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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이방인
이창래 지음, 정영목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5년 5월
평점 :
언젠가 라디오를 들으며 운전을 하다가 듣게 된 이름. 이창래. 6.25 한국전쟁을 소재로 한 소설책을 새로 썼다는 책소개였다. 한국전쟁이라는 소재는 이미 여러 작품들에서 다루었으므로 뭐 새로울 것이 또 있겠는가 하는 마음으로 별생각없이 듣고 있는데 작가의 이력이 남달랐다. 노벨상 후보로도 거론된단다. 그래서 주의를 기울여 듣게 된 것이고 한 번 밖에 들어보지 못한 그 소설가의 이름은 다행히도 기억 속에 남아 있어 이와 같이 작가의 초기작을 만나보게 된 것이다.
영원한 이방인이라는 제목. 세 살때 이민가서 미국에서 살며 작품 역시 영어로 씌여 번역되어 출간된 사정을 살피면 제목만으로도 이미 내용이 어떠할 것이라는 감이 왔다. 영어 원제는 <Native Speaker>. 우리말 제목이 참 잘 지어진 것 같다. 영어 제목에서는 그 쓸쓸한 느낌이 덜 전해지는 느낌이다. 제목이란 참 중요한 것이다. 거장의 걸작에 걸맞은 묵직한 느낌을 잘 전해주고 있으므로.
책 내용으로 들어가서 나에게는 문장 하나하나가 이방인처럼 낯설게 느껴졌다. 아무리 영어라지만 한국인이 썼음에도 뭔가 낯설고 새로운 느낌. 그러면서 내용파악도 어려워 한 문장을 두번 세번 곱씹어 읽어야만 이해가 되는 부분이 있었고, 어떤 부분은 미처 이해하지 못한 채 다음으로 넘어가기도 했다. 나의 수준엔 어려웠다. 어쩌면 이러한 부분들 하나하나에서부터 저자의, 또한 작중 화자의 정체성이 모호함을 드러내주는 상징처럼 느껴졌다.
30대 초반의 나, 미국 여성과 결혼해 아들까지 두었던 나. 나를 설명해주는 내용이라며 아내가 써 준 목록들. 미국에서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하던 나의 부모님의 이야기, 어머니가 죽고 들어온 가정부이자 아버지의 연인이었던 여자, 백인 어린이들과 놀다 일곱살 생일에 죽은 아들 미트. 모두 미국이라는 나라에서 살아가는 한국인의 모습들을 보여주고 있다. "나"로서만 이방인의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다. 여러 작중 인물들의 모습을 통해 한국인을 이야기하고 있다. 같은 한국인으로서 바라보는 내내 참 이상야릇한 감정을 많이 느꼈다. 한국인으로서 미국에서 자란 사람이 영어로 써놓은 문장들을 읽어가며 헨리 박이라는 사람에 대해, 그가 느끼는 감정들에 대해 깊이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고, 더불어 이 글을 읽고 있는 나는 그럼 누구인가 하는 여러가지 생각들을 했다. 결코 빨리 읽어지지 않는 문장들 사이사이로 많은 생각들을 했던 것 같다. 이 책은 꼭 다시 한번 더 읽어야 할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