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시절에는 신원을 확인하는 절차와 동선을 기록하는 서식이 있었다. 위기는 지나갔지만, 그때 만들어진 방식들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치워지지 않은 벨트처럼 남아 다음에 그어질 선과 닫힐 문을 이미 그 궤도 위에서 준비하고 있었다.이 책을 읽으며 그 벨트가 무엇인지 조금은 알게 되었다. 의회가 결정을 미루는 동안 대통령의 긴급명령이 그 자리를 대신했고, 사람들은 그 ‘대신함’에 서서히 익숙해졌다. 고쿠분 고이치로가 보여주는 것은 예외적인 조치가 반복되면서, 별도의 논의와 결정 없이도 작동하는 일상의 통치 방식으로 굳어지는 과정이다.무서운 것은 권력이 노골적으로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만이 아니다. 예외였던 방식이 너무도 자연스럽게 일상이 되는 순간이다. 이 책은 우리가 당연하게 받아들인 절차와 판단을 잠시 멈춰 세우고, 그것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다시 들여다보게 한다.팬데믹이 남긴 것이 방역 수칙만이 아니라 어떤 통치의 습관이었을지 모른다고 느낀 사람이라면, 이 책을 통해 그동안 막연하게 느꼈던 불편함이 어디에서 비롯되었는지 이해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