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 멋 흥 한국에 취하다
정목일 지음 / 청조사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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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목일이라는 서정수필가가 쓴 한국의 아름다움에 대한 글들을 모은 수필집이다. 한국 문화재의 미, 한국의 생활미학, 한국의 춤, 한국의 꽃, 한국 계절의 마학, 달빛 서정 이렇게 6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평소 작가의 아름다움과 멋에 대한 추구, 일상에 대한 관찰, 그것을 통한 지혜와 깨달음 등을 아름다운 문장들과 함께 느낄 수 있었던 좋은 시간이었다.

 "달항아리"라는 단어는 이 책에서 처음 들었는데 그것을 직접 보지 못했음에도 작가의 묘사만으로 달빛을 머금은 듯한 빛깔에 보름달이 미처 되지 못한 둥근 형상을 한 도자기가 저절로 연상이 되었다. 방안에 달항아리를 두는 목적이 달을 방안에 들여놓은 듯한 흥취를 느끼기 위함이 아닐까 하고 추측하는 문장에서 아! 정말 멋을 아는 분이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또 목이 긴 백자에 홍매를 꽂아 놓은 모습을 보고는 감탄을 하며 백자에 꽂을 꽃을 고르는 과정이 수필을 쓰는 그 마음과 다르지 않다고 생각하는 장면에서는 작가의 수필가로서의 자세와 문학관을 엿볼 수 있었다. 백두산을 여행하며, 사계절의 변화 속에서 벼가 자라는 모습을 관찰하며 심상을 담담히 담은 글 들이 나의 마음속에도 깊은 울림을 주었다.

시인은 무언가를 자세히 들여다 보는 사람이라는 말을 언젠가 들은 적이 있는데, 이 책을 읽으며 느낀 점은 수필가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었다. 백자를, 다기를, 춤을, 꽃을, 벼를 깊이 들여다보고 거기서 발생하는 흥취를 아름다운 문장으로 만들어낸 작가가 참 대단하다고 느꼈다. 우리 곁에 항상 존재하지만 그 가치를 발견하고 알아보는 사람에게만 보물이 될테고 그것을 또한 글로써 표현하여 남들도 느끼게 만들어주는 능력은 아무나 가질 수는 없을 것이다.

수필이 신변잡사에 그치지 않고, 민족의 삶과 문화로 계승돼 오는 민족정서와 마음을 현대감각으로 재조명해 보자는 생각으로 서정수필을 써왔다는 작가의 말처럼 이 책을 통해 한국의 미에 나도 새롭게 눈뜨게 되었다. 아무래도 생활이 서구화됨에 따라, 세계화라는 시대적 명분에 따라 그러지 않으려고 노력해도 아무래도 우리 고유의 것에는 소홀해진게 사실이다. 이 책은 우리 것이 소중한 것이여 하며 큰 소리로 호소하지도 않고, 고리타분한 잔소리로 들리지 않으면서도 그야말로 소박한 우리 것의 아름다움에 대해 나지막히 들려주고 있어 한국인의 피가 흐르는 나로 하여금 고개를 끄덕이게 하고 아름다운 것들에 대한 그리움이 생기게 만들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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