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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작 속 추억을 쓰다 - 어릴 적 나와 다시 만나는 고전 명작 필사 책 ㅣ 인디고 메모리 라이팅 북 1
김재연 지음, 김지혁 그림 / 인디고(글담) / 2015년 12월
평점 :
절판
워낙에 필사하는 것을 좋아라 하지만 이번 경우엔 그 느낌이 평소와는 확실히 달랐다. <빨간 머리 앤>, <작은 아씨들>, <키다리 아저씨>, <에이번리의 앤>의 4편에서 작가가 고른 주옥같은 말들을 따라쓰는 형식이다. 책을 따라 쓰는 동안 어린 시절의 기억이 새록새록 돋아나며 나도 모르게 가슴 한 켠에 묵혀두었던 추억 속으로 빠져드는 느낌을 경험했다. 모두 어린 시절 좋아하고 즐겨보던 TV 만화들이라서 비록 동화책으로는 못 읽었을지언정 만화의 장면장면들이 마음 속에서 지워지지 않고 그대로 남아있는 게 고맙고 신기했다. 어른이 되면서부터는 자주 꺼내봐주지 않았는데도 말이다.
또한 필사해야 할 문장들이 너무 진지하거나 어렵지 않으면서도 진실에 닿아있어 새로운 느낌을 많이 받았다. 어렵고 현학적인 문장들 속을 헤매고 있던 나에게 평소에 무시하고 지나쳤던 새로운 샘물을 발견하는 기분이었다. 반성도 했다. 일러스트들도 너무나 예쁘고 환상적이어서 글씨를 따라쓰지 않더라도 책장을 한장한장 넘겨가며 그림만 바라봐도 마음이 환해지는 느낌이었다. 필사를 하며 힐링을 원하는 사람들에게는 여러 방면으로 아주 적절한 책이라고 할 수 있겠다. 어린 시절로 돌아가게 만들어준다는 점에서도, 아름다운 일러스트들이 옆에 있어주는 점에서도, 또한 쉬운 문장 속에 담겨 있는 삶의 정수를 따라 쓰는 기쁨으로도 모든 면에서 만족스럽다. 특별히 이번 필사는 글씨 하나하나에 힘을 주어 또박또박 써보려고 노력했다. 즐거운 시간들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