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구두당
구병모 지음 / 창비 / 2015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8개의 단편으로 이루어져있다. 단순히 잔혹동화라고 하기엔 담겨있는 내용들의 무게가 결코 가볍지 않다. 동화를 모티프로 하여 변주해놓은 각각의 이야기들은 더이상 옛날이야기가 아니다. 각각의 이야기들의 시간대와 장소들을 명확히 알순 없지만 지금 살고 있는 이 시간, 장소에 대입하여 생각해보는 것이 오히려 적절하다. 그것이 작가의 의도였을까? 읽는 이에 따라 이렇게도 저렇게도 해석해볼 수 있는 은유적인 이야기들이 참 마음에 들었다.


책의 제목으로 뽑히기도 한 <빨간구두당>. 색은 존재하지 않는 것인지, 사람들이 색을 볼 수 있는 능력을 잃어버린 것인지 아무튼 검은색과 흰색, 그리고 어중간한 회색만이 존재하는 시절에 너무나도 강렬한 빨간구두를 신은 춤추는 아가씨가 나타난다. 그 빨강을 볼 수 있는자와 보지 못하는 자, 또는 새로운 색을 거부하는 자들이라고도 볼 수 있겠지. 아무튼 파가 갈리고 빨간구두당으로 불리는 무리들은 기존 세력들에 의해 축출된다. 빨간색을 정치성향으로 읽힐 수도 있을테고, 또는 진리로도 생각되었다. 진리를 찾기위해 (빨간색을 보기 위해) 수년을 헤메는 젊은 신부, 그리고 그가 마지막으로 발견한 그것. 처음에 위치한 이 단편부터 강렬하게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 외에 내가 또 좋았던 부분은 <헤르메스의 붕대>편. 어떤 병이든 외상이든 고칠 수 있는 붕대를 손에 넣은 젊은이. 그 붕대는 여러 사람의 피와 고름이 묻혀져 더러워질수록 신효해진다. 결코 빨아서는 안된다. 그것을 발견한 늙은 의사가 여러번 삶고 소독하는 과정에서 그것의 효력은 사라져버리고 만다. 그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어떠한 진리는 오랜 시간동안의 경험이 축적되어 이루어진다는 의미가 아닐까? 하루아침에 형성되는 진리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겸허한 인정이 아닐까? 거기에 더해 그 붕대를 잃은 젊은이는 오히려 시원해보이기도 하는 표정을 한다. 그는 그 붕대에만 의존하지 않고 의대에 들어가 학업에 열중하고 여러 실험들을 하고 새로운 약물을 제조하기 위해 노력하는 등 실제적인 진리탐구에도 힘쓰는 사람이었다. 붕대를 잃고 시골진료소를 떠난 그가 좌절하며 어딘가를 떠돌며 세월을 허송하지만은 아닐꺼라는 예측이다.


그외에도 <엘제는 녹아없어지다> 또한 지금의 결혼 생활에 대해 깊은 생각을 하게 만들어주었다. 손에 흙을 묻히며 강인하게 생활인으로 살아가야 하는 농부의 아내로서 자격이 없는 엘제. 그녀는 책읽기를 즐기고, 현실에 발붙이지 않은 진리를 탐구하며 고립된다. 과연 어떠한 것이 옳은 길일까? 자신은 시어머니와 누이에 맞추며 변해야 하는 한명의 인간이 아니라 본래부터 본성이 정해져 있어 변할 수 없다는 엘제의 입장이 이해안가는 것이 아니고, 거기에 대항하며 말하는 남편의 입장 또한 이치에 닿지 않는 억지가 아니었기에 어떻게 살아야하는 게 맞는 것일까 나의 생활도 많이 돌아보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