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의 품격 - 조선의 문장가에게 배우는 치밀하고 섬세하게 일상을 쓰는 법
안대회 지음 / 휴머니스트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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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균부터 정약용까지 조선의 명문장가 7명의 산문을 골라 엮은 책이다. 격식에 치우치지 않는 소품문들이나 척독 (서간문)등 일상생활을 기록한 것들이어서 더욱 가깝게 다가왔다. 선비들의 삶에 깊숙이 들어가 엿보는 느낌으로 친근해서 좋았고, 힘든 인생살이에 서글픔을 느끼기도 했다.


홍길동전을 썼고, 역모죄로 죽은 허균의 글에서는 역시 혁명가다운 거침없는 발언을 볼 수 있었다. 이런 글이 만약 검열을 당했다면 바로 끌려가 국문을 당하지는 않을까 걱정마저 되는 글들도 많았다. 세상을 앞서간 뛰어난 사상가임을 그의 편지글, 산문 등에서 만나볼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다.


분향하고 머리 조아리며

신에게 하늘에 맹세하노라.

"이 한 몸 다 마치도록

 나 자신과 더불어 살겠노라."

                         -- 64쪽


내가 밑줄 그은 이 문장은 이용휴라는 분이 쓴 글이다. 성인들의 말씀도, 경전의 가르침도 필요없이 오직 나 자신에게 진실하게 살겠다는 다짐. 당시 선비들의 학문인 주자학과는 다른 철학을 담고 있는 글이라고 한다.


학생때 배웠던 박지원의 열하일기 중 크고 거친 물살을 건너던 때의 일화를 전문으로 만나는 반가움도 있었다. 낮에는 거친 물살을 보며 건너기가 두려워 하늘로 고개를 쳐들고 건너는 사람들, 하지만 밤에는 깜깜해 눈이 보이지 않기에 귀로 감각이 집중되어 강물이 더 크게 우는 것처럼 여겨지지만 이는 모두 우리의 감각이 부리는 요사스러운 행태이다.


나는 이제야 도를 알았다! 마음을 고요히 가진 사람은 귀와 눈이 마음에 누를 끼치지 않는 반면에 귀와 눈을 굳게 믿는 사람은 보고 듣기를 한층 자세하게 하므로 그 때문에 병을 일으키는 것이다.

                                           --- 114쪽


이렇게 도를 깨달은 박지원은 하룻밤에 그 위태로운 강물을 아홉번이나 편안하게 건넜다고 한다. 마음을 고요히 가지는 것이 중요함은 나도 매일매일 깨닫는 바이다. 똑같은  일을 만나도 마음 상태가 어떻냐에 따라 부드럽게 넘어가기도 하고, 어떤 때는 불필요한 화를 내어 일을 크게 만들게 되니 항상 마음을 고요히 하는 것에 정성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책만 보는 바보, 이덕무의 이야기는 아무래도 낯익어 더 정겹게 다가왔다. 소개된 몇개의 산문을 읽어보니 이덕무가 어째서 그렇게 문장가로 이름을 떨쳤는지 크게 고개가 끄덕여지며 수긍이 되었다. 두고 두고 다시 읽어보고 싶은 글이 가장 많았던 것은 역시 이덕무, 그리고 박제가 부분이었다. 가난한 삶도, 여행도, 친분을 쌓는 편지들도, 새로이 만들어내는 이야기도 고리타분하지 않는 시선과 문장, 그리고 박학함 덕분에 그야말로 품격있는 문장들로 탄생하여 감탄을 자아낸다. 본받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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