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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세를 읽는 아침 - 지혜로운 삶을 위한 깨달음
헤르만 헤세 지음, 시라토리 하루히코 편역, 박선형 옮김 / 프롬북스 / 2016년 3월
평점 :
절판
"헤르만 헤세" 문학소녀라면 누구나 가슴 설렐 이름이다. 이제 소녀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나이를 먹어가고 있지만 역시 문학을 대할 때만큼은 소녀라는 단어만큼 적당한 것이 없는 듯하다. 아무튼 헤르만 헤세의 소설을 읽은지가 언제인지 까마득함에도 헤세라는 이름은 나의 눈길을 잡아끌어 머물게 하는 커다란 힘을 갖고 있다.
이번엔 시라토리 하루히코라는 일본 사람이 헤세의 여러 문장들 중 골라서 모아놓은 편집이다. 역시 헤세의 문장들은 단편적으로 앞뒤 문맥없이 문장 하나만을 마주 대함에도 정신을 일깨워주고 감동을 주었다. 헤르만 헤세는 소설가들 중 드물게 자신의 소설 속 인물들과 실제 삶이 일치하는 경우라고 한다. 그러니 싱클레어, 골드문트, 싯다르타는 결국 헤세 자신인 것이다. 그래서인지 문장들도 더욱 진실하게 느껴졌고, 헤르만 헤세라는 인물 자체에 대한 존경심도 생겼다. 제목처럼 아침마다 몇 문장씩 언제라도 곱씹어 읽어본다면 삶이 중심이 흔들릴때 다시 바로잡을 수 있는 큰 힘이 되어주는 스승이 되어주리란 생각에 든든하다.
"사람은 다양한 꿈을 가지고 살아간다. 이것저것 하고 싶어하며 여러 가지 꿈을 꾼다. 하지만 대부분 실현되지 않는다. 그 꿈이 내 능력에서 자연스레 솟아난 나만의 꿈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 꿈들은 순간의 무책임한 욕망에 지나지 않는다."
문장들 하나하나 주옥같았지만 유독 가슴 찔리게 받아들인 저 문장. 순간의 무책임한 욕망을 나만의 꿈이라며 스스로에게 말하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돌아보고 반성했다. 꿈이라는 말을 자랑스럽게 할 수 있으려면, 게다가 그 꿈을 실현시키고 싶다면 책임감을 갖고 부단히 노력한 이후에나 슬며시 입을 떼어볼 수 있겠다. 섣불리 입을 나불거려서는 안되겠다.
"가장 좋은 책이란 건 미리 정해져 있는 것도, 권위 있는 누군가가 선정해주는 것도 아니다. 내 취향대로 읽어보고 결정하는 책이 가장 좋은 것이다. 그런 책을 몇 권을 읽고 책장에 나란히 꽂아두면, 그것은 내 세계의 중심이 된다.
그럼 책은 어떻게 읽어야 할까. 적어도 세 가지가 필요하다. 책 내용에 대한 존경심, 이해하려는 뚝심, 마지막까지 저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겸손이다. 그때 비로소 독서다운 독서가 이루어진다."
문학가이자 철학자. 독일의 애국주의에 대한 경종을 울리는 말로 매국노 취급을 당하며 책들이 판매금지가 되어 생활고를 겪고 우울증, 신경쇠약에 시달렸지만 책을 읽고 쓰고 그림을 그리고 음악을 사랑하는 것으로 조용히 자신의 삶을 꾸려갔던 헤르만 헤세는 진정한 앞세대의 스승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그의 사유를 거쳐 나온 한문장 한문장들이기에 공허한 울림이 아닌, 조용하지만 진정한 가르침이 되어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