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성 2 고양이 시리즈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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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와의 전쟁. 그 마지막. 과연 누구에게 승리의 손길을 내밀 것인가.

티무르의 지휘 아래 쥐들의 세력은 점점 더 커지고, 인류와 바스테트 등의 고양이는 보스턴에 최후의 방어선을 구축한다.

마치 반지의 제왕의 마지막 전쟁 장면을 떠올리게 했다. 무수한 오크들과 고블린에게 둘러쌓인 인류 마지막 군대를 공중에서 찍은 그 장면이, 보스턴에 최후의 방어선을 구축한 건물과 그 건물을 침략하려는 무수한 쥐떼들의 장면이 딱 겹쳤달까.

전투가 진행되는 방식은 베르나르의 작품이 좀 더 가볍긴 했지만 아무튼, 그 위압감은 생생히 전해졌다.

인류가 자칫 멸망할 수 있는 위기의 순간에서도 인간들은 서로에게 폭력성을 드러낸다. 베르나르의 소설에 인간들이 서로 갈등을 빚을 때 자주 등장한 문장 '외부의 적을 향해 파괴적 본능을 표출하지 않으면 끝내는 자기 자신을 향해 총구를 돌리는 게 인간들이지'을 고양이인 바스테트를 통해 보면서 또 한 번 인간이 반성해야할 부분을 느끼게 된다.

고양이 3부작을 잘 읽다가 마지막에 가서, 전 세계가 겪은 코로나 바이러스의 영향인지는 모르겠으나 결말에 너무 많은 것들을 담으려고 한 게 이 시리즈의 결점이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규모를 키워 놓은 사건을 어떻게 해결하려나 걱정했던 부분도 너무 쉽게 해결해버린 느낌이 강했다. 결말도 그러한데 결말에 끼워넣은 이런저런 끼워넣기식 교훈까지 합쳐지니, 3부작 시리즈의 꼬리만 너무 비대해지면서 균형이 망가져 버렸다. 과학 기자로 일했었고 과학적 지식에 나름 일가견이 있는 저자가 반론의 여지가 너무 강한 쉬운 결말을 선택했다는 점도 많이 아쉬웠다.

그럼에도 소통과 무지를 발판 삼아 더 나아지려는 인간의 모습에서 희망을 찾는 점이 베르나르 답기도 했다. 우리 앞에 닥친 다양한 위기 속에서, 우리가 그것들을 이겨내고 살아남으려면 결국엔 소통과 더 나아지려는 의지가 중요하다는 건 분명 기억해야 할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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