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에 대한 거의 모든 지식 - 하 - 조선의 왕 이야기 한국사에 대한 거의 모든 지식
박문국 지음 / 소라주 / 2016년 1월
평점 :
품절


이 책에서는 광해군에서부터 순종까지의 왕의 이야기들을 다루고 있다. 그 동안 알고 있던 지식에 덧붙여 알게 된 내용들도 있고 내가 알고 있던 것과는 다른 관점에서 서술해 놓은 부분도 있어 새로웠다. 그 중 특히 몇몇 왕 때의 이야기들이 기억에 남는데, 먼저 광해군이다.


작년에 <광해의 연인>이라는 소설을 읽어서 그런지 유독 광해군 시절 이야기가 관심이 갔다. 임진왜란때 멀리 피난간 선조를 대신하여 훌륭히 분조를 이끌었던 유능한 세자였던 광해군이 어찌하여 폐모에 무리한 궁궐 공사에 몰두하며 타락했을까? 매우 궁금하던 부분이었는데 이 책에서는 그의 정신상태를 PTSD로 설명하고 있다. post traumatic stress disorder. 임진왜란 중 겪었던 트라우마들, 왕에게 미움받는 세자 시절의 고통 등이 광해군의 마음에 자리잡고 있다가 심리학적으로 문제를 일으켜 미신에 몰두하고, 동생을 죽이고 왕후를 폐모하는 등 어지러운 정치를 펼쳤다는 것. 정말 그럴듯 하다. 왕도 한 명의 사람이 아닌가. 전쟁터를 돌며 고생을 하며 온갖 것을 보았을테고, 그런 고생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아버지는 인정해주지 않는 길었던 세자 시절. 사람이라면 트라우마를 받을 수 밖에 없을 상황일 것이다. 그러나 그 트라우마를 극복하지 못하고 훌륭한 재능을 펼치지 못한 채 한계를 보여주었다는 사실은 안타깝다.


너무나 완벽해서 존경하고 좋아하던 정조는 이 책을 읽고 더욱 좋아졌다. 학문에 도통하여 경연에서 임금을 가르칠 수 있는 학자가 존재하질 않았고, 그렇다고 문에만 치우친 것이 아니라 무예에도 열중하여 활을 오십발 쏘면 마흔 아홉발을 명중하였다는 사람. 그 한 발마저도 겸손함에서 일부러 실수한 것이라니 말해 무엇하겠는가. 게다가 술을 좋아하여 폭주하고, 담배를 너무나 사랑했다는 정조는 이 세상에 존재하기 어려운 완벽한 사람으로 보여 너무나 매력적으로 느껴진다. 공부 잘하고, 운동도 잘하고 그렇다고 꽁생원도 아니어 술,담배까지 사랑하는 남자라니, 너무 멋지다. 그리하여 몸을 혹사해 오래 살지 못한 것이 너무나 안타깝다. 정조독살설이 신빙성이 떨어지는 이야기라는 사실은 새로웠다. 나역시 그저 노론은 정조를 박해하는 나쁜 쪽, 체제공은 정조 편을 들어준 좋은 사람이라는 이분법에 빠져 있었던 것 같은데 거기엔 그동안 읽었던 소설이나 책에 의한 영향이 컸을 것이다. 이 책을 통하여 편중된 시각에 변화를 줄 수 있어 신선했다.


사도세자는 노론 들의 음모에 의해 죽임을 당한 줄 알고 있었는데, 오로지 영조 자신의 마음에 차지 않는 세자였기 때문이 이유이고, 노론 세력은 그저 방관자일 뿐이었다는 이야기도 새롭게 느껴진다. 완벽주의자 영조의 마음에 차지 않은 아들이어 계속 혼나고 그러다보니 스트레스를 받아 실수하고, 그러면 또 더욱 혼나는 악순환. 미치지 않을 도리가 없어 보인다. 세손을 다음 왕으로 점찍어 사도세자를 죽음으로 몰았다는 이야기, 참 충격적이다. 아무리 왕이라도 이토록 비정할 수 있는 것일까? 새삼 권력의 무게, 왕이라는 자리의 무게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왕들의 이야기를 통해 조선의 역사를 살펴보는 이 책은 기존의 관점과는 새로운 견해를 보여주어 신선했다. 주의를 끌기 위한 자극적인 이야기들에 치우친 것이 아니라 이모저모로 따져 여러방향에서 조선의 역사와 왕들의 이야기를 분석해서 공부하는 느낌이 강했다. 그동안 내가 알고 있던 지식에 더해 새로운 방향으로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준 좋은 책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