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으면서 죽음을 이야기하는 방법
줄리언 반스 지음, 최세희 옮김 / 다산책방 / 2016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을 손에 넣어 읽게 된 데에는 줄리언 반스라는 이름이 가장 큰 몫을 했다. 그러나 그와 더불어 요즘 나에게 바짝 다가온 죽음이라는 위협이 크게 느껴졌기 때문이기도 했다. 직계 선배의 백혈병 투병 소식, 그리고 친한 친구가 알콜 의존으로 간, 신장에 손상을 입어 입원한 일, 멀게는 작년에 림프종으로 먼저 세상을 뜬 동기까지... 이제 삼십대 후반인데 죽음이 너무나 가까이 다가와 있었다. 우울했다. 과연 어떻게 해야 웃으면서 죽음을 이야기할 수 있을지 작가의 생각에 기대어 보기로 했다.


막상 책을 펼치고 보니 내가 기대한 내용은 아니었다. 삶에 가까이 존재하는 죽음에 어떻게 대처하며 힘을 얻어나갈지 위로나 동기부여를 하는 그런 책이 아니었던 것이다. 원제목을 우리말로 번역하자면 "나는 신을 믿지 않지만 신이 그립다"가 되겠다. 무신론자, 이름도 처음 들어봐 검색해 봐야 했던 "불가지론자"로서 신에 대한, 그리고 죽음에 대한 작가의 사유가 빼곡히 400 페이지에 걸쳐 적혀있다. 때론 내용이 어렵고, 때론 철학적이어서 읽기가 결코 쉽지 않았던 책. 이 책의 마지막 장을 덮으며 그래도 나의 생각의 크기가 다만 몇 cm라도 확장한 것 같은 뿌듯함을 느꼈다.


죽음 너머의 삶이 과연 있을 것인가? 작가는 그렇지 않다고 본다. 그와 같은 생각을 가졌던 프랑스의 쥘 르나르라는 작가를 많이 인용하고, 그외 다른 작가들의 죽음에 대해서도 살펴보며 생각한다. 또한 그의 부모님들의 죽음을 통해 느꼈던 것들에 대해서도 세세하게 기록되어 있다. 죽음의 순간에 임박했을 때 두려워하지 않기 위해 미리 연습을 해둔다고 해서 그러지 않을 수 있을까? 나라는 존재가 우주의 특별한 계획에 의해 만들어진 생물이 아니라, 그저 진화과정의 일부에 생성된 먼지같은 존재라는 것, 그리고 결국 죽어서 먼지가 될 수 밖에 없다는 것. 이런 글을 읽으며 허무함을 느꼈고, 더불어 겸손해짐도 느꼈다.


문학에서 미술, 음악, 과학, 진화생물학, 심리학, 철학 등등 많은 분야를 아우르며 죽음과, 신과, 인간에 대해 탐구한 이 책을 통해 여러가지를 고려하게 되었다. 그동안 미처 생각 못하고 살아왔던 여러가지 것들. 그래서 머리가 무거워졌지만, 생각없이 산 이전의 내가 참 태평스러웠구나 반성하며, 이제 조금이라도 눈을 떴으니 삶과 죽음에 대해 깊이 생각하며 조금이라도 더 의미있는 하루를 살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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