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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찰의 인문학 - 같은 길을 걸어도 다른 세상을 보는 법
알렉산드라 호로비츠 지음, 박다솜 옮김 / 시드페이퍼 / 2015년 2월
평점 :
품절
"길바닥에는 소스를 묻힌 스파게티 한 덩이가 햇살 모양으로 엎질러져 비둘기 한 떼의 이목을 끌고 있었다." -- 20쪽
이 한문장부터 필이 팍 꽂혀 이 책은 아주 매력적으로 다가와 나를 끌어당겼다. 글씨가 보통의 다른 책들보다 작고 빽빽하게 들이차 있어 처음엔 기가 질리게 압도했음에도 불구하고.
저자는 관찰 전문가이다. 일단 저 문장 하나만을 자세히 들여다보더라도 굉장히 꼼꼼하면서도 남들과는 다른 독특한 시선으로, 유머감각까지 겸비한 센스있는 관찰가이며 문장가임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저자가 자신의 아이와, 반려견과 지질학자와 의사와 타이포그라퍼 등 11명의 각기 다른 분류의 사람들과 동네를 산책하며 발견한 것들을 기록한 책이다. 동네 산책이라는 일상적인 일을 통한 여러 관점과 사유들을 통해 많은 것을 배우고 깨달을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었다.
"윌리엄 제임스가 말했다. 내가 무엇을 경험하느냐는 내가 어디에 주목하려 하느냐에 달렸다고."
--- 32쪽
같은 길을 매일 지나치며 모든 것에 일일이 관심을 쏟을 수는 없는 법이다. 내가 보려고 하는 것, 주목하려고 하는 것에 집중함으로써 경험할 수 있고 배울 수 있는 것이다. 인생을 사는 길에 있어서도 마찬가지 일 것이다.
12번의 산책 중 나의 마음을 가장 끌은 것은 저자의 19개월 된 아들과 함께한 산책길이었다. 나역시 아이를 키우는 엄마의 입장에서 공감가는 부분, 나와 같은 경험을 한 부분들이 많아 고개가 끄덕여졌고 그러면서도 거기서 더 나아가 사유를 확장하는 부분에서는 크게 배울 점이 많았다. 아이가 나이를 한살한살 먹어감에 따라 관심사가 달라지고 그에 따라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도 달라지고 그런 과정을 거쳐 결국 다른 사람과 함께 할수있는 상냥하고 예의바른 어른이 되길 바라는 부분도 참 좋았다.
매일 다니는 길에서 더 나아가 매일 반복하는 일상을 새로운 시각으로 관찰하고 생각의 폭을 넓혀나가 나의 삶을 다독이고 싶다는 생각을 하며 책장을 덮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