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뽀글뽀글 막걸리 합주곡 - 양평 양조장 이야기 ㅣ 한국의 재발견 7
최은순 지음, 이경국 그림 / 개암나무 / 2015년 11월
평점 :
증조 할아버지때부터 대대로 양조장을 하는 집의 손자인 준수. 지금은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대를 이어 하고 계시는 양조장 일이 자신에게까지 대물림될까봐 벌써부터 걱정이고 불만이다.
할아버지는 돈을 버는 일보다는 막걸리의 맛을 최우선으로 생각하시는 분. 모든 작업 하나하나에 정성을 쏟기에 엄청나게 힘든 그 일이 준수는 마음에 들지 않는다. 게다가 집에서 술 만드는 일을 한다는 사실이 창피하게까지 느껴진다.
그리하여 생각해낸 나쁜 생각 한가지, 양조장을 망하게 만들자는 발칙한 생각이었다. 밤에 몰래 내일 잔치집에서 쓸 막걸리들에 물을 타는 엄청난 일을 저지르는데...
잔치집에서 이사람 저사람이 술맛이 왜 이러냐, 물탄 것 아니냐, 양심을 버렸네 어쩌네 여러 말을 들으며 곤란에 빠진 아버지와 할아버지를 보며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고 사람들 앞에 무릎을 꿇는다. 처음엔 한참 잘못한 일이었지만 그래도 용기있는 행동에 박수를 보내고 싶었다. 이 일로 크게 꾸중 들으리라 예상했으나 정작 할아버지와 아버지는 아무 말씀이 없으시다. 아마도 준수의 그러한 마음을 어른들이 넓은 마음으로 헤아려주신 것이겠지...
4학년에 올라 새로 맡은 담임 선생님은 우리 전통주에 아주 관심이 많고, 아이들에게도 그것의 좋은 점에 대해 강조하여 설명해주시는 분이다. 잘못한 일도 있고, 선생님도 좋은 분이시어 준수는 점점 아버지가 하는 일에 관심을 갖게 되고, 도와드리게 되고, 막걸리의 좋은 점에 대해서도 알아가게 된다. 알게 될수록 애정도 생기는 법. 양조장일에 애정을 느끼고 자랑스러워하게까지 된다.
동네 사람들과 학교 친구들과 이러저러한 갈등 들이 있었지만 막걸리가 발효될 때 나는 소리처럼 모든 상황들이 합주곡처럼 어우러져 해결되는 기분좋은 이야기였다. 앞으로 준수가 가업을 잇게 될지 어쩔지는 알 수 없는 일이지만 대대로 이어져 내려오는 양조장일에 관심을 갖고 애정을 갖게 되는 흐름이 자연스럽게 다가와 참 좋았다. 넉넉한 어른들의 마음 씀씀이 또한 배울 점이 많았던 이야기다. 발효 음식인 막걸리의 여러 장점들에 대해 알게 된 것은 덤. 특히 변비에도 좋다는 막걸리, 앞으로 더욱 사랑해줘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