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의 사순 시기 - 새로 태어나는 40일
마르쿠스 C. 라이트슈.케르스틴 헬트 지음, 최용호 옮김 / 가톨릭출판사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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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을 기다리는 동안, 나는 사순 시기를 맞았다. 분주한 일상 속에서도, 이번 사순만큼은 조금 다르게 살아보고 싶다는 바람이 들었다. 그때 내 손에 들어온 책, 『내 마음의 사순 시기』는 마치 조용히 손 내밀어주는 벗 같았다. “잠시 멈춰도 괜찮아.” 책은 그렇게 조용히 속삭이며 내게 하루하루의 의미를 묻는다. 이 책은 특별한 형식을 갖추었다. 사순절의 시작인 재의 수요일부터 주님 부활 대축일까지, 총 40일간 매일 한 장씩 읽을 수 있게 구성되어 있다. 그렇지만 ‘사순 4일차 토요일’ 처럼 날짜가 적혀 있지 않다는 점이 오히려 좋았다. 해마다 새로운 마음으로 다시 펼칠 수 있도록, 계절이 아닌 마음의 시간에 따라 흐르도록. 사순절이라고 하면 왠지 모르게 금욕, 금식, 절제 같은 단어들이 먼저 떠오른다. 나 또한 그랬다. 작년엔 ‘바오로딸’에서 운영하는 사순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저녁마다 소식을 금하며 이웃을 돕는 일을 했다. ‘금식’이라는 단어가 적힌 작은 천을 밥솥 위에 얹어두고, 나름의 의식을 갖춘 하루하루를 살았다. 매일 밤 저녁을 굶고 바라보는 그 천은 나에게 유혹에서 멀어졌다는 작은 승리의 증표였다. 그런데 이번 사순, 『내 마음의 사순 시기』를 읽으며 조금 다른 결을 느꼈다. 이 책은 내게 ‘참아라’, ‘절제하라’는 목소리를 넘어서 “조금 쉬어도 괜찮아”, “당신의 마음을 들여다보세요”라고 말해주는 듯했다.

책 속의 글귀 중 하나가 유독 오래 마음에 남는다. “오늘은 오디오를 켠 다음, 푹신한 의자에 편안히 앉아 좋아하는 음악을 들어 보세요. 단지 10분 만이라도 그렇게 해 보세요… 그제야 이 세상이 눈에 들어옵니다. 주님이 우리를 위해 만들어 주신 이 세계 말입니다.” (56p) 이 글을 읽고 매일 아침 기도를 마친 후, 성가를 틀었다. 짧은 음악 한 곡이 흐르는 사이, 커피 한 모금을 마시고, 가만히 앉아 있었다. 그리고 성경을 읽고, 묵상하고, 집안일을 하며 하루를 시작했다. 하지만 그 시간은 반복적인 루틴이 아니었다. 세상의 소음을 걷어내고, 내 영혼에 따뜻한 햇살을 들이는 시간이 되었다. 이 책의 아름다움은 ‘무겁지 않음’에 있다. 사순절의 본질을 놓치지 않으면서도, 일상의 언어로 다가온다. “참아 보기, 나쁜 습관 고치기, 의로운 일 하기” 같은 주제는 물론, “음악에 빠져 보기, 깊게 숨쉬기, 자신의 소망 떠올리기” 같은 작고도 부드러운 권유가 담겨 있다. 이 모든 것이 하나하나 사순의 의미를 품고 있다. 절제가 아닌 존재의 회복, 금욕이 아닌 돌아봄의 여정으로. 책 첫 장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이 책은 사순 시기 동안 영혼을 정화하도록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특히 우리에게 스트레스를 주던 일상을 줄이고 그 대신 자기 자신을 돌보는 시간을 갖으라고 권합니다.” (4p) 그 말처럼, 나 역시 이 책을 통해 ‘돌봄’을 배웠다. 다른 사람을 돌보기 전에 먼저 나를 돌보는 시간. 하느님 앞에서 숨 가쁘게 살던 나의 삶을 잠시 내려놓고, 진심으로 고요해지는 시간. 무언가를 성취하려는 사순이 아니라, 존재 그 자체로 머물러 보는 사순이었다. 책장을 넘기다 보면, 문득문득 하느님이 내게 말을 거는 것 같다. 조용한 위로와 격려, 그리고 ‘괜찮아, 너는 이미 사랑받는 존재야’라는 그분의 음성이 들린다. 이 책은 거창하지 않다. 하지만 묵직하다. 눈물 나는 진실보다는, 미소 지어지는 진심이 담겨 있다. 그래서 더 깊이 스며든다. 이번 사순 시기, 나는 『내 마음의 사순 시기』와 함께했다. 책은 나를 변화시키진 않았다. 하지만 나를 바라보는 시선을 바꿔주었다. 영혼을 몰아붙이기보다 숨을 고르게 했고, 하느님을 향해 한 걸음 더 다가서게 했다. ​이 봄, 나는 이 책을 펼치며 매일 아침 작은 기도를 바쳤다. “오늘도 내 마음을 정화할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그 기도는 지금도 여전히, 내 삶의 일부로 남아 있다.


오늘은 오디오를 켠 다음, 푹신한 의자에 편안히 앉아 좋아하는 음악을 들어 보세요.
단지 10분 만이라도 그렇게 해 보세요… 그제야 이 세상이 눈에 들어옵니다.
주님이 우리를 위해 만들어 주신 이 세계 말입니다 - P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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