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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처럼 - 세종도서 교양부문 선정작
이현주 글.그림 / 책고래 / 2016년 4월
평점 :
절판
아기 묘목일 때 아파트 정원에 심어진 은행나무. 키가 1층 높이까지 자라자 피아노 교습소가 보인다. 즐겁게 피아노 공부를 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바라보며 음악을 듣는다. 2층집 창문이 보일 때까지 자라니 거기엔 화가 아저씨가 살고 있다. 열일곱살이 되자 3층 높이까지 키가 자란 나무. 거기엔 단란한 가족이 알콩달콩 행복하게 살고 있다. 어느새 스무살이 되어 이제는 4층 집이 보인다. 거기엔 할머니 한명이 쓸쓸하게 가족 사진을 들여다보며 외로이 살고 있었고, 스물 다섯이 되어 아파트 꼭대기까지 자라자 아무도 살지 않고 오로지 자신의 그림자만을 볼 수 있게 된다.
읽으며 참 슬프고 서글펐다. 꼭 우리의 인생살이와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창 자랄 때는 모든 것이 싱그럽기만 하다가 가지치기를 당하는 아픔을 참고 성장하며, 가족을 이루고, 잎이 다 떨어지듯 가족이 떠나 홀로 남게 되고, 결국 가지만 앙상하게 남아 추운 겨울을 보내며 자신의 그림자를 감당해야 하는... 사람의 일생을 압축해서 표현해 놓은 듯 느껴졌다. 진실을 담고 있음에도 왠지 모를 슬픔으로 다가왔다. 아이는 무엇을 느꼈을까? 나는 내가 느낀 것을 아이에게 설명해 주지는 않았다.
그래도 책은 희망적이게 끝맺음하여 위로를 준다. 긴 겨울을 홀로 보내고 결국은 봄을 맞이한 것. 가지에 움이 트고 새싹이 돋아나며 키가 무척이나 자라서 아파트 너머까지 돌아볼 수 있게 되고, 동네의 다른 나무들과 인사를 주고 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슬픔에서 끝나지 않고 외로움을 참고 견뎌 결국엔 더 높은 곳에 이르게 되고, 더 멀리 굽어볼 수 있게 된 것이다.
인생에 기쁨만은 있을 수 없고, 또한 슬픔만이 존재하지도 않을 것이다. 요즘 내가 힘든 시기를 겪고 있기에 더욱 마지막 메시지에 희망을 얻었다. 이 시기를 견뎌내면 더 높은 경지의 성숙함에 도달할 수 있겠지? 자꾸만 의문이 들지만 그래도 꿋꿋이 견디는 수밖에 다른 방법은 없을 것이다. 아이에게도 그러한 메세지가 잘 전달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내용도 참 좋지만 그림 또한 참 멋있다. 은행나무의 성장과정과 화사한 노란 단풍아래에서의 단란한 가족의 모습, 쓸쓸한 그림자, 새 움이 트는 모습이 너무나 멋지게 표현되어 있다. 우리집 아이는 표지 그림을 따라서 그리기도 했을 정도로 참 마음에 들어했다. 한장 한장 다 따라서 그려보고 싶을 만큼 멋진 그림들에 또 한번 감동받은 아주아주 멋진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