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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 살, 유럽을 걷다
손준식 지음 / 밥북 / 2015년 3월
평점 :
절판
삼십대 후반이 된 내가 스무살짜리가 유럽 배낭 여행간 이야기를 왜 읽고 앉았는지 나 스스로도 납득못할 일이지만, 제목을 보는 순간부터 유혹당했다. 스무살이라는 아름다운 나이, 그리고 '유럽'이라는 환상 때문이었을 것이다.
책은 정말로 스무살 주인공의 유럽 여행기이다. 전문적인 여행 서적처럼 나라별로 씌여진 것이 아니라 평범한 청년의 일기처럼 나날의 일을 기록해놓았다. 그래서 여행서를 읽는 기분보다는 남의 일기를 훔쳐보는 야릇한 기분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거창한 감상이나 전문적인 지식으로 무장한 책이 아니다. 공업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회사에 취직해 일하던 스무살 청년이 다른 길을 모색하기 위해 유럽으로 여행을 떠나게 된 것인데 가장 칭찬할 만한 점은 여행지에서 매일매일 다이어리를 쓰고 사진을 정리하고 해서 기록을 남겨뒀다는 점이다. 나날의 여행에 지치고 피곤하여 뒤로 미뤄둘 수 있는 일을 성실히 꼼꼼하게 매일 해나감으로써 엄청난 자료가 되고 본인만의 추억으로도 간직할 수 있고 더 나아가 이렇게 책으로 출간하게 되었으니 참으로 훌륭하다.
아무래도 부러웠다. 스무살 청춘이, 떠날수 있는 용기와 시간이, 그리고 나이에 걸맞지 않는 여유로움까지. 앞으로 뭘해내도 해낼 재목임에 틀림없다. 반면 이 나이가 되어 남의 여행기나 방구석에서 읽고 있는 나를 돌아보면 이렇게 시니컬한 말투가 자연스럽게 나온다. 에휴~. 그러나 유럽 여행기를 이렇게나 좋아하고 탐독하는 것을 보면 나도 언젠가 떠날 가능성을 갖고 있는 사람임에는 틀림이 없는 것 같다. 단지 더 어린 나이에 떠나지 못한 것이 한탄스러울 뿐. 나도 실행력 하나는 무모하다고 남들한테 핀잔받을 만큼은 갖고 있는 사람이니까. 멀게만 느껴지던 유럽 여행을 조금 더 가깝고 편안하게 받아들일 수 있게 만들어준, 그리고 열정과 젊음을 느낄 수 있게 만들어준 고마운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