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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의 미술관 - 서양미술, 숨은 이야기 찾기
최연욱 지음 / 생각정거장 / 2016년 1월
평점 :
품절
미술관은 자주 못가지만 책으로 자주 명화들을 만나고 있다. 이 책에서는 화가들과 그림들에 얽힌 숨은 이야기들을 들려주는데 하나같이 모두 재미있어 아주 즐겁게 읽었다.
역시 유명한 화가 반 고흐의 이야기도 많이 나온다. 그는 걸어다니는 종합병원이라고 할 정도로 많은 질환을 알았는데 조울증에 간질에 경계성 인격장애에 일사병에... 그로 인해 쓴 약 때문에 부작용으로 노란색이 강조되어 뇌에서 인식됐다고 한다. 고흐가 사랑한 물감 노란색. 더욱 애틋하게 느껴진 것은 그가 책을 사랑해 책을 손에서 놓지 않았고 글쓰기 중독이라고 할 정도로 강박적으로 글을 썼다는 사실이다. 왠지 더욱 정이 간다. <밤의 카페 테라스>라는 그림이 최후의 만찬이 모티프였다는 사실도 처음 알게 되었다. 카페에 앉아있는 11명이 예수의 제자이고, 흰 옷을 입고 서있는 웨이터가 예수라니, 정말 놀랍다. 앞으로 이 그림을 만나게 될 때 이전과는 다른 느낌으로 보게 될 것이다. 또한 유일하게 수염이 없는 자화상이 실려 있는데 어머니에게 보내는 선물이었다고 한다. 어머니 저 안 아프고 괜찮아요라는 메시지를 실어 보내기 위해 다른 자화상들과는 달리 날카롭게 병적인 모습이 아닌, 부드럽고 편안한 모습이다. 더욱 인간적인 고흐가 느껴져 정이 갔다.
<진주 귀고리를 한 소녀>라는 작품으로 유명한 베르메르. 그가 엉큼한 아저씨로서의 시선을 그의 작품들에 드러냈다는 증거들도 흥미로웠다. 예전에 같은 제목을 한 소설을 읽은 적이 있는데 역시 그 소녀는 화가와 무언가 관계가 있었으리라. 화가들도 사람이기에 그림에 숨은그림 찾기처럼 자신이 증오하는 사람들에 대한 소심한 복수들을 해놓은 것을 함께 찾아보는 재미도 좋았다. 종교적인 이유로 천지창조나 시스티나 성당 천장화를 주문받아 제작하면서도 미켈란젤로는 교황에 대한 반항, 조롱 등을 표현했다. 종교화라고 해서 성스럽기만 한 것이 아니라 사람에 의해 만들어진 작업물이라 사람의 감정이 들어있다는 것이 난 참 재미있었다.
이외에도 재미있는 이야기가 너무나 많다. 그림에 대해 접근하는 방식이 힘든 하루에 대한 위로의 의미일 수도 있겠고, 너무나 좌절하여 자살하러 가는 길에 잠깐 헤맨 미슬관에서 만난 그림으로 다시 살아갈 힘을 얻는 방식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이 책은 힐링에 너무 치중하지 않아 거부감이 전혀 들지 않으며, 숨겨진 재미있는 일화들을 통해 명화와 화가들에게 더욱 친근감을 느끼게 해주는 것이 큰 장점이라 하겠다. 저자의 미술이외에 다른 분야에 대한 해박한 지식도 함께 버무려져 무척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너무나 즐겁게 읽었다. 이런 책 정말 대환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