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회병동
가키야 미우 지음, 송경원 옮김 / 왼쪽주머니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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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기 전에 다시 과거로 돌아가서 선택의 순간이 온다면 당신은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지금의 삶? 혹은 운명이 갈릴 수 있는 또 다른 삶?

말기 암을 얻어 들어온 병원. 그곳에서 만난 루미코는 과거의 선택으로 인해 지금 이렇게 살게 된 것을 후회하는 네 명의 환자를 만난다.

병원 옥상에서 우연히 줍게 된 청진기 덕분에 신비한 능력을 얻게 된 루미코는 후회하는 네 명의 환자들에게 과거로 돌아가서 다시 선택의 기회가 주어진다면 어떻게 살 것인지 물어본다. 환자들은 당연히 이렇게 살게 된 아주 중요한 선택의 기로에서 다른 선택을 하고 싶다고 말한다. 과거로 돌아간 환자들들은 압축된 시간 속에서 다른 선택으로 인한 삶을 살아본다. 그들이 어떤 삶을 더 갚지게 여길지는 책 속에서 확인하는 걸로.

소설은 빠른 전개와 짧은 호흡의 문장들로 숨가쁘게 넘어간다. 조금만 지루해도 책을 덮어버리는 요즘 사람들에 맞춰진 느낌이 강했다. 그래서일까. 네 개로 나뉜 이야기는 모두 날아갈듯이 가벼우면서 하이 텐션을 너무 오래 유지했다. 책을 읽을 때는 모르지만 책을 덮고나면 강약이 없는 긴 줄거리 네 편을 익은 기분이 든다. 각각의 이야기는 머릿속으로 떠올릴 수 있지만, 그 이야기들 속에서 세세한 감정이라던지 인상깊은 장면 같은 것은 쉽사리 떠오르지가 않는다. 마음에 남는 강렬함은, 강렬하지 않은 부분들로 인해 더 부각되는 법이다. 에피타이저가 메인 음식을 더 맛있게 먹기 위해 입맛을 돋우는 것처럼, 소설도 그런 에피타이저같은 것이 있어야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주인공이 '특별한 청진기'를 얻는 과정과 그것을 환자에게 사용하고 환자가 그것을 이해하는 부분들이 극단적이라고 해도 될 정도로(약간의 의심이 있기는 하나 그것을 트집잡진 않고 넘어가 버린다) 세세한 설명없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부분에서는 '이렇게 순진할 정도로 쉽게 이야기가 흘러갈 수 있나'싶은 의구심마저 들게 했다. 그리고 그런 의구심은 내 의식을 소설 속으로 빠져들게 하다가도 갑작스럽게 현실로 튕겨냈다.

다시 첫 질문으로 돌아와서, 당신이 죽음을 앞두었을 때 그 선택의 순간으로 되돌아갈 수 있다면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나는 그 질문에 대한 답으로 '과거의 선택이 중요한 게 아니라, 선택에 대한 책임이 중요하다'고 말하고 싶다. 어느 것을 선택해도 결국엔 후회가 남는 법이이다. 사람들이 또 다른 선택지에 대한 후회와 시기보다는, 자신이 선택한 것에 대한 책임과 만족감을 얻는 것에 더 집중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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