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애 마지막 그림 - 화가들이 남긴 최후의 걸작으로 읽는 명화 인문학
나카노 교코 지음, 이지수 옮김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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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화와 관련된 책을 읽으면서 좋은 점은 세계사 공부까지 겸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것도 아주 재미있게, 지루하지 않게! 이번에 <내 생애 마지막 그림>을 읽으면서 새롭게 알게 된 것은 영국은 문학을 포함한 다른 예술분야와는 달리 회화에 있어서 만큼은 프랑스를 비롯한 다른 유럽 나라들보다 발전이 늦었다는 점과 "플랑드르"라는 지역에 관한 것이었다. 왕의 확가, 화가의 왕이었던 루벤스가 플랑드르 지역의 화가였다는 것, 만화 <플란더스의 개>의 주인공 네로가 죽기전 꼭 보고 싶어했던 그림이 바로 루벤스의 작품이었다는 것이다. 플랑드르, 플란더스. 뭔가 관계가 있었던 것이다. 평소 무심히 지나쳤던 이런 세세하고 미미한 것들의 발견에서 기쁨을 느낀다.


나카노 교코의 이번 책에서는 유명 화가들의 전성기 작품도 살펴보지만, 만년의 작품 또는 정말 생애 마지막 작품들도 함께 비교하여 보는 재미가 있다. 초창기 작품과 전성기, 말기의 작품을 비교해보면 생애 내내 변화가 없는 작가도 있고, 드라마틱하게 변하는 작가도 있고, 그림 실력이 갑자기 형편없어지는 경우도 있고, 참 흥미로웠다. 유명한 <비너스의 탄생>의 화가 보티첼리는 관능적이고 매혹적인 육체를 표현해내 지금까지도 감동을 주지만, 만년에는 사보나롤라의 설교에 심취해 종교적으로 금욕주의에 빠진다. 그리하여 아주 뻣뻣하고 매력없는 여체를 그려놓아 놀라게 한다. 어떻게 하면 관능적으로 그릴 수 있는지를 알았던 화가였기에 어떻게 하면 관능을 빼버릴 수 있는지도 알았던 거라고 작가는 설명한다.


이와같이 화가의 생각이나 사상이 화폭에 그대로 담긴다는 사실을 고려한다면 그림이 문학 못지않게 아주 매력적인 예술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림에 담긴 화가의 생각들을 읽어내고자 노력하는 것은 바로 그가 살던 시대를 알아야 하고고, 지역을 알아야 하고, 사회상을 알아야 하고, 화가의 위치까지 알아야 하는 아주 다각적인 작업이다. 큰 공부가 되는 것 같다. 그림 자체의 매력도 있게지만 이런 점 때문에도 앞으로 그림과 화가에 대한 책들에 계속 빠져지내게 될 듯 한 부분이다.


책에 소개된 여러 화가들 중 가장 매력적으로 느껴진 사람은 고야였다. 출세를 위해 무엇이든 가리지 않던 그였지만 베토벤처럼 운명적으로 귀가 멀게 된 이후로는 눈으로 보는 것에 더욱 날카로워졌다는 고야. 죽을 때까지도 그림을 그림으로써만 존재했던 천상 화가. 세속적 욕망을 추구하면서도 인간의 깊은 곳을 꿰뚫어보는 통찰력을 가진 입체적인 캐릭터의 고야가 그 어떤 고아한 화가보다도 멋있었다. 책속의 표현 그대로 "고야 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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