 유죄를 전면부정한다. 그러한 시점에 검사가 살인 현장에서 찾은
증거물은, 신원을 알수 없는 지문 한점. 그리고 더 놀라운 사실은 12년전
사망으로 말소된 지문이라는 점이다. 그때부터 등장하는 황인성의 이야기는
숨죽여서 읽을 수 밖에 없는 이야기이다.대북 프로젝트 ‘TRAP’의 수장
이었던 그는 비행기가 북에게 납치당할 당시 아들과 탑승해 있었고,
아들의 목숨을 협박하며, 정보를 넘기라는 북에게 아들의 목숨을 넘기는
비운의 아버지이다. 그리고 말을 하지 않겠다면 혀를 잘라냈다
거의 죽다시피 한 그가 몇년동안 버티고 인간이기를 포기하며 짐승같이
버텨오다가, 겨우 때를 만나 대사관을 찾게 되지만, 애국자인 그에게
상을 주기는 커녕 신원이 불분명하다며 내치는 말도 안되는 상황이 벌어진다
꿈에 그리던 부인, 그리고 친척들의 연락은 모두 두절 상태이고 같이
일했던 프로젝트의 동료들도 깨끗하게 증발해 버렸다. 이러한 상황은
정말 내 자신의 일인양 하늘로 방방뛸정도로 화가 머리끝까지 나도록
만들었다. 그의 지문 한점이 어떠한 역할을 하여, 법정 스릴러가
끝나게 되는 지, 그리고 황인성에게 남은 몇 안되는 해피엔딩 중에
가장 좋은 결말로 끝나게 되었는지, 이야기 자체도 흥미롭지만, 더욱 이야기를
진지하게 만드는 이유는..국가와 국민에 관한 진지한 성찰을 해보는
좋은 소재에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진지하면서도 오락적인 요소가 가득 찬
소설..참 머리 좋은 작가여야 쓸수 있다는 생각을 해보며 책 읽기를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