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차 발전되고 있는 AI. AI가 없는 미래는 이젠 상상도 할 수 없게 되었다. 부가적인 기능을 하는 단순한 AI 기계부터 웨어러블 기기와 대화 기능이 있는 기기까지 인공지능이 심겨진 기기는 점차 다양한 곳에서 등장하고 있다.

작품 속 세계는 앞서 말한 기기들의 다음 단계인, 휴머노이드가 보편화된 근미래를 바탕으로 쓰여졌다. 주인공 철이는 아빠의 사랑을 받으면서 자라던 도중, 갑작스럽게 자신을 미등록 휴머노이드라 말하는 일행들에게 납치를 당하면서 시작된다. 철저하게 자신을 인간으로만 알고 있는 철이,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여러 정황들이 자신이 하이퍼 리얼 휴머노이드라는 것을 알게 된다.

아직 밝혀지지 않은 뇌와 호기심, 다양한 감정들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인간이 다른 것들과 구분된다고 하지만, 정교하게 만들어진 철이를 보면 인간과 휴머노이드의 경계가 불분명해진다.

앞서 말한 부분도 무서웠지만, 더욱 소름끼쳤던 것은 다양한 인공지능들이 인간이 원하는 다양한 쾌락들을 가상 현실 등을 통해 손쉽게 제공해 줌으로써 인간들이 현실에서의 쾌락이나 노력에 대한 감정적 보상을 포기한다는 점이었다. 가상 현실에서는 인간이 원하는 것을 현실에서보다 손 쉽게 얻을 수 있을 것이며, 현실에서 얻는 감정적, 육체적 쾌락마저도 전기적 자극 등으로 유사하게 혹은 동일하게 보상 받을 수 있으면 인간은 현실에 머무를 필요가 있을까.

이미 다양한 분야에서 인공지능들은 인간을 대체하고 있다. 절대적 영역인 줄 알았던 예술 분야마저도 이미 점령을 당하기 직전이다. 우리는 우리가 인공지능을 컨트롤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미래의 기록에는 인류의 부분들을 하나씩 점령해 나가는, 인공지능의 승리만 남아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책의 내용은 마냥 살벌하지만은 않다. 인간적인 감정을 지닌 철이 덕분인지도 모른다. 불편함을 감수하면서까지 육체를 고집하고 그 육체를 통해 얻어지는 감각과 기억들을 소중히 여기는 철이는 인공지능 상품들이 범람할 미래에 인간이 무엇을 잃으면 안되는지를 알려주는 듯했다.

소설 속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이 나를 강하게 사로잡지를 못했다. 아주 긴 줄거리를 읽는 것처럼, 철이에게 닥치는 사건들은 물흐르듯 흘러가 버렸다. 요즘 독자들이 전개가 빠르고 분량이 적당히 적은 것을 선호하지만 중요한 사건이나 강조하고 싶은 장면에선 조금 터 타이트하게 글을 써줬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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