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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작의 탄생 - 소설이 끝내 우리에게 말하지 않은 것들
이재은 지음 / 강단 / 2015년 1월
평점 :
절판
대한민국 최고의 작가 19인을 만나 인터뷰한 내용들을 엮은 책이다. 최고의 작가들이라고 하지만 내가 아직까지 접해보지 못한 작가들도 많았기에 약간의 부담을 안고 첫 책장을 펼쳤다. 그러나 아직 읽지 못한 소설들이라고 하더라도 인터뷰 내용들의 느낌이나 주제에 대해 이해하기 어렵지는 않았다. 물론 이미 알고 있는 작품들이었다면 그 이해의 폭이 달라졌겠지만, 소설가와 그 작품의 탄생배경, 인물 설정, 그 소설에서 작가가 의도한 바 들을 평론가들의 입이 아닌 작가자신의 육성으로 들을 수 있다는 게 참 매력적이었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았던 꼭지를 꼽자면 박상우 작가 편이었다. 나의 책장 한켠에는 언젠가 헌책방에서 들여놓은 <샤갈의 마을에 내리는 눈>이라는 책이 아직까지 나의 손길을 받지 못한채 자리하고 있다. 그저 제목이 어디선가 들어본듯하여 내손안으로 들어온 책인데 이제 그 책의 책장을 펼칠 때가 왔나보다. 인연이 닿았나보다.
"문학이라는 것은 사람들이 아직 못 보았거나 늘 보아 오던 것을 그 작가가 써서 아주 낯설게 만들어 주는 거죠. 아, 지금까지 내가 한 번도 못 봤구나! 늘 내 눈앞을 지나쳤는데, 한 번도 제대로 본적이 없구나! 그러면서 낯설게 만들어 주는 거죠. 그게 문학의 사회적 기능이니까요."
-- 77쪽
"글을 쓴다는 행위는 단순하게 문장을 만들어 내는 스킬을 구사하는 게 아니에요. 무에서 유를 창조하듯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문장을 만들어 내고 한 문장 한 문장을 엮어 나가는 행위에는 일종의 주술적인 효과가 있어요. 찢어지고 분산된 의식이 응집되고 붙고 아물면서 자기 구원과 힐링이 이루어지는 거죠. 문학이 지니고 있는 그와 같은 치유의 기능을 저는 오래 전부터 굉장히 중시하고 있습니다."
-- 85쪽
박상우 작가와의 인터뷰들은 소설에 관한 내용이든, 문학에 대한 작가의 관점이든 모든 페이지들이 다 주옥같이 느껴졌다. 나랑 코드가 맞는다고 해야 하나. 팬이 될 것 같은 느낌이다. 소설 속에 철학을 담아놓아 더 멋있게 느껴졌다.
책속에 담긴 작가들의 이러한 친절한 설명없이도 내가 소설을 읽으며 그 속에 담긴 작가의 의도, 철학들을 스스로 깨달을 수 있는 독자가 되고 싶다는 마음이 간절하다. 그래서 오늘도 책을 열심히 읽어가겠다고 다짐한다.