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아이와 함께 읽어본 책은 앤드류 라슨의 <난 이야기를 좋아하지 않아> 입니다. 아이는 다 읽고 난 후 나는 무서운 괴물이야기를 좋아하지 않아 라고 말했어요. 무서워서 싫다고요. 그런데 착한 괴물 이야기는 좋아한데요. 주인공은 고양이를 너무 좋아하다보니까 다른 이야기는 다 좋아하지 않는 걸까? 라고 말했어요. 대부분의 그림책들이 그렇기는 하지만, 이 책은 특히 글자만 읽어서는 안되는 그림책이었어요. 제일 인상적이었던 것은 주인공이 키우는 고양이는 주인공을 늘 따라다니며 주인공이 집에 돌아올 때는 먼저 집 안으로 들어와 있어요. 주인공이 고양이를 좋아한다고 하지만, 고양이에게 더 큰 사랑을 받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이야기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주인공은 표지에서부터 달라요. 어두운 밤인듯한데 이불 속에서 손전등을 켜고 고양이와 함께 책 같은 것을 보고 있어요. 책 한 페이지 한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주인공이 좋아하지 않는 것들이 늘어나요. 우주에 있는 사람 이야기나 바다에 사는 물고기 이야기도 좋아하지 않고, 비행기나 기차, 버스나 자전거 이야기도 좋아하지 않아요. 하지만 물고기에게 밥도 주고 천장에는 행성이 달려있지요. 지루하고 낡은 건물 이야기도 좋아하지 않고요. 숫자나 글자에 대한 이야기도 물론 좋아하지 않아요. 사과나 배나 복숭아나 자두 이야기도 좋아하지 않을 뿐더러 어두침침한 숲 이야기도 좋아하지 않아요. 사랑하는 사람을 그리워한다는 이야기를 좋아하지도 않지요. 집으로 돌아오는 이야기도 좋아하지 않아요. 그리고 닫힌 문 뒤에 숨어 있는 괴물 이야기를 좋아하지도 않아요. 아무것도 할 일이 없을 때 해야 할 일들에 대한 이야기도 좋아하지 않지요. 하루가 끝날 즈음에 나오는 별들 이야기도 분명 좋아하지 않아요. 책을 읽으며 내내 반어법일까? 혼자 있는 외로움 때문에 모든 것이 좋지 않은 것일까? 여러 가지 느낌이 들었어요. 한 편으로는 투덜거리던 주인공이 마침내 좋아하는 것을 찾는 여정같은 느낌이기도 했지요. 그림책의 묘미는 읽는 사람에 따라 해석이 다르기도 하고, 같은 책을 같은 사람이 읽어도 그 날의 기분에 따라 보이는 것에 따라 느낌과 생각이 달라지기도 한다는 것이에요. 반복해서 읽으면 읽을수록 다양하게 해석이 되는 그림책이었습니다. 열린 결말을 좋아하는 저는, 아마 같은 이유로 이 책이 더 매력적으로 다가왔던 것 같아요^^ 읽으면서 사춘기가 와서 요즘 무기력함을 보이기도 하는 아들 생각이 많이 났던 책입니다. 이것 저것 다 좋지도 않고 귀찮기도 하고 그런 느낌이 들 때가 우리 아이들도 있지요? 이 책 덕분에 아이가 좋아하지 않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함께 나누는 시간을 가져보았습니다. 좋은 책 읽을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책은 책세상 맘수다카페를 통해 업체에서 도서를 무상으로 지원받아 작성한 솔직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