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베라는 남자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최민우 옮김 / 다산책방 / 2015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우리가 모르는 사람들에게 미소짓는 이유는 무엇일까? 자신의 불친절함과 냉혹함을 감추기 위한 가면일 가능성이 클지도 모르겠다. 반면 오베처럼 타인에게 굳이 친절을 가장한 미소를 띄우지 않는 사람이 사실상으로는 마음이 더 따뜻한 사람일 수도 있다. 궤변이라고 반박할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으나 책장을 다 덮고난 나의 생각은 그렇다.


오베는 웃음이 없고 무뚝뚝한 성격에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까칠하게 대하는 59세의 남자이다. 그러나 그 속을 유심히 들여다보면 누구보다 성실하고 남에게 의지하지 않고 자신의 삶을 자신의 생각대로 꾸려나가는 뚝심있는 남자다. 게다가 알고보면 그 누구보다 따뜻한 마음씨를 소유하고 있는 매력남이다. 그러한 오베에게 닥치는 일들에 하나하나 가슴이 아팠다. 엄마가 일찍 죽고 16세의 나이에 존경하던 아버지마저 잃는다. 오베에게 아버지의 존재는 그의 삶의 방식을 결정해주는 나침반과도 같다. 책을 다 읽고 작가의 말을 읽어보니 저자에게도 아버지란 그런 존재였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참으로 부러운 부자지간이다.


"제 아버지 롤프 바크만에게 감사드립니다. 저는 제가 당신과 안 닮은 점들이, 정말 가능한 한 최소한으로만 있길 바랍니다."

                              -- p.451 <감사의 말>중에서


사랑하는 아내를 만나고 아이를 갖고 아내가 교통사고를 당하고 아내가 암으로 죽고 실직을 당하고 더이상 살 이유를 찾지 못한 오베는 자살을 선택한다. 그 과정들이 너무나 세세하게 가슴아프게 그려져있다. 오베는 껍데기와는 달리 너무나도 순수한 보물같은 사람인 것이다. 그의 아내 소냐는 그 점을 알아봐주었고 오베는 그녀를 너무나도 사랑하며 아낀다. 오베는 다른 사람에게 의존해 무언가를 얻어내려 한 적도 없고, 자신만의 원칙을 지키며 올바르게 정직하게 살아가려는 사람이다. 남들이 보기엔 대하기 어렵고 사회성이 결여된 사람처럼 보일지라도 말이다.


30년이상 근무해온 직장에서 퇴직 통보를 받은 오베는 자살을 감행한다. 여러가지 방법으로. 그럴 때마다 방해하며 나타나는 띨띨하고 어딘가 모자라는 이웃들. 원치 않는 상황임에도 어쩔 수 없이 그들을 도와주는 능력자, 오베. 그리고 결국엔 그들과 사랑을 주고받을 줄 알게되는 그 모습이 감동적으로 그려져있다. 참 재미있는 소설이었다.


(책을 읽으며 오베와 자꾸 겹쳐지는 한남자가 있었다. 바로 지금의 내 남편. 다른 사람들에게는 까탈스럽게 비쳐질 정도로 그리 친절하지 않고, 내가 보기엔 우직하고 답답하다 싶을 정도로 원칙을 고집하는 사람. 그리고 소냐처럼 책을 좋아하는 내가 아무리 권해도 스스로 생각하는 게 훨씬 낫다며 절대 책을 들지 않는 사람. 그러면서도 나를 위해 서점에 기꺼이 같이 가주고 책장을 들여놔주곤 하는 사람. 이 책을 읽고나니 그 동안 이해되지 않던 부분들이 조금은 알 것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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