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덴 호텔에서는 두 발로 걸어 주세요 인생그림책 34
나현정 지음 / 길벗어린이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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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쓰고 그린 나현정 작가는 과슈 물감을 사용해 진하게 올린 색감에, 그중 분홍색과 보라색을 많이 사용하면서 에덴 호텔을 더욱 화려하고 멋지게 색칠해 동물들이 정말로 좋은 곳에서 ‘사람대접’ 받고 살고 있는 것처럼 꾸몄다고 합니다.

색감도 너무 아름답고 화려해서 표지부터 눈길을 끄는 책입니다.

표지에 있는 동물들에 특이한 점이 있지요? 맞습니다. 모두 두 발로 서 있네요.

어떤 내용일지 궁금해집니다.

 

동물들이 일광욕을 즐기고 운동을 하고, 책을 읽고 티타임을 하고, 욕조에서 목욕을 합니다. 다른 포식자들에게 목덜미를 물릴까 밥을 굶을까 걱정할 필요 없이 모든 동물들이 평화롭게 지낼 수 있습니다. 배고프면 뷔페를 먹으면 되거든요. 다만 관람객들의 눈길을 신경 써야 하고 규칙은 단 하나, 두 발로만 걸어 다니면 되는 이곳은 에덴 호텔입니다.

 

그러나 미어캣은 언제부턴가 마음이 편치 않아요.

텔레비전으로 <동물의 왕국>을 보며 “한때는 나도 저런 곳에서 살았는데….”라고 했다가 이내 ‘내가 에덴 호텔에서 살고 있다는 게 얼마나 다행인지! 여기선 난데없이 목덜미를 물리거나 쫓고 쫓기면서 아등바등할 필요가 없어. 호텔에서 제공하는 안락한 삶을 누리기만 하면 돼’라고 생각하지요.

 

그러던 어느 날 신입 투숙객으로 악어 알이 들어옵니다.

몇몇 동물은 악어만큼은 이 호텔에서 산다는 것이 상상이 되지 않았어요.

오리너구리는 제안을 합니다. 악어가 강을 한 번도 보지 못하고 여기서 살아야 한다는 건 정말 슬픈 일이라고, 알만 조용히 강에 갖다 놓고 돌아오자고 말이죠.

 

캄캄한 밤, 동물들이 몰래 알을 가지고 호텔을 탈출합니다.

그런데 경비원에게 들키고 말아요. 그때 이제껏 얌전하기만 하던 사자가 무섭게 포효해요.

이제야 좀 사자답지요?

 

네 발로 빠르게 달리고 싶은데 동물들은 오랜 시간 두 발로만 지내서 두 발이 말을 안 들어요. 하지만 균형 감각을 찾는 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어요.

 

뚜벅뚜벅 네 발로 걷는 동물들의 표정이 참 행복해 보입니다.

자신들의 정체성을 찾는 순간입니다.

이후 동물들은 악어 알을 강에 두고 다시 호텔로 돌아올까요?

 

안락함에 진짜 걸음걸이조차 잊어버릴 뻔했지만, 동물들은 자신을 잃지 않기 위해 모험을 선택했어요.

 

어디서든 ‘나다움’을 잃지 않는 것. 그것이 진정한 품위 있는 삶이지 않나 생각합니다.

참 아름다운 철학 그림책입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았고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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