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로 향하는 물고기들
시마모토 리오 지음, 김난주 옮김 / 해냄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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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엔 다양한 사람들이 있고, 그 사람들의 수만큼 다양한 사랑이 있다. 하숙집 마와타 장에서 다양한 사람들이 교류하면서 그 사람들에게 얽힌 사랑 이야기들이 각 챕터마다 펼쳐진다.

가장 먼저 마와타 장에 하숙을 하러 가기 위해 등장하는 야마토. 그는 이제 대학에 입학하며, 연애를 하고싶어하는 전형적인 20대 초반의 남자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의 이상형은 단순하다. 예쁜 여자. 대학 합격 통지서와 함께 같은 학년의 여학생(얘도 이쁘다고 함)에게 고백하지만 차이고 나서, 도쿄의 예쁜 여자와 사귀고 말겠다고 마음 먹는다. 하지만 사람과 사람이 사귀는 데 외모가 모든 것을 결정할 수는 없는 법. 자신이 반했던 선배(프랑스 인형 같이 예쁘다고 함)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야마토는 한층 성숙해진 사람으로 거듭난다.

그 다음은 쓰바키의 사랑이다. 그녀는 동성애자다.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니고 과거에 성폭행을 당한 뒤로 남자를 안을 수 없게 되었다고 한다. 아무튼 그녀는 마와타 장에 자주 드나드는 고등학생 야에코와 연애중이다. 야마토의 말을 빌리자면 천연 공기청정기 같은 여고생(순수하게 예쁘다는 것인듯). 쓰바키는 자신이 동성애를 하고 있다는 것을 바깥에 드러내지 않으려는 편이고, 야에코는 그런 관계일지라도 당당하게 있고 싶어한다. 동성애에 대한 편견이 없다면 크게 보는 데 불편은 없을 챕터. 둘 사이의 간극이 어떻게 진행될지 보는 재미가 있다.

그리고 통통한 체형의 고하루. 그녀는 자신의 외모에 자신감이 상당히 없다. 늘 상대방의 눈치를 보고 배려하는 타입이랄까. 하지만 그런 그녀를 좋아하는 같은 학교 선배가 있다. 문제는 고하루는 아무런 연애감정없이 자신을 칭찬해준 야마토에게 빠진다. 물고 물리는 관계 속에서 야마토가 연극과 선배를 좋아한다는 이야기를 해버리고, 고하루를 좋아한다던 선배도 그녀에게 고백을 하는 상황이 펼쳐진다. 자신감이 많이 부족한 고하루는 어떤 선택을 할지는 직접 읽어보기를 바란다.

마지막은 화가인 세우와 하숙집 주인인 치즈루다. 치즈루는 세우를 '내연의 남편'이라고 소설 초반부에 소개하는데, 내연남도 아니고 남편도 아닌 그 역설적인 관계에 대한 이야기는 막바지에 풀어 놓는다. 솔직하게 말하면... 스톡홀름 증후군(피해자가 범인이나 극한의 상황을 유발한 대상에게 심리적으로 동조하는 현상)이라고 부르기도 뭣한 관계... 과연 어떤 여자가 10대 시절 자신을 범한 남자를 사랑할 수 있을까. 그것이 자신에게 접근하는 다른 남자들의 집적거림에서 벗어나게 하기 위한 방법일지라도... 보통의, 아주 정상적인 범위에서의 여학생이라면 오히려 심각한 후유증에 시달리거나, 증오심이 생기지 않을까. 그런데 치즈루는 자신을 범했던 남자를 십여년 째 사랑하고 있다.

솔직하게 말하면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 세상엔 다양한 사랑이 있다지만, 미성년자인 자신을 범한 남자를 사랑하는 게 가능할까. 그것이 각자에게 어떤 이유가 발생했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성폭행을 정당화하고 사랑으로 이어지게 할 수 있을까. 나는 이 이해불가능한 이야기 때문에 이 책의 별점을 낮게 줄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소설일지라도 '이런 사랑도 있다'고 말하기엔 너무 위험하다고 생각이 들어서였다. 차라리 그것을 '사랑'이라고 오해한 것이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치즈루와 세우, 두 사람의 이야기만 제외한다면 청춘 사랑 이야기로 가볍고 재밌게 읽기 좋은 책으로 남지 않았을까 하는 개인적인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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