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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천천히 자라도 괜찮아 - 너는 느리게 걷는 아이, 나는 발맞춰 걷는 엄마
구하라 지음 / 모티브 / 2026년 10월
평점 :

느리게 걷는 아이를 키웠던 한 사람으로
또, 아직 키우고 있는 한 사람으로
책 제목을 봤을 때부터 궁금하고 끌렸어요.
그렇게 받아본 책 앞에서
첫 장을 펼치는 순간부터 눈시울이 붉어지고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책 속 아이의 모습에서 제 아이를.
그 아이를 바라보며 키우는 엄마의 마음에서
그 시절의 저를 만났거든요.
그렇게 잊고 지냈던 그 시절의 마음을 다시 마주했습니다.
한 장 한 장 공감하며 읽다 보니 어느새 마지막 장이었어요.
앉은 자리에서 단숨에 책 한 권을 다 읽었습니다.
둘째와 셋째 아이는 돌부터 말을 조잘조잘 잘 했지만
제 첫째 아이는 말이 참 늦었어요.
그래서 33개월 즈음 발달센터를 찾았고,
말은 40개월 되던 때부터 시작했어요.
말을 시작하는 거의 동시에 한글을 혼자서 읽기 시작했지만
때가 되었는데도 입을 열지 않았고
말이 트였는데도 발음이 이상하게 느껴지게 부족했고
이러한 저러한 이유들로 부정적인 피드백을 받으며
단체생활에서 사회성 마저도 부족했던 아이라서
장애인이 아니냐 하는 소리까지 듣기도 했어요.
그 당시에는 말할 것도 없고 지금 돌이켜 생각해봐도
멀쩡한 아이에게 무심코 던진 말 치고는 너무 가혹했어요.
잠도 못잘 정도로 화도 나고 마음이 무너지고 또 무너졌었어요.
그렇게 늘 걱정많고 불안하고 조급하던 마음들을 누르고,
또, 아이의 작은 변화 하나에는 기뻐하고,
그렇게 하루하루를 아이와 지내다 보니
어느새 아이는 훌쩍 자랐고,
그토록 간절하고 애가 타던 순간들도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희미해져 가고 있었어요.
이제는 많이 잊었다고 생각했는데,
책을 읽다 보니 그 시절의 마음들이 하나둘 떠올랐습니다.
지금은 그 시간을 잘 지내고 잘 잘라준 아이에게
마음 깊이 고마운 마음이 들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의 제 모습에도 여전히
어떤 순간에는 조급해하고, 불안해하기도 해요.
아이가 이렇게나 많이 자랐는데도 말이에요.
아이의 성장에 따라 걱정의 모습만 달라질 뿐,
엄마인 저 역시 아이 나이에 맞춰
여전히 배우고 성장하는 중입니다.
저는 이 책을 세상의 모든 엄마들이 읽어봤으면 좋겠어요.
조금 느리게 자라는 아이를 키우는 부모님도,
빠르게 자라는 아이를 키우는 부모님도요.
아이마다 자라는 속도가 다르고,
저마다의 어려움과 기다림이 있다는 것을
조금 더 이해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는 누구나 내 아이가 건강하고 행복하게,
또 잘 자라기를 바라잖아요.
저는 내 아이가 잘 자라는 것만큼이나
주변의 아이들도 함께 잘 자라는 일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지금 내 아이 곁에서 함께 자라고 있는 아이들이
언젠가는 서로의 친구가 되고, 동료가 되고,
누군가의 배우자가 되어 같은 세상을 살아가게 될테니까요.
그런데 때로는 내 아이가 그렇지 않다는 이유로
다른 아이의 어려움이나 그 부모의 마음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할 때도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악의 없이 건넨 말 한마디나
무심코 보인 태도가 누군가에게는
오래도록 남는 상처가 되기도 해요.
어쩌면 나 역시 누군가에게
그런 상처를 준 적은 없었을까 하는 생각도 해봅니다.
아이들은 아직 배우고 자라는 중이에요.
서로 다른 모습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조금 느린 친구를 어떻게 대하고,
다른 사람의 어려움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도
함께 배워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그 과정에는 곁에 있는 어른들의 말과 행동이
많은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해요.
아이들이 서로의 다름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며 자라기를 바란다면,
우리 어른들이 먼저 서로의 다름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하지 않을까요?
내 아이의 성장을 응원하는 마음이
다른 아이의 성장까지 응원하는 마음으로 이어졌으면 좋겠습니다.
이 책은 제가 잊고 지냈던 시간을 다시 떠올리게 해 주고,
아이와 함께 살아갈 세상을 생각해 보게 해준 책이었어요.
누군가에게는 지금도 간절히 지나고 있는 시간일 테고,
누군가에게는 저처럼 이미 지나온 시간이겠지요.
하지만 어떤 시간을 지나고 있든,
이 책을 통해 서로의 마음을 조금 더 이해하고
아이들을 조금 더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 아이들이 저마다의 속도로, 함께 잘 자라날 수 있도록요.
좋은 책 만나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